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돈 전송금지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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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은 '전화돈 전송금지 조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외부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한에서 전화돈 쓰시는 분들 많이 계시죠. 매달 200분 기본 통화시간을 쓰고 나면 150원의 전화돈이 들어오는데, 통화시간 1분에 4원 정도 차감되니까 통화시간으로 치면 35분 정도가 되겠네요. 같은 손전화 통화시간인데 이걸 굳이 돈처럼 원 단위로 바꿔 놓아서 복잡해졌는데요, 어쨌든 손전화 사용자 입장에서는 기본 200분에 더해서 35분이 더 들어오는 거니까 나쁠 거 없습니다.

그런데 이35분 분량의 통화시간, 그러니까 전화돈 150원을 손전화 사용자들이 서로 전송할 수 있게 북한 당국이 해 놓았죠. 이미 2010년대 초반부터 통화시간 전송이 가능했다고 들었습니다. 전화돈 전송은 한번에150원까지 할 수 있고 그 때마다 전화돈4원을 수수료로 떼입니다. 전화돈 100원이 1달러 정도에 거래되니까 사실 엄청난 액수는 아닙니다. 전화돈을 열 번 전송해 봐야 수수료까지 떼고 나면10달러도 안되니까요. 하지만 북한에서 가족과 친지, 친구에게 보내는 선물로는 꽤 괜찮은 액수입니다. 신종 코로나 감염증 사태로 북한 주민들의 이동이 철저히 통제되면서, 다른 지방에서 열리는 잔치에 직접 가지 못하고 전화돈을 선물로 보내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북한 당국에서는 이 전화돈을 공식적으로 '통화요금'이라고 부르던데요, 이건 전화요금을 받는 입장에서 볼 때 그렇다는 거고, 손전화를 사용하는 가입자 입장에서는 전화돈이 훨씬 더 쓰임새에 맞는 용어로 보입니다. '손전화에서만 통용되는 돈' 정도의 의미인데, 누가 지었는지 참 잘 지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자유아시아방송에서 단독으로 취재한 기사를 보니까, 북한 당국이 올해 7월부터 전화돈 전송을 막았다는군요. 벌써 석달이 넘은 건데, 바깥에서는 이런 북한 내부소식이 전해지기 전까지는 알 방법이 없습니다. 원래대로 매달 기본 200분을 쓰고 나면 전화돈 150원이 들어와서 35분 정도 통화시간을 더 쓸 수는 있지만, 이 전화돈을 더이상 남에게 보낼 수 없게 됐다는 겁니다.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빠르고 간편하면서 정확하게 송금할 수 있는 수단이 사라지게 됐습니다. 북한 은행은 오래전부터 주민들의 신뢰를 잃어서 은행을 통한 송금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죠. 은행에 돈을 맡겨도 온갖 이유를 대면서 돌려주지 않았으니까요. 요즘에는 북한 당국도 은행의 신용을 높이기 위해서 주민들이 맡긴 돈을 제대로 내주라고 지시하고 있고, 전성카드를 통해서 사실상 송금을 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은행 지점망이 지방 소도시와 작은 마을까지 뻗어있지 않으면 은행을 통한 송금은 아주 불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은행이 있는 곳까지 어렵게 가더라도 문 여는 시간이 제멋대로이고, 사람이 많아 줄을 길게 서야 한다면 은행에 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질 겁니다.

그런 점에서 전화돈은 손전화만 있으면 언제 어느 곳에서도 편리하게 받을 수 있고, 전화돈 장사꾼이나 전화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팔면 금방 현금으로 바꿀 수 있어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군대에 아들을 보낸 부모들이 전화돈을 많이 이용한다고 들었는데요, 군대 상사나 군부대 근처 장사꾼에게 전화돈을 보내서 아들에게 먹을 것을 좀 주라고 부탁한다고 하죠. 군대 상사에게 뇌물을 줄 때도 아주 편리한 수단이구요.

북한의 손전화 이용자 수는 6백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데요, 전국민의 20%가 넘는 사람들이 손전화를 쓰고 있으면 당국도 함부로 손전화 사용을 금지하거나 강제로 가입을 해제시킬 수 없을 거라는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많았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전화돈 송금금지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예상은 별로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조차도 북한 전화돈에 대해 관심 갖는 사람이 많지 않았으니까요.

다음 시간에는 이번 조치의 의미를 좀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