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 '휘발유 가격'입니다.
제가 20여년 전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연유공급소에 가서 휘발유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1갤런에 1달러도 안 됐기 때문입니다. 1갤런은 4리터에 조금 모자라는 양인데요, 한국에 비해 거의 3분의 1에서 4분의 1 가격밖에 안됐습니다. 미국은 대중교통 보다는 자가용 문화가 발달한 나라인데요, 한국에 비해 휘발유에 세금을 조금밖에 안 매깁니다. 그래서 가격이 이렇게 낮을 수밖에 없는 거죠. 지금은 가격이 1갤런에 3달러 정도 합니다. 20년 사이에 꽤 올랐죠.
북한은 휘발유를 킬로그램 단위로 팔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북한의 휘발유 가격이 꽤 오른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데요, 요즘 시장에서 1 킬로그램에 7~8천원 정도에 팔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 달러 값이 많이 내려서 달러로 환산하면 1.4 달러 정도 하겠네요. 미국과 큰 차이는 없지만 조금 높은 셈입니다.
북한의 휘발유 가격은 중국에서 정제유가 언제 얼마나 수입되느냐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은 유엔 제재 때문에 일년에 50만 배럴까지만 석유 정제품을 수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엔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국으로부터 이보다 훨씬 많은 양을 밀수입하고 있습니다. 정식 수입이든 아니든 중국에서 정제유가 들어오면 북한으로서는 숨통이 트이는 건데요, 그럴 때마다 시장에서 휘발유 값이 많이 내려간다고 합니다.
중국산 정제유는 일단 북한 국가기관들에 공급되겠지만, 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양이 상당해 보입니다. 군부대나 공장, 기업소에서 휘발유와 경유를 빼돌리는 밀매업자들이 있는 거죠. 어떤 탈북자는 기름 밀매를 할 때 손전화가 아주 요긴했다고 합니다. 전에는 단속에 걸릴까봐 늘 조마조마했는데, 손전화가 생긴 다음부터는 거래 상대방과 필요할 때마다 장소와 시간을 바꿔가면서 단속의 눈을 피하기가 쉬워졌다는 겁니다.
사실 북한에서는 연유공급소가 주요 도시와 고속도로에만 있기 때문에 야매 기름장사꾼이 많습니다. 서비차 운전사들도 야매로 기름을 많이 사는데요, 전에는 출발할 때 기름을 잔뜩 싣고 갔지만, 손전화가 생긴 다음부터는 경유지와 도착지의 야매 기름장사꾼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기름값을 비교한 다음에 어디서 얼마나 기름을 넣을지 정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비용도 줄이고, 기름통이 차지할 공간에 화물을 더 싣고 갈 수 있는 잇점이 있는 거죠. 운전하고 가다가 기름이 떨어진 걸 뒤늦게 알아도, 손전화로 이곳저곳 알아봐서 가까운 곳의 야매 장사꾼을 부를 수도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에서는 연유공급소가 작은 마을까지 곳곳에 있고, 민간 회사들이 서로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차가 많이 다니는 길목에는 연유공급소 몇 개가 몰려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름을 사는 입장에서는 기왕이면 조금이라도 더 싼 곳을 찾기 마련인데요, 지능형 손전화만 있으면 어렵지 않습니다. 연유공급소 정보를 알려주는 앱을 사용하면 되는데요, 내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반경 몇 킬로미터 안의 연유공급소를 찾고 싶은지 설정하면 바로 정보가 화면에 뜹니다. 연유공급소의 이름과 리터당 휘발유 가격, 내 위치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는데요, 마음에 드는 곳을 누르면 더 자세한 정보가 뜹니다. 이 곳의 주소와 전화번호, 세차장과 정비소가 함께 있는지도 알 수 있고, 고급 휘발유, 일반 휘발유, 경유, 액화천연가스, 이렇게 종류별로 가격도 나옵니다. 물론 이 연유공급소까지 길찾기 안내를 받을 수 있고, 마음에 들면 내가 좋아하는 연유공급소 목록에 올릴 수 있습니다.
북한의 시장화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사람과 물자의 신속하고 정확한 이동을 보장할 차량이 중요해집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체계적인 연유공급소 망이 확보돼야겠죠.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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