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 ‘북한의 외화사용 금지 조치’입니다.
요즘 북한의 장마당 상황이 아주 불안해 보입니다. 식량 가격은 크게 뛰고 있는 반면에 환율이 뚝 떨어졌습니다. 환율은 중국 위안화와 미국 달러화 모두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1위안에 북한 돈 5백 원, 1달러에 북한돈 5천 원 정도 하고 있습니다. 달러 환율은 7~8천원대를 몇 년동안 유지해서 상당히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제는 옛말이 됐습니다. 올초에 비해서 2천 원이나 내려갔으니까요. 북한 사람들이 많이 당황해 하고 불안감을 느끼고 있을 겁니다. 외부에서도 지금의 장마당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북한 안팎으로 뭔가 큰 변화를 예고하는 움직임일 수있기 때문입니다.
환율만 놓고 본다면 이런 혼란의 이유는 분명합니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북한 당국이 작년 5월부터 외화사용을 금지하고 있는데요, 갈수록 강도 높은 조치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장마당에서는 단속 요원들이 돌아다니면서 몰래 외화로 거래하는 사람들을 잡아내고 있습니다. 걸리면 외화를 모두 뺏기고 비사회주의 행위로 간주해 처벌받고 있습니다. 무역회사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갖고 있는 외화를 국가에 신고하고, 외화가 필요하면 국가를 통해 북한돈과 교환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북한 당국이 제대로 작정을 하고 북한 내부에 있는 외화를 다 거둬들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데요, 이렇게 외화를 마음놓고 쓸 수 없는 상황이 되다 보니, 외화를 찾는 사람이 줄어서 달러 값도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외화가 쌀 때 미리 사놓으려는 돈주들도 있기는 하지만 환율을 다시 끌어올릴 정도는 아닌가 봅니다. 자칫 당국에 걸리기라도 하면 본보기로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하겠죠.
북한 당국은 외화 사용을 막고 내화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전자결자방식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작년말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이 공개한 바에 따르면, 평양의 상점들, 특히 외국인 전용 상점들에서조차 달러나 나래카드를 받지 않고 외국인들도 북한돈으로 환전해서 쓰도록 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외화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 신고하도록 하고, 신고한 외화는 무조건 은행해 저금해서 카드를 발급 받아 사용하게 했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환율을 얼마로 매겨서 카드를 발급해주고 있는지 모르지만, 시장환율보다 더 좋지는 않겠죠.
사실 멀쩡한 내화를 두고 외화를 사용하는 건 다른 나라들에서도 흔한 일은 아닙니다. 그만큼 내화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큰 골치거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계획경제를 앞세우는 북한에서는 더 심각한 문제인데요, 경제에 대한 국가통제력이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북한 당국도 각종 은행카드와 전자결제체제를 도입해서 내화사용을 늘리고 돈주들이 장악하고 있는 사금융을 공금융으로 돌리려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은행이 전성카드의 발급기준을 완화하고 현금 입출금 봉사를 전국지방도시 지점까지 확대하고 있는 게 좋은 예입니다. 현금카드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지방으로 갈수록 멋으로 자랑삼아 카드를 만들기는 해도 실제로 카드를 사용하기가 너무 불편했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이제는 봉사소가 많아지면서카드 사용자가 꽤 늘어난 모양입니다. 지난해 북한당국이 갑자기 전화돈 봉사를 중단하는 바람에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 있었던 송금수단이 사라져 버렸죠. 그 빈자리를 내화카드 발급 확대로 채운다는 계획인가 봅니다. 지능형 손전화에서 쓸 수 있는 전자결제체제 울림 2.0이 도입된 것도 같은 맥락일 겁니다.
문제는 북한 주민들이 아직도 경계심을 풀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보안원들이 거래내역을 훤히 들여다 보다가 돈의 출처를 조사해서 몰수해 갈 수 있다는 의심을 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 당국이 내화와 전자결제체제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신뢰를 완전하게 얻는데는 시간이 꽤 거릴 것 같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