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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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은 '코로나 시대의 전당대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북한이 내년 1월에 노동당 대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당대회는 북한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행사이자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데요, 마지막으로 열린 게 2016년 7차 대회이니까, 거의 5년만에 열리는 겁니다.

미국이나 한국에서도 당대회를 합니다. 북한은 노동당 일당지배체제이지만 미국과 한국은 서로 정강과 정책이 다른 정당들이 경쟁하기 때문에 당대회가 더 많이, 자주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뜻이지만 당대회 보다는 전당대회라는 말을 씁니다.전국에서 당원들을 대표하는 대의원들이 모이는 대회라는 의미를 더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미국으로 가볼까요. 미국에서는 4년에 한 번씩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데요, 선거 석 달 전쯤에 전당대회를 열어서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를 공식 지명합니다. 전당대회에서는 앞으로 4년동안 당의 정책방향도 결정합니다. 미국은 사실상 민주당과 공화당, 두 당이 경쟁하는 양당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관례상 현직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이 야당에게 먼저 당대회를 하도록 기다려 줍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대규모 전당대회를 두 번 잇따라 보게 되는 거죠. 미국에서는 올해 11월 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그래서 야당인 민주당이 지난 주 먼저 전당대회를 열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소속된 공화당이 이번 주 전당대회를 엽니다.

한국의 전당대회도 대통령 선거 후보자를 뽑을 때 열리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당 대표나 당 지도부 선출, 당헌 당규 개정을 위해서도 열립니다. 미국 보다 훨씬 자주 전당대회가 열리는 거죠. 한국은 5년에 한 번씩 대통령 선거가 있기 때문에 그 때마다 각 정당들이 전당대회를 엽니다. 그 사이사이에도 각 당별로 중요한 안건이 있을 때 열리는데요, 여당인 민주당이 당대표를 뽑기 위해서 이달말 전당대회를 엽니다. 올해는 우연히도 8월에 미국과 한국에서 전당대회가 잇따라 열리게 됐네요.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미국과 한국의 전당대회가 이번에는 아주 색다른 방식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보통 대규모 체육관이나 회의장에 대의원들이 모여서 당의 단합을 과시하면서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이번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위험 때문에 비대면 방식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미국 민주당은 지난주 전당대회를 화상으로 치렀습니다. 원래는 수천 명이 모이는 성대한 행사를 준비했지만,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계획을 포기했습니다. 대의원과 대통령 선거 후보, 찬조 연설자들이 한곳에 모이지 않고 대회 진행본부가 화상으로 이들을 연결했습니다. 미리 녹화된 찬조연설이 방영됐고, 미국 50개 주별로 대통령 후보들이 확보한 대의원 수가 화상으로 공개됐습니다.

대통령 후보로 뽑힌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청중 없이 무대에 홀로 서서 수락연설을 했습니다. 전에는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이 전당대회의 최고조를 장식하면서 수천 명의 참석자들이 환호성을 올렸겠지만, 이번에는 아주 조용하게 진행됐습니다. 미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 어색하고 흥미가 떨어질 수 있지만 방역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한국 민주당의 전당대회에서도 대의원들의 환호성을 듣기 어렵게 됐습니다. 대규모 체육관이 아니라 중앙당사에 후보자들만 모여 조촐하게 치를 예정입니다. 대의원들의 투표는 인터넷으로 이뤄지고, 전당대회 행사도 인터넷으로 생중계 될 예정입니다. 당대표 후보 합동연설회에도 사전녹화된 연설이 방송됐습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이런 식의 전당대회는 처음 경험하지만, 지능형 손전화와 인터넷이 이미 충분히 보급돼 있어서 전당대회에 큰 차질은 빚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쉽사리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데요, 북한이 내년 당대회를 과연 어떤 식으로 치를지 지켜볼 일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