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우리 공화국은 노동당과 장마당이 지배하는 양당제 국가입니다"라고 우스개 소리를 한다고 합니다. 정치권력은 노동당이 장악하고 있지만, 실제 인민경제와 인민생활은 장마당이 책임지고 있다는 걸 비꼬아서 하는 말이겠죠. 그래서 이 시간에는 '평양시는 노동당과 장마당 두 당 가운데 어느 당이 지배하는가'라는 주제로, 한국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안찬일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MC: 북한에서는 1970년대 중반부터 계획경제가 서서히 무너지다가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1994년 7월에는 거의 다 끄러진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북한의 장마당이 그때부터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는데 맞나요?
안찬일: 북한에서는 김일성 주석이 사망 전에도 농민시장이 간헐적으로 존재했지만 노동당이 하도 통제해 제대로 된 유통시장으로 활성화되지 못했습니다. 농민들을 모두 협동농장에 가두다 보니 개인 장사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것이죠. 농민시장은 병아리와 강아지, 빗자루와 삼태기, 호미와 낫 등 약간의 농업 부산물과 영농 보조도구를 파는 그야말로 농경사회의 잔해로 겨우 명맥을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994년 7월 8일 김일성 주석이 썩은 통나무처럼 쓰러지자 북한의 허약한 계획경제가 통째로 무너지는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그런 대사변에 대비할 준비를 갖추지 못한 북한 인민들은 갑자기 문닫은 배급소 앞에서 절규하고 도처에서 아사자가 발생했지만 노동당은 이에 대한 정책은커녕 대책도 없이 저들 살 궁리만 했습니다. 지방 도처에서 사람들이 굶어 죽어나갔지만 그 고난의 행군기에 평양시의 노동당 간부들이 굶어 죽었다는 소리 누구 들어보셨는지요? 못들어 봤습니다.
평양은 장마당이 대세
MC : 노동당이 제 역할을 못하니까 장마당이 생겨났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북한의 중심인 평양의 장마당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합니다. 북한 주민도 평양의 장마당 모습을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dy, 평양시 장마당의 형태를 좀 설명해 주시죠.
안찬일: 네, 평양시는 구역마다 2개의 큰 시장과 동마다에는 골목시장이 2-3개 존재합니다. 평양시의 중심구 중구역에는 1,2층으로 된 큰 시장이 있습니다. 중앙당 간부와 무역회사 사장들, 신흥 자본가 세력, 내각 간부 등 소비자들이 고급스러워 국내 상품은 물론 베이징에서 오는 국제열차가 비싼 의류와 일용품들을 이 시장에 공급합니다. 락랑구역에 있는 통일거리시장은 시외버스터미널이 있어서 평양-원산 사이, 평양-청진 사이, 평양-함흥 사이 시외버스가 운행하는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락랑시장은 동해안의 수산물과 북쪽 지방의 특산물도 많이 판매되고 있어 평양 시민들이 즐겨 찾는 장마당입니다. 또 평천시장은 자동차 부속품을 파는 시장으로 유명하고, 인흥시장은 안상택 거리가 있어 일본 상품이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대성시장은 김일성종합대학과 평양외국어대학이 옆에 있어 대학생용 학용품이나 학생 유니폼 등이 많이 거래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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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 말씀을 듣고 보니 마치 장마당이 평양시까지도 지배하는, 그런 세상이 된 것 같은데 말이죠. 그 외의 생활필수품 공급을 위한 시장은 어떤 것들이 형성되어 있나요?
안찬일: 네, 평양시는 어느덧 자급자족이 가능한 도농복합형 시장들을 근교에 형성해 가고 있습니다. 도시와 농촌의 경계선 지역에 형성된 락낭시장, 칠골시장, 연못시장, 봉학시장, 송신시장에서는 새벽도매시장이 활발하게 열려 뜨거운 장마당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농민들이 재배한 고구마와 감자, 옥수수, 야채, 과일 등 농산물과 도시 상인들의 의류와 신발, 각종 일용품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습니다.
평양 장마당의 형태
MC : 일반 장마당 말고도, 메뚜기사장과 골목시장도 존재한다는데 그건 또 어떤 시장인가요?
