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돈 현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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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은 '전화돈 현금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저는 북한 전화돈을 연구하면서 이게 과연 말그대로 돈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지금은 손전화에서만 통용되는 돈이지만, 북한이 모바일 머니, 그러니까 손전화 전자지갑 제도를 도입하면, 실제로 내 손전화에 돈을 쌓아둘 수 있고 이 돈을 다른 사람에게 보낼 수도 있으니까요. 중국에서는 이미 모바일 머니가 없으면 일상생활이 불편해질 정도로 모바일 머니가 널리 보급됐습니다. 북한도 옆나라 중국의 사례를 깊이 연구하고 기술적인 도움을 받고 있을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미국의 북한경제 전문가 한 분은 상당히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 분도 북한경제를 수십년동안 연구했는데, 일단 전화돈이 돈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시더군요. 돈은 원래 교환수단, 가치척도, 가치저장, 이런 역할을 하는데, 전화돈이 교환수단과 가치척도의 역할은 어느 정도 하는 거 같지만, 가치저장의 역할을 제대로 하겠냐는 거였습니다.

물건을 살 때 그게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전화돈으로 환산해서 전화돈으로 지불할 수는 있지만, 달러를 쌓아놓듯이 전화돈을 쌓아놓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거라는 지적이었습니다. 달러가 있는데 굳이 불편하게 전화돈을 쌓아 둘 이유도 없고, 전화돈을 쌓아놓는 사람이 있더라도 액수는 그렇게 많지 않을 거라는 얘기인데,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보도를 보면 돈주들이 몇 천달러어치의 전화돈을 손에 쥐고 장사를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물론 되팔 목적이기는 하지만 상당한 액수의 전화돈을 쌓아놓았다는 거죠. 그래서 그 미국 전문가도 자기가 생각했던 거 보다 훨씬 더 큰 역할을 전화돈이 하고 있었던 거 같다면서 놀라더군요.

문제는 전화돈의 현금화입니다. 전화돈이 손전화 통화시간의 기능만 하면 안 되고 제대로 현금의 역할을 해야하는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전화돈 전송이 꼭 필요합니다. 한 발 더 나아가서 전화돈을 공식적으로 현금으로 바꿔주는 곳이 필요합니다. 자유아시아방송 보도에 따르면 북한 은행이 최근까지 이런 역할을 해줬습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나 봅니다. 7월부터 전화돈 전송을 제한 또는 중단하고 은행에서 해주던 현금화도 중단했습니다.

제가 전화돈과 모바일 머니를 설명하면서 아프리카 케냐의 사례를 여러번 말씀드렸는데요, 케냐의 경우에는 손전화에 들어온 모바일 머니를 현금으로 바꿔주는 봉사소를 세우고 봉사인력을 훈련하는데 엄청난 투자를 했습니다. 지방에도 마을마다 봉사소를 열어서 케냐 어디를 가든지 이 봉사소 간판을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봉사소 직원들은 현금을 받고 모바일 머니를 채워주거나 모바일 머니를 받고 현금을 내주는 일을 했는데, 지방으로 갈수록 현금으로 바꿔달라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도시에 나간 자식들이 지방에 있는 부모들에게 모바일 머니를 많이 보내줬기 때문이죠. 그래서 지방의 봉사소들은 현금이 금방 부족해지기 때문에 현금이 남는 봉사소들에서 현금을 옮겨주는 전문 인력도 배치됐습니다. 이런 체계적인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에 케냐의 모바일 머니는 국민들의 인기를 끌면서 급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은 이 정도의 목표와 계획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많지도 않은 은행 지점에서 전화돈 현금화를 해주고, 그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중단해 버렸습니다. 은행마다 사정이 달랐겠지만, 전화돈 충전은 외화로 받고, 현금화는 북한 원화로 내준다면 북한돈이 금방 부족해졌을 겁니다. 북한 당국이 이런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지, 해결할 의지는 있는지 두고 볼 일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