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북한의 미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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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 북한의 미래원입니다.

북한은 지난 수십년 동안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 경제를 일으킨다는 전략을 추구해왔습니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는전민과학기술인재화라는 구호를 앞세우면서 지식경제시대의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한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과학자, 기술자들 뿐만 아니라 학생과 일반인들도 최신 과학지식과 기술 기능에 정통하게 만들겠다는 전민과학기술인재화가 실현되려면 전사회적으로 과학기술 교육을 강화하고 확대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최신 과학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하는데요, 대학에서는 전자도서관, 공장과 기업소에는 과학기술보급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 주민들과 어린 학생들을 위해서는 도마다 설치한 과학기술도서관, 시와 군의 미래원이 있습니다.

미래원은 지방의 과학기술 보급 거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평양 쑥섬의 과학기술전당, 인민대학습당, 김일성종합대학, 이런 자료봉사 중심 기지들과 연결돼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래원 안에는 전자열람실과 컴퓨터 학습실, 과학기술보급실, 원격강의실이 있는데요, 국가망을 통해 각종 과학기술 자료들을 검색하고 대출 받을 수 있고, 여러 분야의 강의를 원격으로 받을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이런 시설들을 잘 활용해서 경제발전 뿐만 아니라 일반 주민들과 학생들의 문화정서 수준도 끌어올린다는 계획입니다. 그런데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의 보도를 보면, 미래원에 청소년들을 위한 전자오락실이 들어섰습니다. 미래원이 정보기술교류소로부터 게임 프로그램들을 사들여서 컴퓨터에 깔아 놓았다는 겁니다. 입장료 없이 들어갈 수 있지만 게임을 하려면 시간당 북한 돈 2천 원을 내야 합니다. 작은 돈이 아니죠. 게임을 하다 보면 한 시간은 금방 지나갈텐데요, 돈 많은 집 아이들은 게임장에서 다섯 시간 넘게 있다가 간다고 합니다. 여기에 게임장 입구에 음식 매대에서 간식까지 사 먹으면 한 번 와서 몇 달러를 쓰고 가겠죠. 평안남북도의 소식통들이 전해 온 소식인데 다른 지역의 사정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기존 시설에 게임 프로그램만 깔면 되니까 다른 지역의 미래원들도 금방 따라할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해서 얻은 수익을 미래원 운영자금으로 쓰고 있다고 하니까, 다른 지역의 미래원들이 따라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겁니다.

집안이 넉넉하지 않은 청소년들은 소문을 듣고 와도 게임을 제대로 하고 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 나이에는 친구들 사이에서 새로운 유행이 생기면 자기도 꼭 한번 해보고 싶어할텐데요, 부모에게 졸라서 돈을 타내려고 하겠죠. 어른들도 여기 와서 장기나 주패 게임을 하고 간다고 하는데, 미래원의 새로운 유희시설을 즐기고 나서 친구나 동료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아이들과 다르지 않을 겁니다.

한국에도 이런 시설이 있습니다. PC방이라고 부르는데요, 1990년대 말부터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손님들이 돈을 내고 들어가서 컴퓨터를 쓰는 시설인데요, 편안한 의자와 큰 화면에 성능 좋은 헤드폰까지 구비돼 있어서 컴퓨터 게임을 즐기려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미래원처럼 음식 매대까지 있는데요, 24시간 영업하기 때문에 PC방에서 먹고 자면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요금은 한 시간에 1달러가 조금 안 됩니다.

북한 당국이 전민과학기술인재화를 실현하기 위해 지방에 미래원을 세웠지만, 유료 게임 시설을 운영하다 보면 당초 취지대로 과학기술 보급 거점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청소년들은 유희시설을 이용하는데 관심을 빼앗길테니까요. 어른들도 비슷할 겁니다. 2010년대 중반 미래원을 세울 때 자재와 설비들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해서 주민들에게 부담을 지운 일들이 많았는데요, 이젠 운영자금이 부족해서인지 미래원들이 돈 벌 궁리에 빠져 있는듯 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