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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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은 '온라인 추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10월1일은 한민족의 명절, 추석이었습니다. 모처럼 온가족이 모여 추석 음식을 함께 먹으면서 정을 나누고 조상들을 기억하는 시간입니다. 한국에서는 추석날 뿐만 아니라 그 앞뒤날까지 공휴일로 지정해서 연휴를 보냅니다. 올해는 추석이 목요일이었는데요, 수요일과 금요일도 공휴일이어서 주말까지 합하면 닷새를 쉴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휴가를 며칠 더 내서 추석 연휴를 길게 즐기는 사람도 있고, 이 기회에 해외로 여행을 가는 사람들도 많은데,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때문에 해외 여행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저는 미국에 살아서 한국의 들뜬 추석 분위기를 느낄 수 없지만, 송편을 사다 먹으면서 가족끼리 잠깐 추석의 느낌을 즐겼습니다.

북한도 추석 명절을 지내고 있죠. 가족들이 모여서 음식을 나눠 먹고 성묘를 가는 건 한국과 별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한국과는 달리 추석날 하루만 쉬는 건 좀 아쉽겠지만 말입니다. 한국은 명절이 되면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납니다. 주로 시골에 계신 부모님 집으로 자식들이 모입니다. '민족의 대이동'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전국에서 사람들이 움직이기 때문에, 도로는 차로 꽉 막히고 평소 서너시간 걸리던 거리도 열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추석 풍경이 많이 변했습니다. 감염자가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에, 올해 만큼은 추석이라도 사람 만나는 일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는 방역 당국의 당부가 있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아예 문을 닫은 묘지들도 있었고, 성묘를 할 수 있는 경우에도 간단히 차례만 지내고 떠나야 했습니다. 묘 앞에서 차례음식을 나눠 먹는 것도 방역을 위해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묘지에 오지 않고 인터넷으로 성묘를 대신 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묘지들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조상의 묘를, 화장을 했을 경우에는 봉안당의 모습을 화면에 띄운 다음에, 차례상을 차리고 조상에게 꽃을 바치는 겁니다. 물론 실물이 아니라 모두 화면에 나와 있는 사진으로 대신하기 때문에 어색하고 답답하지만 이렇게라도 성묘를 하려는 자식들의 마음이 읽혀집니다.

어떤 봉안당들은 조상들께 보내는 손전화 통보문을 받아서 전광판에 올리고, 이걸 카메라로 찍어서 인터넷으로 실시간 중계해주는 서비스를 해줬습니다. 추석 연휴기간동안 문을 닫은 국립묘지에서는 유가족들의 신청을 받아서 직원들이 대신 묘지에 참배하고 그 모습을 담은 사진을 손전화로 유가족들에게 보내줬습니다. 어떤 부모들은 혼자서 차례를 지내는 모습을 손전화 화상통화로 자식들에게 보여줬습니다. 차례상이 바로 앞에 있지는 않지만 자식들도 손전화 화면을 보면서 같이 절을 하고 추석음식을 먹었습니다.

자식들이 부모님을 직접 찾아뵙지는 못했지만, 손전화 화상통화로 추석 인사를 대신하는 집들도 많았습니다. 화상통화에 연결하면 부모와 자식들의 얼굴이 한 화면에 뜨기 때문에 온가족이 얼굴을 확인하고 인사를 나눌 수 있습니다. 요양시설에 있는 노인들은 코로나 감염 고위험군에 속하기 때문에 이번 추석에도 가족들의 면회가 금지됐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통신회사들은 손전화를 대형화면으로 연결해서 노인들이 화면으로나마 편하게 가족들의 얼굴을 볼 수 있게 도왔습니다. 손전화로 영상편지를 만들어서 자식들에게 보내는 부모들도 있었습니다. 손전화 조작에 어두운 노인들을 위해 공무원들이 방문해서 손전화로 동영상을 찍어주면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이 영상을 전송한 겁니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명절마저 비대면 방식으로 지내게 됐습니다. 그나마 손전화 통신기술이 발달해서 화면으로나마 조상의 묘를 찾고 부모님의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이런 마음을 어떻게 살피고 도왔는지 궁금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