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위챗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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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은 '미국과 중국의 위챗 분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들 중에 위챗을 써보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중국에서는 웨이신이라고 부릅니다. 한국에서는 카카오톡, 중국에서는 위챗이 손전화의 음성통화와 통보문 서비스를 장악하고 있는데요, 북중 국경지역에서 중국 손전화로 카카오톡과 위챗을 쓰는 북한 주민들이 꽤 있습니다. 한국이나 중국에 있는 사람들하고 연락할 때 아주 편리하죠. 말하자면 압록강과 두만강 근처에서 한국과 중국에 국제전화를 걸 수 있다는 건데요, 중국 손전화 데이터 전송서비스에 연결만 할 수 있으면 비싼 국제전화 요금을 낼 필요가 없습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도 위챗으로 북한에 있는 가족들과 연락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손전화를 도감청한다는 건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죠.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낼 때도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고 당연히 당국의 감시망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중국의 위챗이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나 봅니다. 물론 중국 당국이 마음 먹고 감시하겠다면 어려울 게 없겠지만, 적어도 북한 당국의 감시망에서는 벗어날 수 있으니까요. 위챗으로 받은 문자와 동영상을 그 자리에서 보고 바로 지우기도 하고, 아예 단속이 뜸해지는 밤에 위챗을 내려받아 쓰고 낮에는 다시 손전화에서 지워버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어쨌든 위챗은 국경지역 북한 주민들에게 친근한 손전화 앱인데요, 이 위챗이 미국과 중국 사이 힘겨루기의 한복판에 서게 됐습니다. 미국 정부가 위챗을 운영하고 있는 중국 통신회사 텐센트에 제재를 가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이 조치에 따라서 미국 기업들은 텐센트와 거래할 수 없게 됐고, 위챗도 더이상 미국에서 쓸 수 없게 됐습니다. 미국 애플사가 생산한 아이폰에서 위챗을 더이상 사용할 수 없는 겁니다. 미국 기업들이 위챗에 올렸던 광고도 더이상 볼 수 없게 됐습니다.

미국 정부는 위챗으로 미국인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어서 심각한 보안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중국 정보통신기업에 대한 견제 전략도 숨어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난 주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을 다루면서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된 사연을 설명해 드렸는데요, 그 뒤를 이어 텐센트의 위챗을 미국이 정조준하고 있는 겁니다.

화웨이가 통신기기와 장비 생산으로 세계 시장을 잠식했다면, 텐센트는 지능형 손전화 메신저와 인터넷 서비스, 게임, 전자결자를 통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음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중국시장을 발판으로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려던 텐센트에게는 미국의 제재가 큰 걸림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위챗을 매개로 중국시장을 공략하던 미국 기업들도 당장 마땅한 대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중국에서는 손전화 전자결제가 이미 일상화됐는데, 위챗에 연결된 위챗페이도 그 중에 하나입니다. 미국 기업들이 이 위챗페이에 더이상 접근하지 못하면 중국시장에서 영업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습니다. 중국의 위챗 사용자가 11억 명에 달하고 해외 이용자도 1억 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의 여파가 얼마나 클지 짐작이 갑니다.

미국 법원이 위챗 사용자들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여 위챗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제재는 법정공방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위챗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예단할 수 없는데요, 경우에 따라서는 북한 가족들과 위챗으로 연락하던 해외 탈북자들이 불편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