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은 '미중 반도체 전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지난 몇 년동안 정치, 경제, 군사적인 측면에서 힘겨루기를 벌여왔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전세계를 놓고 두 나라가 벌이는 전략적 경쟁이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관계가 더 악화됐습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이번 사태로 미국이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중국이 그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런 지적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서 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미국과 중국의 싸움이 통신분야까지 번졌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잘 아시는 중국 제1의 통신업체 화웨이에 대해 미국이 제재를 가했습니다. 화웨이가 이동통신 기지국, 지능형 손전화 같은 통신기기와 장비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핵심부품인 반도체가 필요한데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생산업체들에게 화웨이에 반도체를 팔 때 미국 상무부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한 겁니다. 미국 기술을 부분적으로라도 사용한 반도체 기업들은 어느 나라 기업이든 미국 상무부의 수출규제를 받기 때문에, 미국의 이러한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화웨이에 반도체를 팔려는 회사는 많지 않겠죠.
화웨이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는데요, 그렇다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미 올해 초에 미국 정부가 미국 기업들의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을 금지하고 다른 동맹국들과 우방국들에도 협조를 요청했었습니다. 화웨이가 만든 통신기술과 장비의 미국 수출길도 막았구요. 그래서 화웨이도 미국과의 갈등이 더 깊어질 것에 대비해 나름대로 대책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통신기기와 장비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미리 많이 비축해서 미국의 제재에 버틸 수 있는 준비를 해 놓은 것 같습니다. 중국이 자체 기술로 새로운 반도체를 개발, 생산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하지만 화웨이가 과연 세계 굴지의 통신기기와 장비 회사로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르면 내년 초부터 화웨이가 비축해둔 반도체가 바닥나면서 생산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이길지 모르지만, 그 뒤에도 지금과 같은 강력한 제재가 유지되거나 더 강화된다면, 화웨이로서도 버티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중국의 반도체 자체 개발도 미국이 제재의 수위를 높이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이렇게 화웨이의 사정이 어렵게 되면서 세계 손전화 시장의 판도도 변하고 있습니다. 화웨이는 지능형 손전화 생산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면서 한국의 삼성에 이어서 세계 2위로 떠올랐는데요, 올해 4월에서 6월까지만 놓고 보면 전세계 시장에서 5천5백80만 대를 판매해서 삼성보다 앞섰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앞으로 신제품 개발과 생산 경쟁에서 밀리게 됐습니다. 그 빈자리를 중국의 비보와 샤오미 같은 회사들이 메울 수 있겠지만, 한국의 삼성과 LG, 미국의 아이폰도 시장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치열하게 경쟁하겠죠. 물론 화웨이가 선두를 지키던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도 판도변화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화웨이와 경쟁하던 한국 회사들이 바빠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화웨이는 미국의 수출규제를 어기고 북한에 통신장비와 기술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적어도 지난 2016년까지 화웨이가 북한에 손전화 기지국과 안테나, 통신망 통합과 확장, 자동응답 서비스에 필요한 장비들을 공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는 유엔 대북제재 때문에 북한에 통신장비를 수출할 수 없는데, 화웨이가 이런 규정을 잘 지켰는지도 확실치 않습니다.
북한으로서는 화웨이의 앞날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을텐데요, 북한과 중국 사이의 이동통신 협력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변할지 궁금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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