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북한의 원격교육과 김책공대’입니다.
최근에 북한 관영매체를 보니까, 북한의 기관, 기업체에서 많은 중간관리들이 원격교육 체계로 선진 과학기술을 배우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국가계획위원회, 기계공업성, 국가과학원, 국토환경보호성 같은 중앙기관 일꾼들이 이런 원격 재교육을 많이 받고 있나 봅니다. 공장과 기업체 중에는 북창화력발전연합기업소와 평양기초식품공장, 평양건설기계공장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습니다. 모두 북한 관영매체에서 모범적인 기업소와 공장으로 자주 등장하는 곳들이죠. 이 밖에도 각 지역 인민위원회 같은 정권기관들도 중간관리들에게 원격교육을 통해 과학기술을 배우게 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원격으로 재교육을 받은 중간관리들이 올해 1만 명을 넘었습니다. 교육사업인 만큼 대학에서 주도하고 있는데, 여기에 참여하는 공장 일꾼들을 ‘일하면서 배우는 노동자 대학생’이라고 부르더군요. 김책공업종합대학의 원격교육 학부에서는 올해 원격과정안과 수십 개 학과목들의 강의안을 갱신해서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았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이 대학과 공장, 기업소, 기관들을 하나로 묶어 선진 과학기술을 현장에 보급하려고 상당히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방침은 북한에서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경제재건 사업이 한창일 때부터 이미 나타났습니다. 역사가 꽤 오래됐죠. 그때도 원격교육이 실시됐는데, 우편과 라디오를 활용했습니다. 당연히 지금에 비하면 교육자료를 받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실시간 쌍방향 소통은 꿈도 꿀 수 없었겠죠.
지금은 컴퓨터와 손전화가 북한의 원격교육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김책공업종합대학에서는 리상이라는 이름의 홈페이지를 내부 컴퓨터망에 만들어서 경제지도 일꾼들의 재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첫 화면을 보니까, 공장대학 교육, 재교육, 강습, 학습 일원화, 요청강의, 자체학습, 직결시험, 학습교류, 이렇게 다양한 선택 사항들을 올려 놓았더군요. 공장대학 교육이 따로 올려져 있는 걸 보면, 기술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요청강의는 말그대로 현장에서 요청하는 내용으로 강의를 만들어서 홈페이지에 올려준다는 뜻이겠죠. 그리고 이 홈페이지에서 교육생들이 시험도 치르고 있습니다. 김책공대는 원격교육생들을 위해 시험장이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자체학습과 학습교류가 있는 걸 보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자료도 올리고 교육생들끼리 서로 정보도 주고받을 수 있나 봅니다.
김책공대의 원격교육은 판형컴퓨터와 지능형 손전화로도 받을 수 있습니다. 컴퓨터실에 가서 헤드폰을 끼고 컴퓨터 화면 앞에 앉아야 하는 불편을 피할 수 있겠죠.
북한의 원격교육은 코로나 사태로 더 탄력을 받아 발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방역과 교육을 동시에 잡을 수 있기 때문이죠. 원격교육에는 상당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교육을 하는 쪽과 받는 쪽 모두 시설과 장비를 갖춰야 하고, 원격교육에 맞는 다양한 기법들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교육내용이 들을만 한 알맹이가 있느냐도 중요하겠죠. 원격교육과 대면교육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것도 큰 과제입니다. 코로나 사태 동안에는 방역을 위해 어쩔 도리가 없었지만, 원격교육에만 의존했을 때 생기는 역효과들도 상당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상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