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북한은 코로나19사태에도 불구하고 김일성 생일 준비를 지난 3월 중순부터 해 온 것으로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이 전한 바 있습니다. 그래 북한 태양절을 언제부터 시작했으며, 태양절의 의미 등에 대해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이현기: 안찬일 박사님 안녕하세요.
안찬일: 잘 지냈습니다.
이현기: 코로나 19가 한국은 물론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어 한국에서는 교회 천주교 사찰까지 문을 거의 닫는가 하면 도심에 사람들의 발길도 멈춘 것 같습니다.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도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쓰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현기: 4월 하면 북한에서는 큰 명절로 김일성 주석 생일을 꼽을 수 있겠지요.
안찬일: 북한에 4월의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4.15 즉 북한 말로 ‘태양절’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랜 옛날 저 중남미 마야문명의 발상지에 사는 사람들은 ‘태양신’을 섬겼다고 하더니만, 21세기 오늘 자기 지도자의 생일을 태양절로 기념하는 모습은 참으로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지요.
이현기: 이런걸 여쭈고 싶습니다. 원래 북한은 초기부터 김일성 생일을 요란하게 기념했습니까?
안찬일: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이 건국 때부터 스탈린식 개인숭배 방식을 도입했지만, 최고지도자의 생일까지 기념할 여유도, 정치적 공백도 없었습니다. 원래 사회주의에서 개인숭배는 하나의 ‘극약’입니다. 루마니아의 니콜라이 챠우쉐스쿠가 그걸 잘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북한에서 김일성의 생일이 기념되기 시작한 것은 1967년 갑산파의 숙청 이후부터 즉 당의 유일사상체계가 등장하면서부터입니다. 그때부터 김일성의 신격화가 시작되었고, 이는 김정일의 세습정치와 직접 관련이 있습니다. 원래 기독교 사상을 교묘하게 교조화 한 것이 북한의 주체사상 아닙니까?
김일성은 하나님, 김정일은 예수 뭐 이런 등식을 북한은 개인숭배의 교과서로 삼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72년 즉 김일성의 환갑을 맞으며 4.15는 ‘민족 최대의 경사의 날’로 마각을 드러냈습니다. 사실은 ‘민족 최대 비극의 날’로 되어야 할텐데 말이죠. 그때부터 수많은 김일성 숭배 노래가 만들어지고, 특히 탁아소 유치원 어린 시절부터 우상화 교육이 본격적으로 실시되었습니다.
이현기: 그러니까 1987년 갑산파의 숙청 이후 김일성 생일을 민족 최대의 명절로 만든 것이군요. 그렇다면 태양절의 지정과 의미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시지요.
안찬일: 북한 당국은 1974년 4월 중앙인민위원회 정령을 통해 북한 최대의 명절로 지정하였고, 1997년 7월 8일 김일성 사망 3주기에 이날을 당중앙위원회, 당중앙군사위원회, 국방위원회, 중앙인민위원회, 정무원의 5개 기관이 주체 연호 사용과 함께 격상시키기로 공동 결의하였습니다.
이현기: 그렇다면 태양절 행사로 어떤 내용과 어떤 규모로 치러지고 있습니까?
안찬일: 태양절에는 각종 전시회와 체육대회, 노래 모임, 주체사상 연구토론회, 사적지 참관, 결의대회 등의 행사가 열리며, 보통 이틀간 연휴이다.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을 비롯해 평양미술축전, 김일성화 전시회, 우표 전시회, 만경대상 체육축전, 조선인민군 청년군인 웅변대회, 국가도서전람회, 만경대상 국제마라톤대회와 전국청소년 만경대 고향 집 찾기 행군 등이 열립니다.(코로나로 올해 국제마라톤대회 취소) 특히 2012년은 김일성 전 주석의 100번째 생일이 되는 해였으며, 태양절 행사가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졌습니다. 참 신기하죠. 김정은 집권 첫해가 김일성 100주기가 되면서 그에게 일종의 정통성의 ‘작은 선물’을 주었으니 말입니다.
이현기: 전 세계적으로 산자의 생일이면 몰라도 죽은 자의 생일을 새는 나라는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의 개인숭배에 대해 대체로 수긍하는 편인가요?
안찬일: 그렇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개인숭배는 강요된 것이며 인민들은 지쳐있습니다. 김정은이 지난해 알쏭달쏭하게 개인숭배는 해악이라는 뉘앙스의 말을 했지만, 그것은 결국 김일성 김정일의 개인숭배를 줄이고 자신을 더욱 떠받들라는 메시지 아니였나요? 특히 북한에서 개인숭배는 많은 돈이 들어가는 엄청난 재앙입니다.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화가 내려지고 그 자리에 김정은의 초상화가 올라갔으니 어떻게 보면 인민들로서는 3대째 개인숭배에 시달리고 있는 겁니다.
이현기: 안 박사께서는 태양절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안찬일: 만약 북한에서 개인숭배만 없었어도 오늘처럼 경제가 피폐해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인민들은 저주합니다. 북한 당국은 이제 전근대적인 태양절을 취소하고 개인숭배를 중지해야 할 것입니다. “발은 제 땅에 붙이고 눈은 세계를 바라보라” 김정은이 이렇게 말했다는데, 이제 북한은 제정신을 차리고 전근대적인 개인숭배의 마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오늘은 ‘북한의 태양은 이미 졌다’는 주제로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