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방송

0:00 / 0:00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은 '재난방송'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지리한 장마가 물러간 뒤에 숨돌릴 틈도 없이 태풍 바비가 한반도를 거쳐갔습니다. 큰물 피해 복구작업에 여념이 없던 사람들은 해도 너무한다는 마음이 들었을 겁니다. 강풍에 나무가 뿌리채 뽑히고 건물 지붕이 뜯기고 유리창이 깨지고 전봇대가 부러졌습니다. 황해도에서는 농경지가 침수되고 평양과 인근지역에도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태풍 바비는 한반도 서해안을 스치듯 지나가서 걱정했던 만큼 큰 피해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또다른 태풍이 한반도로 북상 중이어서 마음을 놓을 수 없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북한 주민들의 시름이 깊어져 있는데, 자연재해까지 겹쳐 올여름을 나기가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렇게 장마와 태풍이 이어질 때 정부 당국은 주민들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기상, 도로, 하천의 상황과 대피요령을 신속정확하게 알려줘야 합니다. 이런 정보는 재난방송에서 다뤄야 하는데요, 북한이 이번에 태풍 바비와 관련해 정규방송까지 중단하면서 이례적으로 24시간 재난방송을 해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평일 오전방송을 하지 않던 조선중앙TV가 기존 방송체제를 깨고 종일방송에 이어 새벽까지 특보 체제를 유지하면서, 태풍 바비의 이동 상황을 보도했습니다.

비옷을 입거나 우산을 쓴 기자들이 강풍과 폭우 속에서 평양과 남포시의 피해상황을 전달했는데요, 북한 TV방송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습니다. 미국과 한국에서는 재난 현장으로 기자들이 달려가서 생생한 정보를 전달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피해규모와 내용도 자세히 보도합니다. 미국도 지난주 남부 해안에 초대형 태풍이 들이닥쳐서 큰 피해를 입었는데요, TV뉴스에서 태풍 소식을 중점적으로 다뤘습니다.

재난방송은 신속한 정보전달이 생명입니다. 이미 상황이 끝난 다음에 들어온 정보는 도움이 안됩니다. 전기가 끊기고 송신탑이 쓰러지는 상황에서도 주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려면 TV와 라디오 방송 뿐만 아니라 각종 통신수단을 활용해서 다양한 정보 전달 경로를 확보해야 합니다. 특히 손전화는 지역별 재난관련 정보를 사용자 개개인에게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손전화 재난 통보문 방송입니다. 방송처럼 특정 지역의 모든 손전화 사용자들에게 통보문이 한꺼번에 전송되는 겁니다. 일반적인 통보문 기술은 손전화 간의 일대일 전송을 바탕으로 하는데, 재난관련 정보를 이런 식으로 전달하면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통보문을 길게 보내지 못합니다. 하지만 재난 통보문 방송 기술을 적용하면 기지국 주변의 손전화 가입자들에게 동일한 통보문을 한꺼번에 대량 전송할 수 있습니다. 기지국이 방송국 송신탑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기지국에서 내보내는 신호를 잡을 수만 있으면 어느 손전화든 통보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재난정보를 쏘아주는 입장에서는 손전화 번호를 일일이 파악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아주 편리합니다. 시와 군 단위로 통보문 방송을 할 수도 있고, 전국 단위로 기지국을 연결해서 방송할 수도 있습니다.

지능형 손전화에는 TV와 라디오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재난방송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TV수상기는 들고 다닐 수 없고, 전기가 끊기면 소용이 없습니다. 하지만 지능형 손전화에 장착된 TV는 배터리 충전만 돼 있으면 정전이 돼도 상관없고 이동하면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긴급한 재난상황에서 큰 도움이 됩니다.

한국에서는 농어촌과 산간 지방의 마을단위로 재난방송을 할 수 있는 체계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재난방송은 내가 살고 있는 지역과 관련된 정보를 얼마나 신속하게 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럴 때 예를 들면 마을 책임자가 주변 하천과 도로 상황을 마을 사람들에게 방송으로 알려줄 수 있겠죠. 요새는 기술이 발달해서 마을 책임자가 마을회관의 방송시설까지 갈 필요 없이 자기 손전화로 집에 앉아서 방송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보여준 재난방송은 그 배경이 무엇이든 주민들에게는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제대로 도움이 되려면 신속한 정보공개 의지와 함께 관련 기술과 기반시설을 확보해야 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