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한국의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과 손전화’입니다.
지난주말 한국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카타르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한국이 강호 포르투갈을 이기고 조 2위로 뛰어 올라 예선을 통과했습니다. 한국이 속해 있던 조는 포르투갈과 우루과이, 가나까지 포함해서 모두 네 나라였는데요, 모두 한국에게는 버거운 상대였습니다. 우루과이에 무승부를 거뒀을 때만해도 16강 진출의 가능성이 열리는듯 했지만, 가나에 3대2로 패한 뒤에는 한국이 조별 예선에서 떨어질 거라는 예상이 우세했습니다. 그나마 해볼만 하다던 가나와의 경기에서 진 뒤에 조 4위, 그러니까 꼴등으로 주저앉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마지막 조별 경기 상대는 강호 포르투갈이었는데, 한국이 16강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포르투갈을 이겨야 했습니다. 한마디로 기적을 바래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한국이 경기 초반 무기력하게 첫 골을 내줬지만, 추가 실점을 허용하지 않고 결국 동점골과 역전골을 넣었습니다. 역전골은 경기종료 불과 몇 분을 남기고 터졌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에게는 그 감동이 대단했습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자 한국 선수들과 응원단 모두 눈물을 펑펑 쏟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습니다.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 결과가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국 선수들과 응원단 모두 흥분을 가라앉히고 지능형 손전화를 꺼내 들었습니다. 우루과이가 가나를 2대0으로 이기고 있었습니다. 이대로 경기가 끝난다면 한국이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하겠지만, 만약 우루과이가 한 골이라도 더 넣으면 한국이 떨어지고 대신 우루과이가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우루과이 선수들은 남은 경기시간 7분동안 죽을 힘을 다해 뛰었습니다. 하지만 경기는 2대0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지능형 손전화로 우루과이와 가나 경기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한국 선수들과 응원단은 그제서야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의 16강 진출이 확정됐기 때문입니다. 경기가 끝나고 대부분의 관중이 떠난 자리에 남아서 선수들과 가슴을 졸이며 기다렸던 한국 응원단도 환호성을 올렸습니다. 그들에게는 이 때만큼 손전화가 고마운 적이 아마 없었을 겁니다.
한국이 16강에서 만날 상대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브라질입니다. 브라질에는 세계적인 선수들이 즐비하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유명한 선수는 네이마르인데요, 이 선수의 지능형 손전화 배경화면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인터넷 사회관계망에는 월드컵 경기장에서 다른 팀들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네이마르의 사진이 많이 올라와 있는데, 자세히 보면 네이마르가 쥐고 있는 손전화의 배경화면에 월드컵 우승컵 이 담겨 있었습니다. 네이마르가 얼마나 이번 월드컵의 우승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16강부터는 경기에서 지면 바로 탈락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브라질을 상대로 한 경기에서도 다시한번 기적을 바래야 하는 한국 사람들은 네이마르의 손전화 배경사진이 달갑지 않습니다. 브라질에 “살살 좀 합시다”, “대충합시다” 이런 농담반 진담반의 댓글을 남기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북한은 이번 카타르 월드컵 경기들을 녹화중계하고 있습니다. 국제축구연맹이 한국 방송사들로부터 중계권을 양도받아서 북한에 넘겨줬다고 합니다. 방송 중계권을 얻으려면 엄청난 돈을 줘야 하지만 북한의 경우는 인도적 차원에서 국제축구연맹이 무상으로 중계권을 준 겁니다. 하지만 북한은 경기장을 둘러싼 한국 기업의 광고판과 관중석에 나온 태극기를 모자이크 처리해서 방송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