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북한은 지난 1973년 김일성 주석의 제3세계 외교 강화의 일환으로 말레이시아와 수교한 뒤 그동안 우호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특히 북한은 말레이시아를 정보 수집 및 공작, 외화벌이의 전초기지로 활용하며, 동남아의 거점으로 관리해오다 2017년 2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북한 공작원들에 의해 독살당한 뒤 양측은 대사를 맞추방하며 소원해졌다고 안찬일 박사가 자유아시아방송과 회견에서 밝혔습니다. 안 박사는 지난 21일 북한과 말레이시아는 다시는 돌아서기 어려운 강을 건너게 됐는데 외교 관계 단절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단순히 단절이라기보다 북한 대사관이 말레이시아에서 쫓겨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해서 오늘은 ‘말레이시아에서 철수한 북한 대사관, 그 내막을 밝힌다.’ 이런 제목으로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질문 1: 먼저 북한은 언제부터 말레이시아와 외교관계를 맺었고, 그동안 양국의 관계는 어떠했는지 살펴보지요.
안찬일: 네, 북한은 지난 1973년 김일성 주석의 제3세계 외교 강화의 일환으로 말레이시아와 수교한 뒤 그동안 우호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특히 북한은 마카오 등지의 정보기지가 소원해 지면서 말레이시아를 동남아시아의 정보 수집 및 공작, 외화벌이의 전초기지로 활용하며, 동남아의 거점으로 관리해 왔습니다. 적어도 4년 전까지 말레이시아에는 북한 근로자들도 상당수 진출해 외화벌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2017년 2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북한 공작 당국이 파견한 공작원들에 의해 독살당한 뒤 양측은 대사를 맞추방하며 소원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김정남 암살의 생생한 기록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질문 2: 그러면 이번에 다시 대사관까지 철수하며 단교에 들어간 직접적 원인은 무엇입니까?
안찬일: 북한 당국은 북조선의 ‘무고한 국민’을 미국에 인도했다며 말레이시아와의 단교를 선언했는데, 북한이 언급한 ‘무고한 국민’은 말레이시아가 최근 미국에 인도한 이른바 북한인 사업가 문철명(56)이란 사람입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문 씨가 대북제재를 위반해 술과 시계 등 사치품을 불법으로 북한에 보냈고, 돈세탁을 했다며 2019년 5월 말레이시아에 신병 인도를 요청했습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문 씨를 쿠알라룸푸르에서 체포했으며, 같은 해 12월 말레이시아 법원은 미국 인도를 승인했습니다. 말레이시아 대법원은 이달 초 신병 인도 거부를 요청한 문 씨의 상고를 기각해 이를 확정했고 전격 미국으로 송환했습니다.
질문 3: 아 그렇군요. 북한 당국은 이에 대해 반발을 보인 직후 즉각 행동에 돌입한 것 같은데 그 과정을 좀 설명해 주시죠.
안찬일; 지난 19일 말레이시아와 단교를 선언한 북한이 21일 쿠알라룸푸르 주재 북한 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을 모두 철수시켰습니다. 30여 명의 대사관 직원과 가족, 관계자들은 이날 버스를 이용해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북한 주민의 신병을 미국에 인도한 말레이시아의 조치에 반발해 북한이 앞서 19일 단교를 선언하자, 같은 날 말레이시아 정부는 “북한 외교관들은 48시간 이내에 말레이시아를 떠나라”고 맞대응했습니다. 따라서 이날 북한 대사관 직원들의 철수는 말레이시아의 추방 조치에 따른 것입니다.
더 스타 등 말레이시아 현지 매체와 외신들에 따르면 김유성 북한 대사대리는 대사관을 떠나기 전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번 사태가 가져올 결과물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미국의 극악무도한 정책으로 만들어진 반북 음모의 산물”이라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김 대사대리는 “말레이시아 당국은 맹목적으로 미국을 지지했다”며 “말레이시아가 무고한 우리 국민을 미국에 인도함에 따라 양국 관계의 근간을 송두리째 파괴했다”고 억지 주장을 폈습니다.
질문 4: 북한 당국이 한 사업가의 송환을 두고 이처럼 반발하고 있는 것은 조금 납득이 안 가는 일이 아닌가 싶은데, 문철명 씨는 누구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시죠.
안찬일: 북한이 언급한 ‘무고한 국민’은 말레이시아가 최근 미국에 인도한 이른바 북한인 사업가 문철명(56)입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문 씨가 대북제재를 위반해 술과 시계 등 사치품을 북한에 보냈고, 돈세탁을 했다며 2019년 5월 말레이시아에 신병 인도를 요청했었습니다. 영장을 발부받은 말레이시아 경찰은 즉각 문 씨를 쿠알라룸푸르에서 체포했으며, 같은 해 12월 말레이시아 법원은 미국 인도를 승인했습니다. 법적 절차를 중시한 말레이시아 대법원은 이달 초 신병 인도 거부를 요청한 문 씨의 상고를 기각해 이를 확정함으로써 그의 미국 송환을 법적으로 허락했습니다.
문제는 문철명 씨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는데 있습니다. 지난 21일 철수한 북한 사람들이 30여 명에 이르는 것도 대사관 직원과 가족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활동해온 인물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북한이 자국민 한 명의 신병 인도를 이유로 단교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며 셀프 고립에 나선 것 역시 말레이시아에서 대북제재 회피 통로와 수단이 탄로 날 가능성을 우려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전직 정보 당국자는 “북한은 말레이시아에 여러 개의 위장 회사를 차려놓고 대남 정보를 수집하고, 돈세탁 등을 해 왔다”며 “이에 관여했던 인물(문철명)이 미국에 넘겨지면서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 자신들의 제재 회피 ‘루트’가 드러날 위기에 처하자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단교까지 감행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질문 5: 일각에서는 이번에 송환된 문철명이 지난 2017년 2월 김정남 암살에도 깊이 관여되었다고 보고 있던데 이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시지요.
안찬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당시 평양에서 정찰총국과 통전부 등 여러 부서 베테랑 공작원 5명이 쿠알라룸푸르로 날아와 전광석화처럼 김정남을 암살하고 사라졌지만 이와 같은 극비공작이 현지 조력자 없이 수행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문철명은 당시 현지 공작책 내지 자금조달 요원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미국 현지에서 철저한 조사를 받으면 그 결과가 백일하에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6: 끝으로, 이번에 북한 당국의 핵심 인사들이 다시 인권 제재 대상에 포함되었다는데 그 실상은 어떤 것입니까?
안 찬 일: 유럽연합(EU) 회원국 외무 장관들이 22일(현지시간) 북한, 중국, 러시아 등 6개국 관리 10여 명을 상대로 한 인권 제재를 승인했다고 AFP 통신이 외교관들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제재 대상은 북한, 중국, 러시아, 리비아, 에리트레아, 남수단 등 6개국의 10여 명이라고 외교관들은 말했습니다. 제재 대상 가운데 북한 인사는 정경택 국가보위상과 리영길 사회안전상이, 기관은 중앙검찰소가 포함됐습니다. 중국 신장 자치구의 이슬람 소수민족 위구르족 탄압에 관여한 중국 관리 4명과 국영 단체 1곳도 포함됐습니다. AFP 통신은 EU가 인권 유린과 관련해 중국을 제재하는 것은 1989년 베이징 톈안먼 광장 사태 후 무기 금수 조치를 취한 이래 처음이라고 전했습니다. 또 러시아 체첸공화국 내 인권 유린과 관련된 인사도 제재에 포함될 것이라고 외교관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안찬일: 네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