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의 주간진단] 베트남 K-9 자주포 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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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미국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오늘은 베트남, 즉 윁남 이야기입니다. 아시다시피, 베트남은 지난 1975년, 북베트남의 공산세력이 남베트남을 공격해 통일을 이뤘죠. 시작은 공산주의였지만, ‘도이 모이’, 즉 개혁과 개방의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함으로써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뤘습니다. 이런 베트남이 최근 남한의 K9자주포를 수입한다고 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한국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님과 함께 합니다.

MC: 안찬일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MC: 사실상 시장경제 체제의 길을 걷고 있는 베트남은 이제 '공산주의 국가'와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개혁개방을 통해 부를 축적하게 된 베트남이 이젠 외국에서 첨단 무기를 수입하기에 이르렀는데요. 그것도, 우방국이 아닌 한때 적국이었던 남한에서 K9자주포를 수입하겠다고 밝힌 겁니다. 그런데, 박사님. 이 K9자주포라는 무기는 어떤 것인지 먼저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안찬일: 네, K-9 자주곡사포(K-9自走曲射砲) 혹은 줄여서 K-9 자주포는 대한민국의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참여하여 독자 개발한 자주포로서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생산해 대한민국 육군과 해병대에서 운용하고 있습니다. 미군으로부터 M107 자주포를 도입하여 자주포를 운용해오던 대한민국은 국산화 노력을 통해 1985년부터 K-55 자주포를 생산하여 약 1,000여 대를 실전배치하였습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 당시 한국의 화포 전력은 북한에 비하여 열세에 있었는 바, 당시 북한군의 포병전력은 수적으로 우위에 있었을 뿐만 아니라 보유한 화포의 절반가량이 자주화 및 차량탑재용이어서 기동성이 뛰어난 포병전력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사정거리가 증가된 야포를 배치하여 군단 종심작전에 대한 화력지원이나 화력전 수행능력을 향상시켜야만 했습니다. 대한민국 육군은 이런 양적 열세를 질적 우위로 극복하고자 했습니다.

이에 따라 KH179와 K-55의 개발경험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육군은 차세대 자주포인 K-9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1989년부터 체계개념연구가 시작되어 약 10년간의 집중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1999년부터 전력화되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의 주도로 개발된 차세대 자주포는 삼성테크윈, WIA, 풍산, 한화, LG정밀 등 백여 개의 업체가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그래서 K-9은 1990년대 국방과학기술의 총화와도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이 세계에 자신있게 내놓은 제1호 국산 명품 무기체계가 되었습니다.

MC: 대포 하나 만드는데 10년이란 긴 시간이 들었다는 사실이 놀라운데요. 그만큼 정성이 많이 들어가고 성능도 우수하겠죠. 성능이 우수하다 보니 베트남이 자주포 K-9 수입을 진지하게 고려중인 걸로 알려졌는데 말이죠. 지금 어느 단계까지 와 있습니까?

안찬일: 몇 일 전 한국의 K9 '썬더' 자주곡사포 구매를 마무리하기 위한 베트남과 한국 정부 간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한국의 '연합뉴스'는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베트남과 한국이 약 3억 달러(약 4300억원) 상당의 K9 자주포 총 20문 수출에 공동 합의했다고 전했는데 이번 거래는 정부 간(GtoG) 계약으로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MC: 놀라운 것은 베트남도 이젠 당당한 무기수입 국가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베트남이 군사력 강화에 매진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안 찬 일: 네, 군사 관련 정보 제공업체인 글로벌데이터(GlobalData)에 따르면, 베트남은 세계 20대 무기 구매 국가 중 하나이자 매년 무기 수입에 약 10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으며 그 금액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의 연간 국방 조달 예산의 25~30%를 차지하는 3억 달러 규모의 이번 계약으로 베트남이 K9를 베트남 내에서 자체 생산하기 위해 첨단 기술을 제공받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BBC 베트남어 서비스에 전했습니다.

한편 한국 언론인 '한국경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베트남 정부와 납품 일정 및 기타 계약 조건을 결정하기 위한 협의를 마무리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매일경제'의 영문뉴스인 '펄스'는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르면 2025년 1분기에 계약 조건에 대한 합의가 마무리될 수 있다"며 베트남의 무기 수요가 한국의 조건과 대체로 일치한다고 덧붙였습니다.

MC: 이번 한국과 베트남의 K9무역 거래를 두고 외국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안찬일: 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의 칼 테이어 교수는 지난 23일 BBC 베트남어 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계약 가능성은 베트남과 한국 모두에게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습니다.

테이어 교수는 "한국의 입장에서 베트남에 K9 자주포를 판매하는 것은 일단 공산국가에 대한 최초의 무기 판매이자 동남아시아 국가에 대한 최초의 무기 판매라는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군대를 현대화하고 무기 공급을 다변화해야 하는 베트남으로서는 이번 계약이 성사되면 베트남 군이 K9 썬더로 포병 전력을 현대화하는 동시에 노후화된 러시아 포병 비축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테이어 교수는 내다봤습니다.

MC: 그렇군요. 그러니까 주로 러시아 무기에 의존하던 베트남이 남한의 자주포 K-9수입을 계기로 무기의 다변화를 원하고 있다는 말씀인데요. 미국 쪽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안찬일: 네, 미국 '대니얼 K. 이노우에 아시아 태평양 안보 연구 센터'의 알렉산더 부빙 교수 역시 3억 달러 규모의 계약이 베트남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진단했습니다. 부빙 교수는 24일 BBC 베트남어 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베트남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켜보며 얻은 교훈을 반영한 것"이라며 "자주포는 지상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한국의 K9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베트남 군은 현재 3040문 이상의 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약 60문은 자주포입니다. IISS의 2024년 연례 간행물인 '세계 군사력 균형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은 베트남 전쟁 중에 확보한 M107 자주포를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무기는 구소련에서 들여온 것으로 수십 년이 지난 노후한 것들로 교체 시기가 지난 것들입니다. 그중에는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에 소련에서 생산된 2S1 그보즈디카 122mm와 152mm 포탄을 사용하는 2S3 아카치야 자주포 두 종류가 있습니다.

MC : 이번에 베트남이 수입하겠다고 한 남한의 자주포 K-9은 이미 세계 무기시장에서 그 명성과 성능을 확고하게 인정받은 무기이죠?

안찬일: 맞습니다. 한국의 자주포 K9 썬더는 2024년 말까지 호주와 이집트, 에스토니아, 핀란드, 인도, 노르웨이, 폴란드, 루마니아, 튀르키예 등 9개국에 1400여 대의 주문 또는 이미 생산되어 인도됐으며 전 세계 자주곡사포 주문량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거 정말 대단한 기술력 아닙니까? 어떻게 우리 민족이 생산한 자주포가 전세계 주문량의 절반을 차지한단 말입니까. 그것은 대한민국이 그동안 대형선박과 승용차 생산, 반도체 생산에에서 이룩한 현대 기술의 총아로 달성된 기적적인 성과라고 격찬해마지 않습니다.

MC: 북한의 우방국인 베트남과 남한의 무기 무역거래에 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안찬일 박사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찬일: 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MC: 저희는 다음 주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