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 ‘북한의 이동통신 정책’입니다.
북한 노동당 8차 당대회가 지난 13일 끝났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벌써부터 당대회 결론을 학습하기 시작했더군요.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보니까 마스크를 쓴 북한 주민들이 모여서 학습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올렸던데요, 컴퓨터 방으로 보이는 곳에서 큰 화면에 당대회 결론 문건을 올려놓고 간부로 보이는 사람이 설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능형 손전화가 있는 사람들은 작은 화면으로도 당대회 결론을 학습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당대회에서 각 부문별로 북한의 대내외정책에 대한 방향이 제시됐는데요, 경제부문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그동안 실적이 부진했음을 개회사에서 인정했습니다. 특히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추진했지만 목표 달성에 실패한 점에 대해서 김 위원장은 “엄청나게 미달했다”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백성을 하늘처럼 섬긴다는 뜻의 이민위천,정면돌파, 경제문제부터 시급히 풀어야 한다, 이런 여러 말들이 있었지만, 경제를 도약시킬 마땅한 방법은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제재와 신종 코로나 감염증 사태 속에서도 버틸 수 있는 몇몇 부문에 대해서만 발전방향을 제시한 정도였습니다.
이동통신과 관련해서는 지난 주에 잠깐 살펴보았듯이, 통신 하부구조의 기술 발전에 더 속더를 내서 다음세대 이동통신으로 빨리 넘어가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이동통신 뿐만 아니라 체신 부문 전체가 끊임없는 비약과 혁신을 이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아마 지난해 12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채택된 이동통신법이 그 방향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법의 내용을 보면 북한이 이동통신, 주로 손전화와 관련된 기술과 서비스가 될텐데요, 이 부문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굳이 따로 법을 만든 사실 자체가 이를 반증합니다. 북한의 손전화 서비스 가입자는 5~6백만 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전체 인구의 25% 정도가 손전화를 쓰고 있다는 얘기인데요, 100%가 넘는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아주 낮은 수준이지만, 통제사회인 북한에서 이 정도 보급률은 굉장히 높은 편이라고 평가할만 합니다. 문제는 통제와 효율,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느냐겠죠.
일단 북한은 이동통신사업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서비스를 개선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이동통신 시설의 건설과 관리운영, 이동통신망의 현대적 완비, 이런 문제들을 새 이동통신법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동통신기술을 경제 단번도약에 활용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입니다. 이동통신의 다종화와 다양화를 실현하고 이동통신 봉사와 이용에 관한 내용도 이 법에 담겨 있습니다.
법조항들이 자세히 알려지지 않아서 북한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계획의 현실성도 판단할 수 없구요. 하지만 외부에서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북한의 이동통신 기술과 서비스가 진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손전화와 전자결제의 결합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을텐데요, 전성카드와 손전화를 연결해서 전성 전자지불체계를 도입한 사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은 초보적인 단계겠지만, 현금가치가 있는 통화시간 전송에서 모바일 머니로 이렇게 빨리 넘어갈지는 저도 몰랐습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따로 더 다뤄보겠습니다. 어쨌든 북한이 돈주들의 금융 장악에 제동을 걸면서, 사금융을 공식금융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본격적으로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 당국이 땅에 떨어진 국돈의 가치를 올리면서 금융 통제력도 회복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이동통신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거죠.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