쿠바 반정부 시위와 손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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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 '쿠바 반정부 시위와 손전화'입니다.

여러분 쿠바라는 나라 아십니까? 미국 동남부 끝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작은 섬나라인데요, 사회주의 국가입니다. 북한과는 사회주의 우방국으로 아주 친밀한 나라죠. 북한은 이미1960년에 쿠바와 외교관계를 맺었고 김일성 주석과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 두 최고 지도자 시절부터 아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2018년에는 당시 평의회 의장이었던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평양을 직접 방문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났습니다.

북한으로서는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나라인데요, 요즘 쿠바의 정세가 불안해 보입니다. 지난달에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는데 지금도 그 여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쿠바의 반정부 시위는 경제난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직접적인 원인이었습니다. 쿠바는 사회주의 국가이기는 하지만 독특한 문화적 전통과 아름다운 자연 때문에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들어왔고 거기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아주 컸습니다. 거의 모든 국민들이 관광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종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쿠바의 관광산업은 뿌리채 흔들렸습니다. 수입이 줄어든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화폐개혁을 했지만 오히려 물가만 뛰어오르고 국민들은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해졌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주요 수출품인 사탕수수의 작황도 안 좋아서 생산량이 뚝 떨어졌습니다. 쿠바 사람들은 지난 수십년 동안 이렇게 살기 힘든 때는 없었다고 합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남의 얘기같지 않은 상황이 벌어진 거죠.

이런 경제난을 더이상 참지 못하고 결국 쿠바 국민들이 거리로 나와 '독재 타도'와 '자유'를 외쳤습니다. 민생을 챙기지 못한 정권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겁니다. 대도시 뿐만 아니라 시골마을에서도 시위가 벌어질 정도로 쿠바 국민들의 분노는 컸습니다.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이런 시위를 벌여도 표현의 자유로 인정하지만, 쿠바에서는 반혁명 범죄가 됩니다. 수백 명이 당국에 체포돼서 감옥에 갇힌 이유입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시위 현장의 동영상을 저도 봤는데요, 한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었습니다. 반정부 구호를 외치면서 손전화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시위 현장의 모습을 누군가에게 전한다는 뜻이겠죠. 사실 쿠바에서는 2018년부터 손전화로 인터넷 접속이 가능했습니다.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외국에 상당히 개방적인 체제였고,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절 관계정상화를 하면서 미국 관광객들과 함께 달러와 손전화가 물밀듯 들어왔습니다.

덕분에 쿠바 사람들은 지능형 손전화로 인터넷 사회관계망에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사진과 동영상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이번 반정부 시위에서도 손전화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언제 어디로 모이라는 연락도, 시위 현장의 사진과 동영상을 인터넷으로 공유해 시위대의 결속력을 다지고 외부의 지지를 얻는 데도 손전화만 있으면 어렵지 않았습니다. 쿠바 당국이 뒤늦게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지만 이미 불어난 시위대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전에는 소수의 활동가들에 국한됐던 반정부 운동이 이제는 평범한 국민들로 번지고 있습니다.

쿠바 정부의 입장에서는 손전화 이용을 당장이라도 중단시키고 싶겠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쿠바 사람들에게 손전화는 이미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돼버렸기 때문입니다. 손전화의 인터넷 접속을 아예 다 막아버리면 반정부 시위와 관계없는 활동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반정부 활동의 동향을 감시하기도 어려워집니다. 사회주의 국가 쿠바에서 손전화는 더이상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김연호 부소장, 에디터 이상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