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 '코로나 사태와 손전화 구입'입니다.
지난 주 미국 사람들은 추수감사절 연휴를 보냈습니다. 한민족의 추석에 해당하는 명절인데요, 온가족이 모여 추수감사절 음식을 나눠 먹고 즐거운 시간을 갖습니다. 작년에는 코로나 사태로 대부분 꼼짝 못하고 집에 있어야 했지만, 올해는 백신 접종 덕분에 가족모임이나 여행에 제한이 없었습니다.
미국은 추수감사절 전후로 상점들마다 값을 크게 할인해서 물건을 팝니다. 한 해가 넘어가기 전에 그 해의 재고량을 최대한 줄이고 실적도 올리겠다는 거죠.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반가운 일인데요, 그동안 선뜻 사지 못했던 최신형 손전화나 컴퓨터를 큰 맘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많게는 2~3백 달러까지 절약할 수 있으니까요. 요금을 한번에 다 내기 싫으면1~2년동안 나눠낼 수도 있습니다.
북한의 사정은 어떤가요. 평소에도 이런 할인 행사를 꿈꾸기 어렵죠. 판매자가 물건을 경쟁적으로 싸게 내놓는 이유는 말그대로 다른 경쟁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면 최대한 가격을 높게 매겨서 이윤을 맛보겠죠. 북한이 그렇습니다.
고려링크의 합작회사 오라스콤, 이집트 통신회사인데요, 이 회사가 손전화 단말기 판매사업에 참여하고 싶어했지만 북한 당국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2008년 말에 고려링크 서비스가 처음 시작됐을 때 손전화 단말기 한 대에 1천 달러까지 한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북한 당국이 중국에서 이미 유행이 지난 구식 손전화를 들여와서 북한산으로 둔갑시킨 다음에 수백 달러의 이윤을 붙여서 팔아 먹었습니다.
북한이 평양에 지능형 손전화 생산공장을 세운 다음에도 손전화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북한 주민들이 지능형 손전화를 새로 살 여력이 별로 없는데도 평양2417은 3백 달러가 넘고 진달래는 6백 달러가 넘습니다. 한국이나 미국 기준에서는 구형 모델인데도, 최신형의 값을 받고 있는 겁니다. 북한에서도 다른 나라에서 생산한 손전화를 자유롭게 수입할 수 있다면 가격이 순식간에 떨어지겠죠.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 사태 때문에 중국에서 수입해 오는 손전화도 없고, 그나마 있던 북한산 지능형 손전화도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바람에 봉사소에 가도 사기 어려워졌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최근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요즘 북한에서 손전화 서비스에 새로 가입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벌이가 시원치 않다 보니 새로 손전화를 장만하기가 쉽지 않겠죠. 오히려 원래 갖고 있던 손전화를 팔아서 현금을 챙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주머니 사정이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뜻이겠죠.
장사 때문에 손전화 쓸 일이 많은 사람들은 손전화를 두세 대 갖고 다닙니다. 비싼 추가요금을 내는 것보다 손전화마다 매달 200분씩 들어오는 기본 통화시간을 쓰는 게 더 낫기 때문입니다.
손전화를 한 대도 아니고 두세 대 갖고 있다는 걸 은근히 보여주면 거래 상대방에게 재력을 과시하기에도 아주 좋죠. 하지만 요즘같은 상황에서는 잘 안 쓰는 손전화를 계속 갖고 있느니 팔아서 수백 달러를 챙기는 게 훨씬 나을 겁니다. 돈주들 중에는 나중에 더 비싼 값으로 되팔 속셈으로 이렇게 시장에 흘러나오는 손전화를 싸게 사들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들도 장사꾼들이라 나중에도 상품가치가 높게 유지될 수 있는 고급 손전화를 주로 사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손전화를 잠깐 맡기고 돈을 융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나중에 손전화를 다시 찾아갈 때는 비싼 이자에 해당하는 만큼 더 많은 돈을 내야겠죠. 이런 경우에는 싼 손전화도 받아주겠네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진행 김연호,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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