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은 ‘부동산과 손전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북한 체제는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집도 개인이 소유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권력층과 결탁한 돈주들이 집을 지어서 개인들에게 팔아 큰 돈을 벌고 있습니다. 특히 대도시 아파트 건설과 분양에 돈주들이 뛰어들고 있는데요, 투자 대비 이윤이 커서 돈주들이 큰 돈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한때 평성에서는 아파트 골조만 세워 팔아도 30%의 이윤을 남길 수 있다는 말이 있었는데, 지금은 사정이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돈주들은 아파트가 완공되기 전에 미리 분양해서 선금을 받죠. 판매가격의 20% 정도를 먼저 받아서 건설자금으로 씁니다. 분양받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선금을 줘야하는 부담이 있지만, 잔금은 골조가 올라간 다음에 주면 되고, 길게 봤을 때 아파트가 완공된 다음에 집주인에게 개별적으로 사는 것보다는 건설업자에게 직접 사는 게 돈이 덜 듭니다.
돈주 입장에서는 아파트 분양받을 사람들을 빨리 찾아서 건설자금을 확보해야겠죠. 그럴 때 손전화가 큰 도움이 되는데요, 통보문으로 아파트 규모와 위치를 알리고 선금으로 얼마를 받고 싶은지 알릴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통보문으로 분양광고를 하는 건데요, 돈 있는 사람들의 명단과 전화번호를 돈주들이 확보하고 있다는 뜻이겠죠. 아파트가 마음에 드는 사람들은 더 자세한 내용을 손전화로 문의할 겁니다. 분양받은 사람들에게는 아파트 건설단계마다 사진을 찍어서 손전화로 보내줄 수 있겠죠.
흥미로운 사실은 보안당국이 통보문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는데도 아파트 분양 광고가 통보문으로 버젓이 보내지고 있다는 겁니다. 당국이 알면서도 눈감아주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돈주들이 큰 주택공사를 할 때는 이미 고위층과 사전에 거래가 있었겠죠. 아파트가 완공되면 일부를 고위층과 관련기관에 먼저 바치고 나머지는 돈을 받고 팝니다.
한국에서도 건설업자들이 미리 아파트를 분양하는데요, 분양받고 싶은 사람들은 지능형 손전화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본인 인적사항과 분양받고 싶은 아파트의 위치와 크기를 선택하면 됩니다. 아파트 종류별로 우선적으로 분양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데요, 아직 자기집을 갖고 있지 못하거나 부양가족이 있는 사람일수록 유리합니다. 경쟁이 붙을 경우에는 추첨으로 분양받을 사람을 정하기도 합니다.
분양을 앞둔 새 아파트는 건설업체가 견본주택을 지어서 손님들의 관심을 끕니다. 가구까지 그럴듯하게 들여놓고 아파트 내부를 미리 볼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인기있는 아파트는 견본주택을 보러 손님들이 구름처럼 몰리기도 하는데요, 요즘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견본주택을 직접 찾아가기 보다는 건설업체가 만든 견본주택 소개 동영상을 지능형 손전화로 보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지능형 손전화가 있으면 아파트 시세를 파악하기도 아주 편리합니다. 원하는 지역을 검색하면 그 일대 아파트들의 가격이 화면에 나옵니다. 특정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면 정확한 위치와 규모, 층수, 평면도, 최근 거래가격까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집데꼬라고 불리는 중개업자들이 손전화로 부동산 가격을 파악해서 거래를 성사시키고 있습니다. 한국처럼 지능형 손전화에 깔린 앱으로 누구나 편리하게 부동산 시세를 파악할 수는 없어도, 나름대로 집데꼬들끼리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체제가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정보유통이 빠르게 이뤄지면 대도시의 아파트 가격 변화가 지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한국이나 북한이나 부동산 거래에는 큰 돈이 오갑니다. 그런 만큼 판단과 결정에 신중해야 하는데요, 무엇보다 정확하고 빠른 정보가 필요하겠죠.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