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북한의 손전화 조기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조선중앙TV에 나온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아이들을 올바로 키우려면 가정에서부터 부모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안내하는 내용이었는데요, 무엇보다 아이들과 함께 놀이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더군요. 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와서 엄마에게 보여주는데 손전화로 누군가와 열심히 얘기하던 엄마는 아이를 외면하고 돌아서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엄마와 아이의 연기도 자연스러웠지만 그 모습이 어디서 많이 본 듯 해서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습니다.
사실 손전화가 널리 보급되면서 부모나 자식이나 손전화에 빠져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졌죠. 부모들조차도 손전화 게임에 재미가 들려서 시간가는 줄 모르는데 아이들은 어떻겠습니까. 아이들이 자꾸 와서 뭘 해달라고 귀찮게 구는 게 싫어서 아예 손전화를 쥐어 주고 갖고 놀게 하는 부모들도 있을 겁니다. 세계 어디를 가든 이런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게 사실 좋은 건 아닙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성장하는데 이렇게 부모와 아이가 각자 따로 놀면 보이지 않는 문제가 생기겠죠. 조선중앙TV도 이점을 강조했습니다. 혼자서도 잘만 노는데, 지금 바빠 죽겠는데, 이러면서 아이에게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아이는 점점 자기 세계에 빠져서 주위 환경에 무관심해지고 새 환경에 빨리 익숙해지지 못하게 된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서 눈에 띄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북한 고등교육도서출판사에서 손전화에서 쓸 수 있는 조기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건데요, 영유아에서 한 살까지 아이들이 대상입니다. ‘어린이 키우기 교실’이란 이름의 이 프로그램은 어린이 키우기와 어린이 평가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어린이 키우기 편에는 성장발달과 특성, 보육관리, 조기교육, 영양관리에 관한 정보가 들어있고, 어린이 평가는 편에는 몸무게, 머리둘레, 키, 지능평가 항목이 들어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린이 키우기 편에서는 아이를 키우면서 궁금한 내용을 쉽고 편리하게 찾아볼 수 있게 자료를 정리해 놓았다는 거겠죠. 그리고 어린이 평가 편은 내 아이의 성장과 발달 과정을 세밀하게 관찰해서 어떤 특징이 나타나는지, 특별히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아볼 수 있게 해 놓았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이 프로그램을 직접 써보지 못해서 보도된 내용만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요, 분명한 것은 북한에서도 자식 교육은 부모들의 큰 관심사일 수밖에 없고,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방법으로 내 아이의 성장과 발달을 돕고 싶어 한다는 사실일 겁니다.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이런 부모 마음을 알고 이런저런 응용 프로그램을 계속 내놓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따로 선생님을 불러서 가르칠 만큼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손전화 응용 프로그램이 계속 나온다면 크게 기뻐하겠죠.
좀더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부모들이 각자 궁금한 사항들을 질문하고 자기가 알고 있는 정보와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이런 응용 프로그램에 마련돼야 할 겁니다. 응용 프로그램에서 만난 부모들이 따로 찻집에 모여 얘기를 나누고, 교육자료나 장난감을 서로 팔고 사거나 기부하는 게 가능하다면 큰 도움이 되겠죠. 또 교육 전문가의 강의 동영상을 볼 수 있거나 전문가에게 직접 조언을 구할 수 있는 기능이 있으면 더 좋을 겁니다. 손전화 응용 프로그램이 사람과 사람의 만남과 관계를 더 촉진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