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요즘 북-중 국경은 그 어느 때보다 살벌합니다. 얼마 전인 지난 10월 10일 노동당 창당 기념일을 틈타서 일가족이 경비군인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몰래 국경을 넘었다고 안찬일 박사가 자유아시아방송과 회견에서 통해 밝혔습니다. 안 박사는 과거 국경경비대원들에게 돈과 뇌물을 주고 국경을 통해 탈북하는 주민들이 있었지만, 군인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탈북한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심지어 이 보고를 전해 들은 김정은 총비서는 “억만금을 써서라도 탈북 가족을 잡아오라”는 1호 명령을 내려 지금 국경일대가 살벌해지고 있습니다. 탈북 일가족을 체포하고자 정찰총국 요원들이 증강되고 중국 공안과 협력하는 ‘사냥꾼 조’가 국경을 배회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해서 오늘 이 시간에는 “국경경비대 군인에게 수면제 먹이고 탈북한 일가족 억만금을 써서라도 잡아오라 ”이런 제목으로 안찬일 박사와 이야기 나눕니다.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질문 1: 북한을 떠나려는 탈북자의 행렬은 끝나지 않고 있는데 안 박사님은 그 기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안찬일: 북한을 등지고 살길을 찾아 떠나는 북한 주민들의 행렬은 지난 1995년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일약 <탈북의 행군>으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누구든 사랑하는 고향과 가족을 두고 정든 산천을 떠나는 일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일제 때도 웬만해서 북한 주민들은 자기 고향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일제의 탄압을 견디지 못하고, 또 독립운동의 꿈을 안고 북한 땅을 떠났던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이른바 사회주의 지상락원이라는 북한에서 왜 이처럼 많은 주민들이 살길을 찾아 국경탈출을 감행할까요? 대답은 간단합니다. 북한은 희망이 없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단지 돈을 좀 벌어보고자 국경을 넘는 경우도 있지만 일단 북한 밖에 한 번만 나와 보면 금방 북한이란 곳이 인간 생지옥이라는 사실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절대로 그 감옥 속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질문 2: 현재까지 북한을 탈출하여 대한민국에 입국한 탈북민들은 얼마나 됩니까? 그리고 아직 입국하지 않은 탈북자들이 그보다 더 많다는데 그 상황도 좀 알려주시지요.
안찬일: 현재 대한민국에 입국한 탈북민 수는 3만 4,000여 명입니다. 우리 대한민국 강원도 인제군 군민 숫자보다 많은 규모입니다. 북한의 한 행정구역이 통째로 탈북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중국과 러시아, 몽골 등지에 분포되어 있는 탈북민 숫자는 대략 20 내지 30만 명 정도 된다는 통계도 나와 있습니다. 가족들에게 돈을 송금해주고, 가족들이 피해를 입을 까봐 대한민국을 선택하지 못하고 있을 뿐 그들 역시 북한 체제에 환멸을 느껴 정든 고향을 떠나 해외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똑같은 처지입니다.
질문 3: 그렇군요. 그런데 이번에 또 한 탈북 가족이 국경경비대 군인에게 수면제까지 먹이고 압록강을 건넜다는 사실은 대단히 충격적입니다. 그 상황을 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찬일: 네, 이 사건은 북한 양강도의 한 국경 마을에서 벌어졌습니다. 즉 4명의 일가족은 평소부터 탈북을 호시탐탐 노려왔는데, 최근 국경이 조금 느슨해진 틈을 타 경비군인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몰래 압록강을 건넌 것입니다. 그 집 가족 중 한 식구는 평소부터 국경경비대 부분대장 하사에게 접근해 얼굴을 익혀놨고 평소 담배와 뇌물을 주면서 구워삶아 놓았다는 것입니다. 탈북 당일 날 그 식구들은 이 군인에게 수면제를 탄 탄산음료와 빵을 먹이고, 또 그 옆의 근무병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음료수를 먹였는데 곧 이 군인들은 몇 분도 안 되어 모두 골아 떨어졌고 그 틈을 타 일가족 4명은 무사히 압록강을 건너버렸습니다.
질문 4: 참으로 기상천외한 일입니다. 문제는 이 사건이 즉각 김정은 총비서에게 보고되어 한 바탕 난리가 났다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안찬일: 탈북 사건은 잘하면 부대에서 덮을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최고 통치권자에게 보고된 이유는 바로 수면제였습니다. 국경 경비군인들이 수면제를 먹고 넉다운 되어 버렸으니 향후 이런 사건이 대형으로 터지면 결국 북한 국경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건 발생 직후 국경경비대를 관할하는 국가보위성은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고 결국 김정은 총비서에게 보고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보고를 받은 김정은 총비서는 즉각 <1호 명령>을 하달해 “억만금을 써서라도 당장 그 탈북 가족을 모두 잡아오라”고 명령했습니다.
질문 5: 김정은 총비서의 1호 명령이 내려졌지만 이미 중국으로 도망한 탈북 가족을 잡을 수 있을까요?
안찬일: 물론 잡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이 가족들은 이미 중국에 인연을 만들어 놓았고, 또 한국에 먼저 탈북한 식구들이 있어 사전 준비를 잘하고 국경을 넘은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경비군인들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유유히 압록강을 건널 정도면 이미 북한은 구멍이 숭숭 난 ‘누더기 체제’인 셈입니다. 물론 국경은 한바탕 시끄러웠습니다. 북한의 정찰총국 요원들이 일부 중국 공안과 협력하여 국경을 넘어 중국 땅에 파견되고, 현지 외교 공관과 북한 공작원들이 총출동했지만, 이 가족들은 유유히 국경 일대를 벗어나 탈북의 행군을 다그치고 있다고 합니다. 결국, 김정은 총비서의 1호 명령은 허풍으로 끝난 것입니다. 바로 이 사건은 오늘 북한 통치력의 한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래서 사건이 터지면 꼭대기까지 보고는 그럭저럭 되지만 꼭대기서 명령을 떨구면 하는 시늉만 하다 모두 포기한다는 것입니다.
질문 6: 오늘 북한 인민들이 그 체제를 벗어나고자 죽기 살기로 도전하는 것 어떻게 보십니까?
안찬일: 그렇습니다. 오늘 대한민국의 품에 안겨 자유롭게 살아가는 3만 4천명 탈북민 모두가 그 증거가 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북한에 살 때는 강요에 못 이겨 김일성 김정일 만세를 불렀지만, 오늘은 김정은 체제야말로 하루빨리 무너져야 할 독재체제라고 맹렬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비교기준을 상실한 북한 주민들, 오로지 당과 수령에게 충성을 바쳐야 한다고 교육받아온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의 물결만 들어가면 그 체제는 물먹은 담벽처럼 와르르 무너져 내리고야 말 것입니다.
비록 오늘 그들은 수면제까지 동원해 가며 국경을 넘지만 머지않은 앞날에는 손에 총과 칼을 들고 일떠서 반인민적인 평양의 유일 독재정권을 타도하자고 소리높이 외칠 날도 올 거라고 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안찬일: 네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기자 이현기, 에디터 김진국,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