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권의 다운사이징, 그리고 80% 고위간부 교체

0:00 / 0:00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한국 통일부는 13일 북한 공식발표와 매체 보도를 바탕으로 수정·보완한 2020년 판 ‘북한 주요인물정보’와 ‘북한 기관별 인명록’을 발간했습니다.

통일부는 지난해 말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 회의와 지난 4월 11일 당 정치국회의,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 회의 등 북한의 주요 행사 결과를 이번 발간물에 반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1월과 비교해 올해 4월 기준으로 당 정치국 위원은 박태성 등 4명만 유임되고 김재룡·등이 대거 충원되고, 정치국 후보위원으로는 다시 호명된 김여정을 제외하고 김형준·등이 이름을 올리는 등 80%가량이 교체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 시간에는 현재 북한에서 세차게 진행되고 있는 정권의 다운사이징, 그리고 고위간부들의 파격적 교체에 대해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이현기: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잘 지냈습니다.

질문: 안 박사님! 사실 다운사이징이란 용어는 쉽게 설명해 어떤 조직의 규모를 줄인다, 혹은 인원을 감축한다는 의미로 주로 사용되는데, 북한 정권이 다운사이징을 한다는 의미를 어떻게 받아 들어야 할까요?

안찬일: 그렇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가을부터 고육지책으로 정권의 다운사이징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효율적 정부, 합리적 정부를 만든다는 현대화의 견지에서 다운사이징이 시작된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비대한 정부를 유지할 수 없는 절박감으로부터 정권 축소, 즉 고위 간부 3명 중 1명은 지방으로 내려가 장마당에서 알아서 먹고 살라는 것이 이른바 ‘김정은식 다운사이징’인 것입니다. 더 이상 월급을 주고 식량배급을 줄 수 없는 상황이 다가오자 취하게 된 일종의 ‘정부 해체기 돌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 아 그렇군요. 그러면 이번 한국 통일부 정보 공개로 드러난 북한 정권 고위엘리트 대폭 교체가 바로 그 다운사이징의 결과라고 봐도 될까요?

안찬일: 그렇게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가차없는 가지자르기식 인사로 고위간부 80% 이상을 갈아치웠습니다. 대남·해외 공작 활동을 총괄하는 북한 정찰총국장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경호부대를 지휘하는 호위사령관이 모두 교체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통일부는 5월 13일 2019년 이후 북한의 주요 인물 활동 및 신규인물 23명 등을 추가한 '2020 북한 인물정보'와 '2020 북한 기관별 인명록'을 발간했습니다.

이 가운데 군부 인사로는 림광일 정찰총국장과 곽창식 호위사령관, 김정관 인민무력상, 위성일 제1부총참모장 등 4명이 등장했습니다. 정찰총국장은 지난 2016년 김영철 당시 총국장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에 임명된 이후 장길성 상장이 맡아왔습니다. 통일부는 장길성에 대해 "2019년 해임(추정)"으로 표기했습니다. 림광일은 지난 2016년 1월 총참모부 제1부총참모장 겸 작전총국장을 맡았던 인물로, 지난해 12월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를 계기로 상장 진급과 함께 당중앙위 위원으로 승진했습니다. 곽창식은 이력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로, 림광일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말 당 전원회의를 계기로 상장 계급장을 달았고 당 중앙위 위원으로 올라섰습니다. 통일부는 호위사령관 교체가 지난해 4월 이뤄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김정은 체제 출범과 함께 호위사령관으로 발탁된 윤정린 대장의 거취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82세의 고령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일선에서 물러났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질문: 그 밖의 다른 인사들의 면면도 좀 소개해 주시죠.

안찬일: 이번에 새로 이름을 올린 당 주요 인사는 김영환 평양시당 위원장, 김조국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리호림 당 부장, 장금철 통일전선부장, 허철만 당부장·간부부장 추정, 현송월 당 부부장 등입니다. 내각 주요 인사는 김일철·양승호 내각 부총리, 김정호 인민보안상, 오춘복 여성, 보건상, 전학철 석탄공업상 등이 새롭게 공개됐습니다. 북한에서 국방사업 전반을 지도하는 기구인 당중앙군사위의 최근 재편 결과도 이번 자료에 반영됐습니다.
중앙군사위원은 기존 13명에서 12명으로 1명 줄고 7명이 교체됐는데, 최룡해 국무위 제1부위원장, 박봉주 전 내각 총리, 김영철 당 부위원장, 황병서(전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이 제외되고, 김재룡 내각 총리와 김조국, 김정관, 박정천(인민군 총참모장), 위성일, 림광일 등이 새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1년 사이 당 정치국의 교체비율은 80% 가까이 되고 국무위원회 11명 중 9명이 교체돼 변동률은 82%라며 최근 들어 계속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고 실용주의 인사 패턴이 강화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정권 엘리트의 잦은 교체와 축소는 결국 북한 정권의 위기상황을 설명해 주는 것으로 봐도 될까요?

안찬일 그렇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친정체제 구축을 위해 축소와 확대, 교체와 처벌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제 북한 정권은 비핵화를 단행하지 않는 한 체제 재생산이 불가능한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벼랑 끝이 저만치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인사: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 또 만나죠. 감사합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현재 북한에서 세차게 진행되고 있는 정권의 다운사이징, 그리고 고위 간부들의 파격적 교체에 대해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