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 ‘모내기와 자율주행’입니다.
요즘 남북한에서 모내기가 한창입니다. 북한에서는 전국에 ‘모내기 전투’ 기간을 선포하고 주민 총동원령을 내렸다고 하죠. 밥술을 뜨는 사람은 누구든 모내기를 도우라는 건데요, 그만큼 북한주민들의 봄나기가 더 고단하게 됐습니다. 초급중학교 1학년 학생부터 모내기 현장에 하루종일 동원되고 있으니까요. 한창 손전화 놀이에 빠져있을 나이에 허리도 제대로 못 펴고 논에서 계속 일을 한다는 게 쉽지 않겠죠.
사실 모내기 전투는 매년 있었지만, 올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식량증산과 자급자족을 자력갱생의 기본과제로 강조했기 때문에 당국이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가 봅니다. 특히 올해를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첫 해로 삼은 만큼, 북한 당국으로서는 뭔가 성과를 내고 싶겠죠.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사태로 비료와 영농자재를 중국에서 제대로 수입하지 못하고 있어서 모내기의 성과를 내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볏모의 상태도 안 좋고 양도 부족한데 위에서는 ‘모내기를 제철에 질적으로 끝내라’고 다그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돈을 내고 이런저런 핑계로 모내기 전투에서 빠져나가는 사람들, 남의 농장에 가서 야밤에 모판을 훔쳐오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한국도 모내기철을 맞은 농민들의 고민이 많습니다. 농업 기계화로 사정이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농사는 여전히 사람 손이 많이 갑니다. 그런데 농촌에는 젊은 사람들이 별로 없고 노인들만 남아서 일손이 늘 부족하죠. 그래서 농촌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많이 고용하고 있는데요, 코로나 사태로 외국인들의 입국이 제한되면서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일부 군인과 공무원들이 모내기를 돕고는 있지만 아무리 모내기철이라도 당국이 강제로 일반인들을 노력동원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저기서 자원봉사자들이 나서고 있지만 부족한 일손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모자랍니다.
그래서 대행업체에 전화를 걸어서 모내기를 맡기는 농민들이 꽤 있습니다. 벼품종과 수량, 날짜를 알려주면 대행업체가 이앙기를 끌고와서 모내기를 해줍니다.손전화 하나만 있으면 모내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거죠. 요즘에는 첨단 무인 농기계가 현장에 투입되면서 모내기도 전보다 훨씬 간편해졌습니다.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건데요, 무인 이앙기에 위성항법장치를 설치해서 좌표를 입력하면 정확한 위치에 모를 심습니다. 사람은 모판을 이앙기에 올려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이앙기가 알아서 일정한 간격을 두고 모를 심는 거죠. 전에는 모판을 운반하는 사람과 이앙기 운전사, 이렇게 2명이 같이 일해야 했지만, 이 무인 이앙기를 쓰면 처음에 한 사람이 모판을 올리고 자동작동 구간을 등록해 기계조작을 해주면 이앙기가 혼자 알아서 작업을 합니다. 그만큼 노동력과 인건비를 크게 줄일 수 있는 겁니다.
지금은 이앙기를 앞뒤로만 움직일 수 있는데요, 앞으로 5세대 통신기술과 첨단 농기계 기술이 결합한다면 그야말로 사람이 필요없는 완전 자율주행의 시대가 열릴 수 있습니다. 지능형 손전화 하나로 이앙기 뿐만 아니라 다른 농기계들도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농사는 손이 많이 가는 일입니다. 특히 모내기나 수확철이면 늘 한 명의 일꾼이라도 아쉽죠.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활용하거나 농기계 개발과 농사방식 개선을 통해 일손 부족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을 대규모로 강제동원해서 일하는 시늉을 하는 데 익숙해져 있는 거 같습니다. 좀더 긴 안목으로 자원과 인력을 농업기술 개발에 투입하는 모습이 아쉽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