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와 북한의 손전화 통화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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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 '코로나 사태와 북한의 손전화 통화시간'입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주민들의 최근 손전화 사용실태를 조사한 특집 보도를 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북중 국경이 막히고 주민들의 이동도 제한되고 장마당 경기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손전화 사용도 이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경제사정이 나빠지면서 손전화 요금도 부담이 많이 되겠죠.

석 달에 한 번 국돈 3천 원정도 내면 한 달에 통화시간 200분, 통보문 20개를 쓸 수 있는데, 여기까지는 그래도 견딜만 할 겁니다. 탈북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북한 주민들은 분명히 석 달마다 3천 원이라는 요금을 내는데도 무료로 통화시간과 통보문을 받는다는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요금부담이 크지 않다는 뜻이겠죠. 계산을 해보면 석 달에 3천 원이니까, 한 달에 1천 원 내는 셈이고, 이걸로 200분 통화시간을 받으니까 결국 1분 당 5원밖에 안하는 셈입니다.

하지만 기본 통화시간과 통보문을 다 쓰고 나면 요금이 껑충 뛰죠. 선불 충전요금이 분당 280원이란 증언이 나왔는데요, 그럼 50배가 넘게 요금이 오르는 건데, 코로나 사태로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아진 사람들은 전화카드를 살 엄두가 안 나겠죠. 할 수 없이 한 달 200분 안에서 통화시간을 아껴쓸 수 밖에 없는데요, 2010년대 초반 북한에 고려링크 손전화 봉사가 일반주민들에게 퍼질 때로 다시 돌아간 느낌입니다.

당시에는 고려링크의 합작투자 회사인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이 공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그 때 고려링크 가입자들의 월평균 통화시간이 300분 정도에 그쳤습니다. 기본 200분을 쓰고 난 다음에 추가요금을 내고100분 정도 더 썼다는 얘기인데, 평균이 그렇다는 거구요, 돈이 없는 사람은 통화시간 충전을 제대로 못했겠죠.

그 당시에 탈북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일반 주민들은 통화를 가능한 한 짧게 해서 어떻게든 통화시간을 아껴썼습니다.

손전화로 이런저런 잡담을 할 여유가 전혀 없었던 거죠. 기관이나 기업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사무실에 있는 유선전화를 쓰면서 돈을 아꼈습니다. 손전화가 걸려오면 발신자에게 사무실 유선전화로 다시 걸라고 했다는 겁니다. 손전화에서 유선전화로 걸면 손전화끼리 통화하는 것보다 요금을 두 배로 물었습니다. 그래서 상대방 전화번호가 유선전화이면 공중전화나 개인 유선전화로 전화통화를 했다고 합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데도 체면 때문에 남들에게 보이려고 무리하게 손전화를 사는 사람들도 있었는데요, 이런 사람들은 손전화를 사느라 이미 수백 달러를 썼기 때문에 통화시간 충전 요금을 낼 여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기본 통화시간 200분을 쓰고 나면 손전화는 아무 소용이 없었지만, 그래도 멋을 부리려고 손전화를 들고 다녔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어디서 고장난 손전화를 구해 들고 다니면서 자랑했다고 하구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손전화 카드는 아주 손쉬운 뇌물이 됐습니다. 상사들이 대놓고 수백 분씩 충전카드 통화시간을 전송하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렇게 요구를 하지 않아도, 상사가 자기 기본 통화시간이 끝났다고 자꾸 떠들고 다니면,

아랫사람들은 상사에게 잘 보이려고 알아서 통화시간을 쏴주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보신 분들이 꽤 계실텐데요, 거기에서도 주인공 남녀가 배를 타고 서해로 나가서 탈북하려다 붙잡혔을 때 손전화 카드를 뇌물로 바치는 장면이 나옵니다.

코로나 사태로 전세계는 비대면 활동이 크게 늘면서 손전화로 일상생활의 상당부분을 해결하는 추세입니다. 당연히 손전화 통화량도 크게 늘었습니다. 사용자들의 편의를 고려한 요금체계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김연호,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