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금강산관광의 꿈, 뭔가 순서가 바뀐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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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얼마 전 북한의 내각 총리 김덕훈이 금강산 지구를 현지 점검하는 등 북한 당국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서두르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한국 언론들이 보도한 바 있습니다. 한국의 통일부 역시 언제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바 있습니다. 물론 금강산관광은 한반도의 평화와 북한의 경제개발을 촉진한다는 의미에서 어느 누구도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현재 북한이 비핵화 문제로 UN과 미국의 강력한 제재 속에 놓여 있다는 현실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국제사회의 북한 제재와 북한의 금강산 관광 제재와 관련해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이현기: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잘 지냈습니다.

질문 1: 먼저 금강산관광이 언제부터 시작되었고 그 목적이 무엇인지부터 짚고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안찬일: 네 우리 속담에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있듯이 천하 절승의 금강산은 누구나 가 보고 싶어 하는 우리 민족의 명승지이며, 최고의 관광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1998년 11월 18일 시작된 금강산관광은 한국의 민간인들이 북한을 여행하는, 남북 분단 70년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대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금강산 관광은 한국의 기업인 현대그룹의 오랜 노력과 정부의 햇볕정책이 맞물려 그 결실을 맺었는데, 1989년 1월 현대그룹의 정주영 명예회장이 방북하여 금강산 남북공동개발 의정서를 체결하면서 그 씨앗이 잉태되었습니다. 그 후, 1998년 2월 14일 정몽헌 회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측과 첫 협의를 거친 다음, 6월 23일 금강산관광 계약이 체결되었음을 발표하였습니다. 당해 8월 6일 통일부는 현대상선, 현대건설, 금강개발의 협력사업자를 승인하였고, 10월 13일 장전항 공사를 위한 자재와 장비를 실은 배가 출항하였습니다. 이어 11월 14일 금강산 관광선인 금강호의 시험 운항을 마치고, 11월 18일에 금강호가 처음으로 출항하였습니다.

이렇게 잘 나가던 금강산관광은 2008년 7월 11일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의 피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잠정 중단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질문 2: 아 그렇군요. 그런데 아마도 박왕자 사건이 나지 않았어도 북한 당국의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규탄과 제재가 이어지면서 자연 중단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만 어떻습니까?

안찬일: 당연히 그랬을 것입니다. 북한의 최초 핵실험은 2006년에 진행됐고 제2차 핵실험은 2009년에 있었습니다. 2008년의 박왕자 사건을 전후하여 진행된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은 당시 국제사회의 강력한 규탄을 받고 있었기에 적어도 2010년 초반경에는 저절로 중단되었을 사업이었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이전까지 남북관계는 강경일변도를 달려왔기에 금강산을 유람하는 일은 도무지 맞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질문 3: 자 그런데 오늘 유엔과 미국의 강력한 대북제재로 모든 남북관계가 중단되다시피 한 상황에서 북한이 다시 금강산 관광 문제를 들고나온다는데 대관절 어떤 사연들인지요?

안찬일: 그렇습니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 개발 문제를 다시 꺼내 들면서, 내년 1월 제8차 당대회를 기점으로 금강산 관광지구 개발을 본격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최근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한 경제를 총괄하는 김덕훈 내각 총리가 금강산관광지구의 개발사업 현장을 시찰하면서 "관광지구를 우리 식으로 건설함으로써 온 세상이 부러워하는 문화 휴양지로 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습니다.

올 1월 코로나바이러스 전염 방지를 이유로 금강산의 남측 시설물 철거를 당분간 연기한다고 했던 북한이 내년 1월 당대회를 앞두고 금강산 관광지구 개발을 갑작스럽게 다시 꺼내든 것입니다. 통신은 이날 김덕훈 총리가 고성항 해안관광지구 등을 돌아보면서 "당의 구상을 금강산 관광지구 총개발계획에 정확히 반영하고 집행하는 데서 나서는 실무적 문제들을 토의했다"고 전했습니다. 현지에서 진행된 협의회에서는 호텔, 골프장, 스키장 등의 설계·시공을 위한 대책들이 토의됐습니다.

김 총리는 "금강산지구 개발사업을 연차별, 단계별 계획에 따라 밀고 나가며, 인민들이 자연경치를 한껏 즐기면서 휴식할 수 있게 건설에서 '선 편리성, 선 미학성'의 원칙을 철저히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관광지구를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면서도 민족적 특성과 현대성이 결합된 우리 식으로 건설함으로써 민족의 명산 금강산이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명산, 온 세상이 부러워하는 문화휴양지로 되게 할 것"이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질문 4: 아니 지난해 10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금강산지구를 직접 방문해 남측 시설들이 꼴도 보기 싫다며 당장 철거하라고 으름장을 놓지 않았습니까?

안찬일: 그렇습니다. 북한은 작년 10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 지구 현지 지도를 하며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 사업을 혹평한 뒤 '시설을 완전 철거·문서 협의'를 남측에 요구해 왔습니다. 김정은은 당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라"라고까지 말했습니다. 그리고 관계 당국은 작년 12월 금강산의 남측 시설물을 올해 2월까지 모두 철거하라고 요구했다가, 올해 1월 코로나 전염 위험으로 금강산 시설 철거를 당분간 연기한다는 통보문을 보내오며 협의는 중단됐었습니다.

질문 5: 이와 같은 북한의 움직임은 결국 내년 초에 있을 노동당 8차 대회에서 뭔가 새로운 경제개발 정책을 내놓을 것이란 추측을 가능하게 만드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안찬일: 바로 그 점입니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 개발 문제를 다시 꺼내 들면서, 내년 1월 제8차 당대회를 기점으로 금강산 관광지구 개발을 본격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유력합니다. 경제개발을 전개하려면 우선 자금이 우선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현재 외화가 고갈되어 가고 있습니다. 바로 그 자금을 금강산 관광 등을 통해 충당하자는 건데 여기에 큰 모순이 있습니다. 당장 비핵화 문제를 외면하고 관광으로 돈을 벌자는 계산은 한 마디로 강도적인 생각입니다. 이것은 순서가 바뀌어도 보통 크게 바뀐 것이 아닙니다.

북한은 먼저 비핵화를 진행하고 그 뒤에 관광사업을 꺼내 들어야 합니다. 북한은 비핵화의 언덕을 넘지 않고서는 그 어떤 경제개발과 관광사업 등을 논해서는 안 되리라 봅니다.

안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안찬일: 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