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룡의 소설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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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 ‘백남룡의 소설 벗’입니다.

북한의 이혼문제를 다룬 소설 ‘벗’이 요즘 미국과 한국에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북한 소설가 백남룡이 쓴 이 책이 얼마전 미국에서 큰 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미국 도서관 잡지 ‘라이브러리 저널’이 매년 ‘올해 최고의 세계 문학작품’ 10개를 선정하는데요, ‘벗’이 그 중의 하나로 뽑혔습니다. 이 소식이 미국과 한국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라이브러리 저널’은 소설 ‘벗’이 전체주의 체제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엿볼 수 있게 해줬다고 평가했습니다. 소설을 통해서나마 이런 기회를 갖는 건 매우 가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준 겁니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실린 서평도 잠깐 볼까요? 북한 가정의 갈등과 여성의 야망을 진솔하게 그렸다. 북한 사람들의 삶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다. 이런 평가를 내렸습니다.

백남룡의 이 작품은 1988년에 이미 발표됐습니다. 이걸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임마뉴엘 김 교수가 영문으로 번역해서 지난 5월 미국에서 출간한 겁니다. 영문판의 제목은 영어로 벗, 친구라는 뜻의 ‘프렌드(Friend)’입니다. 미국의 인터넷 전자상거래 웹사이트 아마존에 이미 이 영문판 소설이 올라와 있습니다. 아마존은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규모를 자랑하는 업체인 만큼,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이 책을 주문할 수 있습니다. 이미 5월에 출간됐기 때문에 그 사이 벌써 이 책을 다 읽고 중고책으로 내놓은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중고책은 새 책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됩니다. 저도 아마존에 들어가서 새 책 가격을 알아봤는데요, 배달비까지 합해서 20달러 정도에 살 수 있고, 2주 정도 기다리면 배달받을 수 있다고 나와 있더군요. 보통 사나흘이면 충분한데, 지금은 연말 대목이라 배달이 밀려있나 봅니다. 물론 돈을 더 내면 더 빨리 받을 수는 있습니다.

몇 주 기다리는 게 싫으면 전자서적으로 주문하면 됩니다. 가격이 일반 책의 반값 정도밖에 안 하고 배달을 기다릴 필요없이 지능형 손전화나 컴퓨터, 판형 컴퓨터에 바로 내려받아 볼 수 있어 아주 편리합니다. 전자책은 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보낼 수도 있는데요, 받는 사람의 이메일 주소와 간단한 인사말을 입력하면 됩니다. 받는 사람은 자기 이메일에서 전자책을 내려받으면 됩니다.

소설 ‘벗’은 1960년대 이후 북한에서 나온 문예물 중에 이혼 문제를 처음 다뤘습니다. 발표되자마자 상당한 인기를 끌었고, 2001년에는 텔레비전 드라마 ‘가정’으로 각색돼서 방영됐습니다. 주인공 순희는 예술단의 성악가로 활동하지만 결혼생활에 불만이 많습니다. 예술단원으로 꿈을 키워나가고 싶지만 결혼생활이 발목을 잡고 있고, 남편하고도 자주 다퉜기 때문이죠. 그래서 재판소에 이혼 소송을 제기하지만 판사는 남편의 손을 들어줍니다. 북한 사람들이 마음 속으로만 앓고 있던 결혼생활과 이혼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만큼, 북한에서도 이 작품의 사회적 파장이 컸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드라마 ‘가정’은 원래 10부작으로 만들 예정이었지만 9부에서 종영됐고, 재방영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미리 차단해 버린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에도 전자상업 홈페이지 ‘만물상’이 있죠. 미국의 아마존처럼 책이나 전자서적도 팔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북한은 외부세계와 연결된 인터넷 대신에 내부통신망을 통해 전자책을 열람할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꽤 오래 전에 북한의 ‘전자서고 미래 2.0’이 한국언론에 보도된 바 있는데요, 주체사상에 관련된 책 뿐만 아니라 조선고전문학, 조선현대문학, 세계문학, 이렇게 다양한 작품들을 세분화해서 올려놓았습니다. 백남룡의 소설 ‘벗’도 여기에서 열람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북한 소설이 영문으로 번역돼서 전세계에 알려지고, 전자책으로 팔리고 있는 세상입니다. 북한 사회의 단면을 알 수 있는 작품들이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바램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