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10 김정은의 기념 강연, 허구적 연설은 무용지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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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이번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당 76주년 기념일은 조용히 지나가는가 했더니 김정은 총비서가 기념 강연을 통해 노동당의 변화 의지를 밝힌 점이 주목된다고 안찬일 박사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밝혔습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는 "노동당 8차 대회가 설정한 5개년 계획 기간을 나라의 경제를 추켜세우고 인민들의 식의주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효과적인 5년으로 되게 할 당의 결심과 의지를 다시금 천명하셨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1일 보도했습니다. 김 총비서는 "최근 년간 인민 대중 제일주의가 당풍, 국풍, 사회적 기풍으로 확고히 전환됐다"면서 이어 조선노동당을 "인민들의 심부름군당"으로 규정하고는 "우리 당에 있어서 인민의 이익을 침해하며 당과 대중을 이탈시키는 행위는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해서 오늘 이 시간에는 "10.10 김정은의 기념 강연, 허구적 연설은 무용지물이다 " 이런 제목으로 안찬일 박사와 이야기 나눕니다.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질문 1: 우리가 알기로 북한의 노동당 총비서가 당 창건 기념일을 맞으며 기념 강연을 했다는 소식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그런데 김정은 총비서는 그걸 이번에 했습니다. 그 의도부터 짚어보고 대담을 이어갈까요?

안찬일: 그렇습니다. 저도 처음 듣는 뉴스입니다. 북한에서 김일성 총비서나 김정일 총비서는 집권 기간 기념 강연 연설자로 나선 적은 단 한 번도 없고 그런 행사를 만들지도 않았습니다. 그만큼 북한이 다급하고 내적으로 통치력이 먹혀들지 않는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문제는 당 총비서가 나선다고 오늘 북한체제가 작동 에너지를 배가할 수 있느냐는 건데, 꼭대기 당 간부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보다 인민 대중이 일어나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직 김정은 총비서가 모르고 있다는 게 안타까운 일입니다. 무려 8,552자에 이르는 장시간 강연이 얼마나 북한 변화에 촉매제가 될지 아무도 그것을 반기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질문 2. 이번 노동당 총비서 기념 강연은 어디서 진행됐는지요?

안찬일: 네 평양시 중구역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북한이 1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한 걸 보면 아마도 10월 10일, 그러니까 당 창건 76주년 기념식 당일 날 진행되었다는 것입니다. 오전에 회의를 진행하고 점심연회로 간부들을 격려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질문 3: 자, 그러면 북한 최초의 노동당 총비서 기념 강연의 내용은 어떤 것인지, 차례로 살펴볼까요? 우선 어떤 내용부터 강조했습니까?

안찬일: 네 김정은 총비서는 기념강연에서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발전기에 맞게 당 사업을 더욱 개선 강화하자"라는 제목의 연설을 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먼저 당 8차 대회가 설정한 5개년 계획 기간을 나라의 경제를 추켜세우고 인민들의 식의주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효과적인 5년으로 되게 할 당의 결심과 의지를 다시금 천명하였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는데 인민 경제 발전 5개년 계획은 지난 1월 노동당 제8차 당대회에서 노동당이 천명한 것입니다. 이 기간 동안 노동당이 사회주의 경제를 재건한다는 것인데 이건 사실 사망한 김일성 주석을 다시 살아 돌아오게 하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북한 경제는 고사한 지 벌써 20년이 훨씬 지났습니다. 지난 1994년 7월 8일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고 장구한 <고난의 행군>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 경제는 사망의 길을 줄달음쳤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당 총비서가 그걸 복구한다고 한들 그 말을 누가 믿겠느냐 말입니다. 사회주의 경제에 대해선 선행한 중국이나 베트남의 사례에서 보듯 개혁과 개방의 시장경제 쪽으로 과감하게 돌아서지 않는 한 기존 체제의 복구란 일장춘몽에 다름 아닙니다.

질문 4: 아 그렇군요. 다음 두 번째로 김정은 총비서가 기념 강연에서 강조한 내용은 무엇입니까?

안찬일: 인민들의 식의주를 하결한다는 것인데, 이 또한 난처한 연설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 지구상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의식주 문제를 순서를 바꿔 식의주라고 부르는 나라는 북한밖에 없는데, 이건 그만큼 북한은 하루 세끼 끼니마저 해결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대표적 사례가 되는 것입니다. 옛날부터 "쌀독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도 있건만 북한은 30여 년 전부터 지구상에서 가장 '배고픈 나라'로 되어 버렸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1970년대까지 북한은 '배부른 나라'는 못되어도 그럭저럭 먹고 사는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고난의 행군 뒤 인민 경제가 폭삭 주저앉으면서 하루 한 줌의 쌀을 얻고자 목숨을 걸어야 하는 한심한 나라로 전락했습니다.

북한 인민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북한에 농경지가 부족하거나 저 멀리 아프리카처럼 비가 내리지 않아 식량 생산이 안 되는 나라가 아니란 걸 말입니다. 순전히 노동당의 농업정책이 잘못돼 북한 인민들이 굶주리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집단 영농을 붙잡고 식의주를 열 번, 백 번, 천 번을 외쳐도 그건 무용지물입니다. 왜 김정은 총비서는 그걸 모르신단 말씀입니까?

질문 5: 이번 기념 강연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이른바 당풍, 국풍을 세게 강조하였는데 그건 또 무슨 말인가요?

안찬일: 네, 김정은 총비서는 기념 강연에서 "최근 년간 인민 대중 제일주의가 당풍, 국풍, 사회적 기풍으로 확고히 전환됐다"고 자화자찬하면서, 이어 조선노동당을 "인민들의 심부름군당"으로 규정하고는 "우리 당에 있어서 인민의 이익을 침해하며 당과 대중을 이탈시키는 행위는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말이야 그럴듯하지만 언제 북한 노동당 간부들이 인민의 심부름꾼이 되었지요? 노동당 간부들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아니 영원히 인민의 심부름꾼이 될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오늘 북한 인민들은 노동당 간부들을 '옷만 갈아입은 지주, 자본가'라고 욕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들은 주야장창 노동자 농민들을 위한다면서 저들의 배만 불리고, 저들끼리 호의호식하면서 평양공화국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장마당에서 상인들이 때 묻은 돈 한 푼 벌어 애들 먹이고자 아글타글 할 때 그들은 외제 승용차를 타며, 인민들은 입에 대 보기도 어려운 소고기와 생선을 맘껏 먹고 있습니다. 과연 이들이 어떻게 인민의 심부름꾼이 될 수 있단 말입니까?

질문 6: 이번 기념 강연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대남관계나 대미관계 등 대외적 메시지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는데 그 원인은 무엇일까요?

안찬일: 한 마디로 별로 발언할 메시지가 없었다는 게 정확한 답변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북한은 남북관계나 대미 관계 등에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여력이 없습니다. 오히려 섣불리 대외적 문호를 열었다가는 북한 내부가 대지진이 일어날 상황인 것입니다. 올해 가뭄과 홍수 등으로 식량난은 최악이 될 수 있고, 이런 처지에서 한국과 미국 등과 마주 앉아 무엇을 논의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중국이 식량 7-80만 톤만 원조해주면 그걸 감지덕지해야 할 형국입니다. 고로 이번 기념 강연은 그저 내부 단속용으로 당 간부들을 들들 볶는 관료주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사료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안찬일: 네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기자 이현기,에디터 이진서,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