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미국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4년 4개월만에 북한 내각 총리가 교체됐습니다. 소위 핫바지 총리, 예스맨 총리라 불리던 김덕훈이 물러나고 강직하고 ‘김여정맨’으로 알려진 박태성이 올라섰습니다. 이를 두고 벌써부터 ‘북한 경제가 좀 살아날 것’이란 희망 섞인 전망과 함께 ‘그 나물에 그 밥’이란 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내각 총리 교체와 새해 북한 경제 전망’이란 주제를 갖고, 한국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인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안찬일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MC : 먼저, 북한에서 '내각총리'라는 자리는 어떤 자리이고 또 실제로 어느 정도의 권력을 쥐고 있나요?
안찬일: 북한에서 내각 총리는 건국 당시인 1948년 9월 9일 내각수상으로 출발했습니다. 김일성이 1972년까지 내각 수상을 할 때 북한 경제가 성장세를 유지한건 사실이지요. 그때는 사회주의권이 살아있었으니 그 원조 아래 북한 경제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1972년 12월 27일 이른바 '사회주의 헌법'이 등장하면서 내각이 정무원으로 바뀌고 초대 정무원 총리는 김 일이 맡았습니다. 문제는 이때 이미 김정일로의 세습이 상당히 추진되고 있었고, 인민경제는 서서히 내리막길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그 뒤 박성철, 이종옥, 강성산, 연형묵 등을 거치는 가운데 북한 경제는 완전히 붕괴되고 1997년 다시 주석제가 없어지면서 내각 총리로 복귀하였지만 노동당경제 하에서 내각 총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던 것입니다.
MC : 그러니까 내각 즉, 행정기관은 힘을 전혀 쓰지 못한다는 건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북한의 내각 총리는 여전히 권력 서열 2위로 공식 발표되고 있지요?
안찬일: 네, 적어도 서열상 2위로 발표되는 건 맞습니다. 1위가 노동당 총비서, 2위가 국무위원장, 3위가 내각 총리죠. 김정은 총비서가 국무위원장을 겸직하고 있으니 3위가 맞는 말인데 실은 사회주의 체제에서 2위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그러니까 최룡해가 2인자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는 입법부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니까요. 그런데 북한은 김정은에게 권력을 더욱 집중시키기 위해 지난 2016년 6월 30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장 제도를 내왔는데, 이건 과거 사회주의 헌법기의 김일성 주석제와 동일한 것으로 권력의 분산이란 국가지배체계에 역행하는 짓입니다.
MC: 그런데, 지난 4년 4개월간 총리를 지낸 김덕훈은, 좀 심하게 얘기해서 무능하다는 평가를 받아 온 인물인데도 어떻게 그 자리를 지켜냈는지 궁금합니다.
안찬일: 네, 하하하, 무눙하니까 잘 지켜낸 것입니다. 능력이 출중했으면 벌써 수용소에 가 있겠죠. 김덕훈은 이른바 '예쓰맨'으로 유명합니다. 김정은 총비서 앞에서는 고양이 앞의 쥐처럼 굴지요. 그는 4년 전 평양종합병원 공사 지연의 책임을 지고 쫓겨난 김재룡의 후임으로 총리가 되었습니다. 그 뒤 여러번 짤릴 위기에 처했지만 내각 총리 자체가 있으나 마나한 자리다보니 그럭저럭 자리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MC: 왜 내각 총리가 있으나 마나한 자리인가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안찬일: 네, 내각 총리에게 '경제총사령관'이란 칭호를 붙였듯 총리는 인민경제를 지휘해야할 최고 자리입니다. 경제란 무엇입니까? 예산과 자원을 가지고 공장 기업소들을 가동하고 인민소비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인민경제 아닙니까? 그런데 내각 총리에게 예산집행권이 없습니다.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이 예산권을 장악하고 총리에게는 아무런 예산권을 주지 않습니다. 특히 북한 경제는 북한 화폐로 예산이 운영되는 경제구조가 아니다보니 더욱 총리 권한이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습니다. 총리는 어디에 물난리가 났다 하면 거기 뛰어가 살피고, 어느 기업소가 문닫게 되었다하면 그걸 살펴 노동당에 보고하고 이게 전부이니 어느 간부들이 내각 총리의 말을 듣겠습니까?
