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은 ‘배달과 손전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세계 곳곳에서 실시되고 있습니다. 말그대로 사람 만나기를 자제하다 보니, 한국에서는 식당을 찾는 사람들도 크게 줄었다고 합니다. 제가 사는 미국 워싱턴 지역은 아예 주 정부들이 식당 폐쇄를 명령했습니다. 대신 손님들이 전화 주문을 미리 해놓고 식당에 직접 가서 음식을 찾아갈 수는 있습니다.
집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손전화로 음식 배달을 시키면 되는데요, 한국이나 미국이나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때문에 음식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배달받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가게에 갔다가 다른 사람들한테 감염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죠.
배달을 시켜도 손님과 배달원 사이의 감염 위험이 있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원래는 배달받는 사람이 서류에 서명을 해서 배달사실을 확인해야 하는데요, 요즘에는 배달원이 물건을 집앞에 두고 서명도 받지 않고 가고 있습니다. 주문한 물건이 도착했다고 손전화로 알려주면 되니까요. 물론 결제도 손전화로 가능하기 때문에 대면 접촉이 필요 없습니다. 배달원이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 언제 도착할지 알려주는 지능형 손전화 앱을 개발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업체들도 있습니다.
북한도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력하게 실시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방학도 계속 연장되고 있는데요, 손전화로 동네 매대집이나 식당에 전화해서 배달 봉사를 받는 사람들도 있을 거 같습니다. 사실 북한도 손전화가 널리 보급되고 서비차가 많이 돌아다니면서 배달 봉사도 많이 늘었습니다. 떡이나 반찬도 배달되고, 여름에는 시원한 농마국수, 한국에서는 냉면이라고 부르는 국수를 배달해서 먹을 수 있죠. 농마국수는 국수가 불지 않고 손님이 빨리 먹게 해주는 게 중요한데요, 손전화로 식당에 주문하면, 국수사리와 육수를 따로 포장해서 오토바이로 배달됩니다. 장마당의 채소 장사꾼들도 손전화로 주문을 받고 배달해 줍니다. 돈주들은 손빨래공들에게 빨래를 맡기는데요, 손빨래에 다리미질까지 해서 배달 받을 수 있습니다.
함흥에서 잡은 생선을 바로 냉동시켜서 양강도까지 배달한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양강도 주민들도 돈만 주면 동해안에서 잡은 생선을 먹을 수 있다는 거죠. 심지어 국경지역에 사는 부자들은 중국에 전화해서 귀한 음식들을 배달해 먹기까지 한다고 합니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국경이 봉쇄돼서 이런 호사를 누리기가 쉽지 않겠죠.
지능형 손전화가 보급되면서 전자상업봉사체계, 한국에서는 온라인 쇼핑몰이라고 부르는데요, 이런 간편한 방법도 북한에 등장했습니다. 만물상과 옥류에 들어가면 식료품 뿐만 아니라 건강식품, 신발, 가방, 화장품, 특산물, 이런 다양한 물건들이 올라와 있더군요.
이런 전자상업봉사체계가 잘 돌아가려면 무엇보다 다양하고 좋은 물건들을 확보해야 하겠지만, 전자결제와 배달체계도 잘 갖춰져야 합니다. 북한도 최근에는 다양한 전자결제카드를 발급하고 있고, 국가가 관리하는 배달업체도 머지않아 등장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평양을 벗어나면 체계가 잘 잡혀 있지 않아서 불편한 게 많은 모양입니다.
한국과 미국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배달이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얼어붙은 경제상황에서는 배달만이 살 길이라는 전략이 자리를 잡게 된 거죠. 북한도 북중 국경이 봉쇄된 뒤에 중국과의 교역량도 크게 줄었습니다. 수입품이 부족해지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강력하게 실시되고 있어서 장마당이 활기를 많이 잃었을텐데요, 북한의 배달문화에는 어떤 영향이 나타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