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돈 전송금지의 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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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은 ‘전화돈 전송금지의 폐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두 주동안 북한 당국의 전화돈 전송 금지조치와 그 의미에 대해 짚어봤는데요, 후속 보도가 나오면서 구체적인 상황이 더 드러나고 있습니다. 특히 전화돈 전송금지의 폐해들이 속출하면서 그 파장이 상당해 보입니다. 오늘은 이 문제를 좀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북한에서는 이미 2010년대 초에 통화시간 전송 서비스를 시작했고 전화돈 사용은 지난 몇 년동안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상당히 널리 쓰이고 있었지만, 외부에서는 그 실태를 자세히 알지 못했습니다. 사실 전화돈의 존재와 사용에 대해서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이번 조치로 오히려 전화돈의 실체가 외부에 자세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전화돈이 널리 퍼지면서 북한 주민들은 물건을 사고팔 때 현금 대신에 전화돈을 주고 받았습니다. 물론 큰 금액은 전화돈으로 지불하기 어렵지만 몇 달러 정도하는 물건은 간편하게 전화돈으로 결제할 수 있습니다. 전화돈 100원에 1달러 정도로 치고 상황에 따라서 가격을 흥정할 수 있겠죠.

식당에 가서 밥을 사먹을 때, 장마당에서 물건을 살 때도 파는 사람이 받겠다고만 하면 전화돈으로 값을 치를 수 있겠죠. 보도를 보니까 어떤 분은 장마당에 이런저런 물건을 사러 갔다가 현금을 다 썼는데, 마음에 드는 화장품이 보여서 전화돈을 주고 샀다고 하는군요.

제가 만난 탈북자 한 분은 지방으로 출장갔다가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다행히 손전화는 그대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서 전화돈을 받은 다음에 그 전화돈으로 여관에서 하룻밤 자고, 식당에 가서 밥도 사먹고 버스 터미널에서 버스표도 샀다고 합니다. 물건 뿐만 아니라 서비스도 전화돈으로 산 건데, 이 정도면 정말 전화돈이 현금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북한 당국이 전화돈 송금을 막아 버리면 이런 거래도 더이상 못하겠죠. 현금이 없을 때 잘 써먹었던 전화돈이 사라진 겁니다. 물론 내 통화시간에는 전화돈을 계속 쓸 수 있지만, 전송 금지 조치는 전화돈의 팔다리를 부러뜨린 셈이 됐습니다.

어떤 보도에서는 북한 당국이 전화돈 전송을 완전히 막은 건 아니고, 하루에 한 번, 400원까지 허용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몇 년전까지 전화돈을 썼던 탈북자들은 전화돈 전송 횟수나 금액의 제한은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보도를 보면 하루 500원까지 전송할 수 있었던 전화돈을 400원으로 상한선을 낮췄다는 겁니다. 어쨌든 전화돈 사용이 크게 제한받게 됐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일반 주민들은 편리한 결제, 송금 수단이 사라지는 피해에 그치겠지만, 전화돈 장사꾼들의 피해는 상당히 커 보입니다. 전화돈을 많이 갖고 있지 않았던 사람들은 본인의 통화시간으로 써서 없애면 그만이죠. 하지만 전화돈 장사로 재미를 보던 사람들은 그동안 쌓아놓은 전화돈을 처리할 방법이 마땅치 않을 겁니다. 크게는 몇 천 달러씩 손해를 본 장사꾼들이 있다는데요, 저는 전화돈 장사꾼들이 이렇게 큰 규모로 사업하는지 몰랐습니다.

사실 전화돈 장사는 돈 있는 사람들이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을 겁니다. 별다른 시설투자가 필요없고 손전화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장사이니까 얼마나 돈 벌기가 쉬웠을까요. 그런데 이 사람들이 그동안 쌓아놓은 전화돈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길을 막아놓았으니, 북한 당국에 대한 원성이 대단하겠죠.

북한 주민들에게는 2009년 화폐개혁의 악몽이 아직도 생생할텐데, 이번 전화돈 전송 금지조치로 북한 당국에 대한 불신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