MC: 그런데 이번에 총리에 오른 박태성은 강직함이 있는 사람이라는 등 다소 좋은 평가를 받는 인물이라는데, 그런 그가 북한 경제에 희망이 될 수 있을까요?
안찬일: 네, 박태성 전 노동당 과학교육비서는 사람 자체가 바른 말은 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지난 2013년 11월 김정은 총비서가 백두산에 올라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잡을 음모를 꾸밀 때 거기 참가한 몇 안되는 고위 간부입니다. 그리고 김여정 부부장의 백업을 받는 뒤심도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래서 지금 북한 엘리트들은 "강성산 총리가 회생하였다"고 은근히 기대를 걸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평안남도 도당책임비서를 지냈고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장도 지냈으며 최고인민회의 의장도 지내는 등 두루 행정과 정치의 경험을 쌓아 왔습니다. 나이도 1955년 생이니 그다지 다른 간부들에게 밀릴 처지는 아니라고 봅니다.
MC: 하지만, 북한주민들이 정말 알고 싶은 건, 그가 붕괴 직전에 이른 북한 경제를 살려낼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 아니겠습니까? 과연 박태성 신임 총리에게 대안이 있을까요?
안찬일: 네: 대안이라는게 별거 아닙니다. 인민경제가 얼마나 군수경제와 노동당 경제의 압제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회복의 상승세를 탈 수도 있고 현재처럼 침체의 바다에서 허우적 거릴 수도 있습니다. 현재 북한은 러시아에 군대를 파병하고 외화를 좀 받는 것으로 고무되고 있는데 문제는 그 돈을 순수 경제 회복에 쓰느냐 아니면 또다시 군수공업에 돌려 탕진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러시아로부터 밀가루가 들어와 북한의 지방공장들에 공급돼 즉석국수가 생산되기도 하는데 이렇듯 우선 인민생활 향상에 자금과 원자재를 돌리면 북한 경제에도 약간의 희망이 될 것입니다.
MC: 북한 당국이 그동안 추진해 왔고 또 앞으로도 추진하려고 세워놨던 구태의연한 지방 경제발전 정책과 방식들을 과연 박태성 신임 내각 총리가 개혁할 수 있을까요?
안찬일: 박태성 총리는 지방경제가 한창 부흥하던 시기에 김일성종합대학을 다닌 사람입니다. 그 위력을 알긴 압니다. 문제는 그 시절 북한의 지방과 산들은 지방경제를 돌려줄 나무열매와 가축 등을 마구 배출해 주었지만 오늘 북한의 산들은 나무 열매와 꽃들을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토사를 마구 쏟아내는 재앙의 근원지로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이런 걸 모른다는데 큰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박태성 내각 총리는 잘 압니다. 문제는 그가 이런 문제를 김 총비서에게 "지방경제를 살리려면 먼저 계획경제 자체를 수정해야 합니다."이렇게 바른 말을 할 수 있을 지가 미지수입니다. 또 과거 김달현 부총리처럼 "경제발전에 절대 필요한 전력을 먼저 인민경제 부분으로 좀 돌려야 합니다." 이런 쓴소리를 하면 되는데 박태성 총리라면 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은 살아있습니다.
MC: 그런데 이번에 총리직에서 물러난 김덕훈이 당중앙위원회 경제비서로 갔단 말입니다. '경제비서'라고 하면 내각의 경제사업을 통제하는 자리인데요. 박태성 신임 총리를 가만둘까요?
안찬일: 네 바로 그 점입니다. 잘 지적하셨는데 예쓰맨 김덕훈을 당의 경제비서로 둔 김정은 총비서의 음모가 눈에 보입니다. 박태성이 전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족쇄를 채운 것 아닙니까? 이래 저래 북한 경제 복구의 희망은 벌써 어두워 보입니다. 결국 노동당이 경제에서 손떼는 날이 북한 경제가 살아나는 날인데, 그렇게 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MC: 오늘은 새해 북한 경제 전망에 대해서 이야기 나눴습니다. 안 박사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찬일: 네, 수고 하셨습니다.
MC: 저희는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