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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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은 '대학 입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2월3일, 그러니까 지난주 목요일은 한국에서 대학 수학능력시험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대학 교육과정을 얼마나 잘 따라갈 수 있는지 그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입니다. 국어와 영어, 수학, 한국사, 사회, 과학, 제2외국어와 한문, 이렇게 여러 과목으로 나눠서 학생들의 실력을 평가합니다. 중간에 휴식시간과 점심시간이 있기는 하지만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거의 9시간동안 시험장에서 시험을 봅니다.

대학 수학능력시험은 줄여서 수능시험이라고 부르는데요, 전국에서 수많은 수험생들이 한날 한시에 보기 때문에 그만큼 각자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비교평가할 수 있습니다. 시험성적은 12월23일에 수험생들에게 개별적으로 통지됩니다. 학교나 지역 교육청에 가서 성적표를 받을 수 있고, 성적 평가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자기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시험성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능시험은 공정성을 생명으로 합니다. 누구나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똑같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고, 일부에서 부정한 방법을 쓰려는 유혹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특히 시험문제가 사전에 유출되지 않도록 극도의 보안조치들을 취하고 있습니다. 시험문제는 대학교수와 고등학교 교사 수백 명이 출제하는데요, 시험이 끝날 때까지 비밀장소에 모여서 작업합니다. 이 기간동안 출제위원들은 외출할 수 없고 가족들과 연락도 금지됩니다. 물론 손전화는 처음부터 가지고 들어갈 수 없고 다른 통신 수단도 접근할 수 없습니다.

시험장 부정행위도 철저하게 막고 있습니다. 당연히 손전화를 포함해서 휴대용 전자기기들, 예를 들면 디지털 카메라나 전자사전, 전자시계, 전자계산기, 심지어 이어폰도 시험장에 가지고 들어갈 수 없습니다. 시험을 보면서 시간이 얼마나 남았나 확인은 해야겠죠. 그래서 시계는 가지고 갈 수 있는데, 시계바늘이 있는 아날로그 시계만 가능합니다.

오로지 자기 머리에서 나오는 실력으로만 시험을 치르게 하고, 계산기나 사전, 인터넷으로 몰래 답을 찾는 행위를 막겠다는 겁니다. 전에 어느 탈북자로부터 들은 얘기인데요, 2009년 김일성 대학에서 진급시험을 치를 때 손전화로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합니다. 시험을 먼저 끝내고 나간 학생들이 교실에 남아서 계속 시험을 보던 친구들에게 손전화 통보문으로 시험문제의 답을 보내줬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사실이 교수들에게 적발돼서 관련 학생들이 모두 처벌받고, 김일성 대학 교내에서 손전화 사용도 금지됐다고 하는데요,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북한은 한국의 수능시험처럼 전국에서 동시에 수십만 명이 보는 대학입학시험은 없죠. 대신 군단위로 예비시험을 본다고 들었습니다. 예비시험 결과를 가지고 학교의 추천을 받아서 대학 입학시험을 보는데, 1중학교나 외국어학원, 예술학원 같은 특별한 고급중학교를 졸업해야 좋은 대학에서 입학시험을 치를 수 있습니다. 한국은 수능시험 성적을 받은 뒤에 각자 원하는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데, 북한은 지역 할당제 때문에 그럴 수 없습니다. 물론 출신성분도 중요하겠죠.

북한도 2015년부터 객관식 시험과 자동채점 체제를 도입했습니다. 수험생들이 컴퓨터로 시험을 치르고 성적도 곧바로 알 수 있게 한 겁니다. 하지만 합격자들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수능시험이 끝난 뒤 5일동안 문제와 정답에 대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이의신청을 받은 뒤에 정답을 확정합니다. 대학별 시험은 각 대학이 주관하는데, 경쟁률과 합격자의 수능시험 성적 평균과 같은 객관적인 자료들이 공개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