안찬일: , 맞습니다. 이제 고난의 행군이 끝난지도 꽤 됐고 장마당경제가 어느 정도 자리잡아 가고 있지만, 그것도 순발력 있는 장사꾼들의 이야기이고 아직 시장경제권에 진입하지 못하고 가난에 쪼들려 겨우 생존을 유지하고 있는 장사꾼들이 바로 메뚜기 장사군, 골목시장 장사꾼들입니다. 메뚜기 장사꾼들과 골목시장 장사군들은 주로 주민들이 많이 걸어다니는 골목이나 도로에 자리를 펴고 소량의 물건을 판매하다가 안전원이나 단속원이 나타나면 메뚜기처럼 냅다 뛰어 도망가야 하는 장사꾼들입니다.
제 나라 제 땅에서 제 물건 파는데 왜 인민의 안전을 책임진 안전원들이 달려들어 물건을 빼앗고 난리냐 말입니다. 이거야 말로 일제시기 순사들이나 할 행패 아닙니까? 그래서 메뚜기 장사꾼들은 새벽 4시 경에 출몰해 한 두시간 물건을 팔고 도망가는 게릴라전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북한 정권이 시장경제를 선언한다면 이런 분들도 마음 놓고 자기 물건을 들고 나와 팔 수 있을 것입니다.
MC : 동마다 있는 골목시장에서는 물건과 상품을 집에까지 가져다 주는 배달서비스, 그러니까 배달봉사도 있다면서요? 주로 무엇을 배달해 주나요?
안찬일: 네. 웬만한 농산물은 다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룡성어묵, 룡성순대에 돼지족발, 돼지고기, 닭백숙, 오리백숙, 토끼탕 등 많습니다. 먹거리로는 인조고기밥과 두부밥, 떡 국수, 고구마, 감자 옥수수, 등 간식과 요기거리도 팔고 있습니다. 평양시의 백화점이나 기타 상점들에는 사실 진렬상품 외에 항상 판매하는 상품이 없는 반면 시장에서는 비교적 많은 소비품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서울의 24시간 편의점 같이 철야에도 장사하는 가계도 생겨나 평양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누가 평양 장마당 이용하나?
MC : 그런데 이러한 시장을 모든 북한주민들이 다 이용할 수 있는 건가요? 어떻습니까?
안찬일: 그렇지 못합니다. 문제는 시장과 상품이 아니라 그걸 구입할 수 있는 화폐가 있느냐 아니겠습니까? 북한 근로자들의 한 달 월급으로는 시장에서 약 1kg의 쌀밖에 살 수 없습니다. 돼지고기 1kg가격은 3개월 분의 월급을 털어야 살 수 있습니다. 자연 북한 화폐는 휴지장에 불과하고 달러나 위안화가 힘을 쓰지요. 장사는 장사꾼들 끼리의 교환이며 평양시의 힘 있는 사람들의 놀무대입니다. 요즘 달래 예체능계 분야 과외가 늘어나는게 아닙니다. 예체능계 대학 교수들은 신흥부자 자녀들의 대학 입학을 위한 개인교습을 하고 그 댓가를 달라로 받고 있습니다. 그렇게 돌고 도는 돈이 평양시장의 작동에 윤활유가 되고 있지요. 김정은 총비서가 달래 39호실을 통해 북한 달러를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MC : 중국의 경우 개혁 개방 초기 점과 선, 원으로 시장경제를 넓혀 나갔는데 북한 노동당도 좀 늦긴 했지만, 중국처럼 과감하게 시장을 자율화하고 계획경제를 축소하면 안 될까요?
안찬일: 누가 아니랍니까? 평양시에 이처럼 장마당 경제가 확산되고 있음에도 북한 정권의 잣대로 보면 시장이용은 불법입니다. 사상누각인 계획경제 아래서 그저 손가락 빨아야 당의 충성분자란 겁니다. 중국의 경우 처음 농촌에서 가족영농부터 시작해 농산물 생산을 늘리고 그것을 도시로 접근시켜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풀어주니 자연 공산당의 계획경제가 뒤로 물러나고 시장경제가 자리잡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왜 노동당은 장마당을 무서워 합니까? 자신들의 지배권이 침탈당할까봐 그러겠지만 그러다가는 장마당에 하루 아침에 먹히는 수가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MC : 네, 오늘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안 박사님, 수고하셨습니다.
안찬일: 네, 수고하셨습니다.
MC: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