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와 위치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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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은 ‘코로나바이러스와 위치추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코로나19, 신형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해서 밀접 접촉한 사람들을 찾아내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보건당국이 밀접 접촉자들에게 빨리 연락해서 검사를 받게 해야겠죠. 확진자의 동선을 따라서 서둘러 소독작업을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확진자 동선 파악에는 손전화에 내장된 위성위치확인시스템, GPS 분석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건강상태가 안 좋은 환자는 자신의 동선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수 있고, 아예 의식이 없는 중환자에게는 동선을 물어볼 수조차 없겠죠. 확진자들 중에는 말못할 사정 때문에 동선을 일부러 숨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손전화 위성위치확인시스템, GPS가 큰 역할을 합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은 말그대로 인공위성에서 나오는 신호를 손전화가 받아서 현재 위치를 파악합니다. 원래 1970년대 미국에서 군사용으로 개발된 건데요, 비행기, 선박, 자동차에 위치 파악과 항로나 길 찾기용으로 탑재되다가 이제는 손전화에도 쓰일 정도로 일반화됐습니다. 손전화에 내장된 위성위치확인시스템을 작동시키면, 내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고, 내가 다녀간 곳들도 기록됩니다.

북한에서도 ‘길동무’와 ‘지름길’이라는 길찾기 앱이 개발됐는데요, 과연 주민들 사이에서 얼마나 널리 쓰이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이 앱을 사용하려면 지능형 손전화가 있어야 하는데, 몇 백 달러씩 하는 지능형 손전화를 일반 주민들이 사기는 어렵겠죠. 지도가 얼마나 자세한 정보를 담고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주로 평양에서만 쓸 수 있는지, 아니면 북한 어디에서나 길찾기 앱을 사용할 수 있는지에 따라 활용범위도 달라집니다.

손전화 위치추적은 기지국들을 이용해도 가능합니다. 대신 위성위치확인시스템보다 정확도가 훨씬 떨어집니다. 손전화는 주변에 있는 기지국과 자동으로 신호를 계속 주고받기 때문에, 통신회사는 손전화가 어느 기지국 주변에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기지국이 촘촘하게 설치돼 있는 도시에서는 위치추적이 상대적으로 더 쉽지만, 지방으로 갈수록 기지국 하나가 관장하는 지역이 넓기 때문에 위치추적의 정확도는 그만큼 떨어집니다. 손전화가 기지국 세 곳과 동시에 신호를 주고받는 위치에 있으면 삼각측량법을 이용해서 더 정확하게 위치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보안원으로 일했던 탈북자는 동료들이 손전화를 ‘고양이 방울’이라고 불렀다고 하더군요. 공무용으로 지급된 손전화는 보안당국의 위치추적을 계속 당하기 때문이었던 거죠.

한국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의 동선을 자세히 공개하는 게 과연 옳은 것이냐는 논란이 있습니다. 확진자의 이름과 주소를 공개하지는 않더라도, 때로는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동선이 있을 수 있고, 동선을 너무 자세히 밝히면 확진자가 누구인지 주변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적인 차원의 질병대처를 위해서는 예외적으로 이런 정보공개가 허용되지만, 평소에는 경찰, 그러니까 보안원들이라도 범죄 수사 목적이 아닌 경우에는 함부로 개인의 손전화 위치추적을 할 수 없습니다. 개인 사생활과 인권보호를 위해 법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싱가폴, 중동의 이스라엘도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비슷한 논란을 겪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도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확진자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인권침해 논란 때문에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