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저는 미국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요즘 북한에서는 노동당 중앙당이 지방당의 죄를 들추어 부풀린 뒤 숙청과 추방 등 엄벌에 처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에는 ‘지방당이 지었다는 특대형 범죄는 사실 노동당 중앙딩이 만들어낸 작품’이란 주제를 갖고, 한국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안찬일 박사님, 안녕하세요.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MC : 요즘 북한 노동당의 지방당 간부들을 대상으로 숙청과 추방의 칼바람이 불고 있다는데 무슨 내용인가요?
안찬일: 네, 얼마 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방에서 발생한 '음주 접대' 등 지방 당 간부들의 비위 행위와 관련해 "추호도 용서할 수 없는 범죄"가 벌어졌다고 공개 질타한 바 있습니다. 심지어 김 총비서는 이를 '특대형 범죄 행위'라고 침소봉대했습니다. 얼마전인 지난 달 29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0차 비서국 확대회의가 지난 27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진행됐다"며 "김정은 동지가 회의를 지도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최근 당내 규율을 난폭하게 위반하고 부정적인 특권 특수행위를 자행하면서 인민의 존엄과 권익을 엄중히 침해하는 중대한 사건들이 남포시 온천군과 자강도 우시군에서 발생한 것과 관련한 회의 소집"이라고 까밝혔습니다.
MC : 이러한 내용은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어서 예전 같으면 공개하지 않았을텐데 말이죠. 어떤 일이 벌어졌기에 김 총비서가 저토록 화를 낸 건가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안찬일: 네, 사실 알고 보면 북한의 전 지역에 만연된 일인데, 당 중앙위원회와 규율조사부의 자료 통보와 보고에 의하면 남포시 온천군에서 군 당전원회의를 '심히 형식적으로 진행'한 뒤 '40여명의 일군들이 집단으로 부정행위를 감행하는 특대사건'을 일으켰다는 것입니다. 통신은 "당의 각급 지도간부들이 봉사기관들에서 음주 접대를 받아 당내 규율을 난폭하게 위반했다"고 전했는데 이게 뭐 그리 대단한 범죄냐 말입니다.
MC: 남포시 말고 다른 지역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안찬일: 네, 자강도 우시군에서는 "농업감찰기관 감찰원들이 신성한 법권을 악용하여 지역주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재산을 마구 침해하면서 용납할 수 없는 범죄를 거리낌 없이 감행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이날 비서국 회의에서 보고됐습니다. 간부들이 뇌물을 수수하는 등 감찰 권한을 남용해 주민으로부터 이익을 편취한 것으로서 이와 같은 일은 북한의 어느 지방당에서나 비일비재한 일입니다. 물론 우리가 북한 지방당 간부들 편을 드는건 아니지만 평양의 중앙당이 얼마나 부패하고 썩었는지에 대해서는 눈 꼭지러감고 있는 김정은 총비서가 유독 지방당만 못살게구니 그게 문제란 겁니다.
북한주민 노동당 환영 안 해
MC : 특히 김 총비서는 이런 행위가 당과 인민의 단결을 해치는 일이라고 욕설을 퍼부었다는데 과거 노동당이 한 일 거의 전부가 인민들로부터 환영받은 적이 있나요?
안찬일: 맞습니다. 이 사건들과 관련해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지방의 세도군, 관료배들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당과 인민 사이의 성스러운 단결의 성새를 허물려 하고 있다"며 "이것은 우리 당에, 우리 인민에게, 우리 제도와 우리 법권에 추호도 용서할 수 없는 특대형 범죄 사건"이라고 질책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이 제일 경멸하는 당내 부패와 온갖 규율 위반 행위들을 주동적으로, 적극적으로 제압하는데 규율 조사 부문에서 기본과녁을 정하고 엄격한 규정과 세칙에 근거해 '저격전''추격전''수색전''소탕전'을 강력히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김정은 총비서의 지시에 따라, 당 중앙위원회 비서국은 노동당 규약에 따라 남포시 온천군 당위원회와 우시군 농업 감찰기관을 해산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또 우시군 당위원회 책임비서와 농업감찰기관 감찰원 등 가담자들에 대해 엄정한 처리안을 선포했는데 아마도 수용소 행이 뻔합니다.
MC : 그런데 왜 지금 이때 김정은 총비서가 나서서 지방당과 지방 간부들을 공격하고 나선 것일까요? 어떤 의도가 있는 건 아니었을까요?
안찬일: 네, 그렇습니다. 연초부터 김 총비서가 비서국 확대회의를 소집해 지방 간부 비위에 단호히 대처한 것은 올해 당 창건 80주년과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를 맞아 역점사업인 '지방발전 20X10 정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민심 이반을 차단하고자 간부들의 기강을 잡으면서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북한의 모든 통치행위가 그렇듯 이번 특대형 범죄 저격 사건도 하나의 요식행위일 뿐 북한 정권과 노동당이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는 한 요식행위로 끝나고 만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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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노동당은 정치구락부
MC : 안 박사님은 북한 통치에서 '모든 문제는 중앙당에 있는데 왜 지방당을 걸고 늘어지냐'고 지적하셨는데, 평양 정권과 중앙당의 어떤 문제점들이 오늘과 같은 지방당 타락으로 이어졌다고 봐야 할까요?
안찬일: 네, 거두절미하고 북한 노동당은 올해로 집권 80년의 장기집권 정당이며 권력 재생산에서 봉건주의 절정인 세습을 선택한 사실상 정당도 아닌 일종의 혈통집단 내지 정치구락부입니다. 과연 중국 공산당이나 베트남 노동당처럼 언제 한번 조선노동당의 최고 지배자가 간접이든 직접이든 투표와 선거를 통해 교체된 적이 있었나요? 그리고 평양의 중앙당은 지방당에 대해 간섭하고 통제하기만 했지 언제 한번 예산이나 경제지원을 제대로 해 준 적이 있느냐 말입니다. 어찌보면 지방 당이 자기네끼리 술을 먹든 고기를 먹든 현재로선 관여할 자격이 중앙당에는 하나도 없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한 마디 더 할까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5년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자 브라질로 도망치려고 온 가족 위조여권까지 만들었는데 이런 특대형 범죄를 겨우 술과 고기로 술추념 좀 한 것에 비길 수 있나요? 또 김정은, 김여정 등을 스위스로 유학보내 인민의 고혈을 탕진한 죄는 북한 어떤 당간부나 일꾼들도 지어본 적이 없는 특특대형 범죄입니다.
MC: 그러니까 차라리 책임 못질바엔 간섭하지 말란 말씀이군요.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언급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안찬일: 그런 순서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책임은 안 지고 지방당만 탓하는 중앙당, 그건 중앙당이 아니고 '재앙당' 아닙니까? 북한도 중국처럼 중앙당과 최고지도자가 먼저 바뀌고 달라져야 그 다음 아래도 개혁과 개방의 길을 걷는 순서로 갈 때 인민도 살고 중앙도 살고, 지방도 사는 길이 열릴 것입니다. 새해엔 북한에서 제발 개혁과 개방의 기발을 들었다는 뉴스가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평양 정권의 트럼프 정권에 대한 기대감도 뭔가 변화를 줄 때 성과로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현재 은근히 새로 등장한 트럼프 정권에 평양정권이 관심을 두고 있는데, 사람도, 집단도, 나라도 서로 수준이 비슷해야 친구가 되지 지구상 최빈국 북한과 세계 최고 부자나라 미국이 단번에 친구가 될 수는 없는 법입니다.
MC : 네,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안 박사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찬일 : 네, 수고하셨습니다.
MC: 함께 해주신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