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남북한 농촌 들녘 모내기 철로 바빠지는 시기입니다.
한국 농촌진흥청은 최근 밥맛 좋은 고품질 쌀 생산을 위해 지역별 적정 시기에 모내기 작업을 실시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한국의 지역별 모내기 적기는 현재 기후 조건에서 추정할 때 조생종의 경우 중부 중간지는 5월 21일에서 27일, 호남 중간지는 6월 5일에서 11일, 영남 중간지는 5월 28일에서 6월 4일이 적기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5월 들어 모내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북한이 농업용수 확보를 위한 ‘물관리’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북한 매체를 인용 한국 언론들이 전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현재 북한에서 세차게 진행되고 있는 모내기 전투, 즉 모내기 작업과 관련해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이현기: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잘 지냈습니다.
질문: 북한이 많은 용어에 ‘전투’란 말을 잘 붙인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일이지만 모내기에도 전투란 말을 쓰는 게 좀 생소합니다. 안 그런가요?
안찬일: 당연히 그러시겠죠. 그러나 북한의 공식 용어는 분명 “모두 다 모내기 전투에로!”입니다. 이 전투는 올해의 경우 5월 5일 날 첫 ‘총성’이 울렸습니다. 평안북도 곽산군에서 첫 모내기가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전투라고 해서 총성이 울리거나 포탄이 오가는 건 아니지만 모내기가 시작되어 약 20일간 진행되는 북한의 ‘모내기전투’ 기간은 말 그대로 전쟁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만큼 긴장된 나날의 연속입니다. 이제 북한 주민들과 학생들, 군인들, 근로자들 어느 누구도 모내기 전투란 용어를 이상하게 보는 이들은 단 1명도 없습니다.
질문: 북한 내부 언론에서도 모내기 철 독려에 관한 사설도 게재합니까?
안찬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1일 '모내기를 제철에 질적으로 끝내어 올해 알곡 고지 점령의 돌파구를 열어 제끼자' 이런 제목의 사설에서 "정면돌파 전략의 성사 여부는 주타격전방인 농업 전선에서 다수확 성과를 얼마나 공고히 하고 확대해 나가는가 하는데 크게 달려있다"고 밝혔습니다. 어떻습니까? 정말 전투의 분위기가 충전하는 용어들로 구성되어 있지 않습니까?
질문: 아 그렇군요. 근데 북한 모내기 전투에는 농민들만 아니라 많은 지원자들이 있다고 하는데 그건 무슨 뜻입니까?
안찬일: 그렇습니다. 다른 농사도 그렇지만 북한에서 모내기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끝내야 하는 것만큼 지원 노력이 없으면 절대로 제 기한 내에 마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5월 초가 되면 협동농장들로 ‘지원군’ 즉 지원 노력이 대거 진출합니다. 도시의 근로자들에 대학생, 군인은 물론 고급중학교 학생들까지 총출동하는 ‘대부대 작전’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질문: 이렇게까지 대부대 작전까지 해야 될 이유가 있습니까?
안찬일: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로 북한 농촌에는 부녀자들과 노인들 외에 젊은 노력이 절대 부족합니다. 군대와 도시로 진출하려는 젊은이들이 농촌에 머물러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농촌의 기계화가 안 되고, 설사 농기계가 있다고 해도 연료 부족으로 작동이 잘 안 돼 결국 노동집약적인 방법, 즉 지원노력이 ‘인해전술’을 써야만 그 많은 논에 모를 심을 수 있는 것입니다. 북한은 산악지대가 많고 기온의 변화가 극심해 제때에 모를 심지 않으면 단위당 수확고를 올리 수가 없는 것입니다. 지원자들은 농촌 부락으로 몰려와 선전실과 큰 건물, 혹은 농민들 가정에 집단 숙식하면서 모내기 전투를 전개하게 됩니다. 심지어 야간작업까지 전개하는데 이는 밤에 모를 냉상모판에서 떠야 낮에 모내기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경우 모판 자체가 조각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것을 기계에 척 올려놓으면 기계가 알아서 꽂아 주지만 북한의 경우 그런 농장은 평안남도 문덕군 립석리 등 몇 개 안 됩니다.
질문: 그런데 올해는 예년과 달리 코로나 19로 집단 농촌지원이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숙소와 집단 식사 등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닐 것 같습니다만...
안찬일: 그렇습니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는 바로 그 코로나가 크게 문제 되어 북한이 좀 다른 지원 방법을 쓴다고 합니다. 즉 장거리 지원전투는 지양하고 될수록 근거리 농촌지원 전략으로 바꾸었다는데 그 방식은 공장과 기업소, 군부대들이 아침에 출근하여 모내기를 지원하고 저녁에는 자기 병영과 숙소로 돌아가는 방식을 쓴다고 합니다. 그러나 군부대의 경우 어차피 4월 말에 동계훈련이 끝나고 4월 말부터 본격적인 농촌지원에 동원되는 만큼 농촌에 이동병영을 꾸리고 모내기를 돕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최근 북한의 로동 신문들을 보면 코로나19를 주의하면서 모내기를 지원하자는 내용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질문: 북한의 식량 사정은 항상 <세계식량계획>의 관심사이고 북한은 식량 절대 부족 국가로 나타납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십니까?
안찬일: 북한의 경우 보통 연간 460만 톤 이상의 식량을 생산해야만 식량 자체 해결을 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북한은 1970년대 초반 ‘식량 자체 해결’을 포기했습니다. 이것은 김일성 주석의 ‘비밀교시’에 나와 있습니다. 늘어나는 인구와 변화된 한랭전선 등 자연과 사회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것입니다. 특히 북한의 집단 영농체계는 식량 생산을 저해하는 가장 큰 원인입니다. 베트남의 경우 개혁 개방 이전에는 절대 식량부족 국가였지만, 그 이후는 쌀 수출국가로 된 교훈이 잘 비교해 주고 있습니다. 북한은 전근대적인 협동농장 제도를 해체하고 즉시 가족 및 개인 영농제로 전환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굳이 ‘모내기전투’란 거창한 용어를 붙이고 사람들의 강제적인 인해전술을 쓰지 않아도 영농문제와 식량문제는 저절로 풀릴 것입니다.
개인 영농제로 전환하는 문제가 시급 하군요. 하루빨리 북한이 달라지는 길이 먹는 문제 해결의 선결 조건이라 생각됩니다. 오늘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인사: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주 또 만나죠. 감사합니다.
현재 북한에서 세차게 진행되고 있는 모내기 전투, 즉 모내기 작업과 관련해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