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 '가을학기 개학과 화상수업'입니다.
무덥던 여름이 서서히 물러나고 있습니다. 아직도 한낮에는 덥지만 아침 저녁으로 많이 선선합니다. 제가 사는 미국 워싱턴의 날씨도 요즘 그렇습니다. 일교차가 커지는 시기인 만큼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습니다. 이제 학생들은 긴 여름방학을 끝내고 가을학기에 들어갔습니다. 한국에서는 중고등학교가 이미 이달 중순에 개학을 했고, 초등학교 그러니까 소학교와 대학교는 이번주에 개학합니다. 미국도 지난주와 이번주에 걸쳐 각급 학교들이 새학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화상으로 비대면 수업만 하던 학생들에게는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친구들도 못 만나고 맨날 집에만 있으니 많이 답답했을 겁니다. 화상으로 수업을 한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교실에서 선생님께 직접 배우는 것보다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앉아서 컴퓨터 화면만 바라봐야 하는데 답답하겠죠. 저희집 아이들은 침대에 누워서 수업을 듣기도 했습니다. 자기 컴퓨터의 카메라를 꺼버리면 내가 누워서 수업을 듣는지 서서 듣는지 선생님은 알 수 없겠죠. 미국에서는 이 부분을 엄격하게 통제하지 않나 봅니다. 학생들이 카메라를 켰을 때 뒷배경으로 자기 방을 남들에게 보이게 되는데, 이게 사생활의 영역이고 어떤 학생은 이런저런 이유로 이걸 굳이 보이고 싶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 사정을 배려해서 카메라를 꺼도 선생님이 학생들을 나무라지 않았다고 합니다.
선생님들도 화상수업이 힘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고 수업하는데 학생들한테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확실치 않고, 수업준비도 교실에서 대면으로 할 때보다 많아졌습니다. 컴퓨터 화면에 띄워놓을 자료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죠.
어쨌든 수업의 효율성과 학생과 선생님들의 정신건강을 생각한다면 대면수업으로 돌아서는 게 맞을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으로서는12살 이상만 코로나 백신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그 보다 어린 학생들은 방역지침을 철저히 따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한국 언론보도를 보니까 학생들 모두 마스크를 쓰고 세정제로 손소독을 하고 체온까지 재더군요. 교실에서는 학생들 책상 간격을 더 띄어놓고, 환기를 자주 하고 있습니다. 모든 학생이 한꺼번에 등교하지 않고 돌아가면서 비대면 화상수업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교실 밀집도를 어떻게든 낮춰서 학생들 간의 접촉 기회를 줄이려는 거죠.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학교에서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면, 어쩔 수 없이 다시 비대면 화상수업으로 돌아가야 하는데요, 일부 지역에서 그런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 대학들은 최근에 코로나 환자들이 크게 늘면서 새학기 대면 강의 계획을 포기하고 당분간 비대면으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대학생들의 백신접종이 크게 늘면 그 때 대면 수업으로 바꾸겠다는 겁니다. 제가 일하는 미국 대학도 백신접종을 완료하고 한 달에 한 번 코로나 검사를 해서 음성판정이 나온 학생들만 교내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실내 마스크 착용은 의무입니다.
북한에서는 그동안 일시적으로 몇 차례 등교가 허용되기는 했지만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다시 학교가 문을 닫고 있습니다. 백신접종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달리 도리가 없을 겁니다. 이번 가을학기도 예외는 아닌데요, 교실수업을 대체할 비대면 수업이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선전매체들에서는 비대면 화상수업 소식을 가끔씩 보도하고 있지만, 평양과 주요도시, 주요 대학 정도에 국한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화상수업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가 집집마다 있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정보통신체제가 구축돼야 하겠죠. 규찰대가 학생들의 외출과 모임까지 통제하면서, 차라리 노력동원에 나가는 게 힘은 들지만 숨통이 트인다는 말도 들립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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