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북한의 길동무 응용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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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북한의 길동무 응용 프로그램’입니다.

길동무, 북한의 지능형 손전화에 설치된 길 안내 응용 프로그램입니다. 지난 2020년 새 지능형 손전화 ‘평양 2426’이 출시됐는데, 그 때 길동무 응용 프로그램이 같이 깔려서 나왔습니다. 새 손전화의 이름에 걸맞게 평양시의 도로정보를 안내해주는 응용 프로그램인데, 택시 손님들이 아주 좋아했다고 하죠. 그 전까지는 택시 운전수들이 적당히 길을 에둘러 가면서 택시요금을 더 받아내도 할 말이 없었는데, 길동무 응용 프로그램이 나오면서 손님들이 택시 타기 전에 미리 제일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알아내고 운행거리에 맞게 택시요금까지 계산할 수 있게 됐습니다. 택시 운전수와 시비가 생길 여지가 없게 된 거죠. 길동무에 나와 있는 길대로 가면 되니까요. 저도 오래 전 한국에서 택시를 타고 갈 때 운전수와 시비가 붙은 적이 있습니다. 자주 가던 곳이라 택시비가 어느 정도 나올지 알고 탔는데, 운전수가 제가 평소 다니던 길로 안 가고 지름길이라면서 다른 길로 갔습니다.

평소보다 시간도 더 오래 걸리고 택시비용도 더 많이 나와서 제가 따졌는데요, 만약 그 때 길안내 응용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이런 시비가 생길리 없었겠죠. 어느 길로 가는 게 가장 빠를지 출발할 때부터 둘 다 알고 합의를 한 다음에 가는 거니까요.

한국 언론 ‘데일리 NK’에 따르면, 최근에 새로운 길동무 응응 프로그램이 나왔습니다. 처음 나왔을 때는 1.1 버전이었는데 지금은 벌써 4.0 버전입니다. 그새 몇 번 새로 고치고 발전시켰던 거죠. 그만큼 수요가 많았다는 얘기가 될 겁니다. 아무도 관심을 안 가지면 이렇게 열심히 새 버전을 만들 이유가 없을테니까요. 올해 초 북한의 관영매체에서 길동무 3.1이 북한에서 이용자가 가장 많은 응용 프로그램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또다시 새 버전을 선보였네요. 첫 화면에 컴퓨터소프트웨어보호법에 보호된다고 명시한 게 눈에 띱니다. 북한 안에서도 응용 프로그램 개발을 두고 치열한 이권 경쟁이 있다는 뜻이겠죠.

이번에 나온 4.0 버전은 처음 가는 지방과 지역을 금방 찾을 수 있어서 운전수들이 좋아한다고 합니다. 길동무는 평양의 길 안내용이고, 전국 길 안내는 지름길이라는 이름의 응용 프로그램이 따로 있는 것으로 알았는데, 길동무에서도 이제는 전국 길 안내가 가능한가 봅니다. 운전을 실제로 안 하더라도 이 응용 프로그램이 신기해서 재미삼아 열어보는 사람들도 많나 봅니다. 특히 청년들이 그런가 본데요, 당국의 허가없이 장거리 여행을 할 수 없는 북한의 상황에서 손전화 화면으로나마 여기저기 전국 곳곳을 여행다니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겠죠.

길동무를 실제로 평양에서 써본 외국인들은 상당히 자세한 길안내 정보를 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각종 상업봉사시설과 학교, 기관, 기업소, 기념시설들을 꼼꼼하게 지도에 표시했고, 검색 기능도 있어서 길찾기가 편하다고 어느 외국인이 인터넷에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평양을 벗어나면 신호가 잘 잡히지 않는 곳이 있어서 길동무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하는군요. 미국도 산속이나 사막을 달릴 때는 손전화 신호가 잘 안 잡힙니다. 기지국이 촘촘하게 설치돼 있지 않아서인데요, 북한은 사정이 정확히 어떤지 궁금합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려면 국가적인 차원에서 엄청난 투자를 해야하겠죠.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