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홍알벗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북한의 통치구조가 영원한 세습체제라고 믿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후계자는 선대 수령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걸로 알고 있다는데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김정은 총비서가 선대 수령을 비판한 내용을 청취자 여러분께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오늘은 한국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인 안찬일 박사와 함께 '선대 수령을 비판한 겁 없는 김정은 총비서'란 제목으로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안찬일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안 찬 일: 네 안녕하십니까!
MC : 오늘날 북한이 개혁과 개방을 못하고 지지부진하는 이유가, 바로 통치구조가 세습체제이고 그렇기 때문에 선대에 대한 과감한 비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김정은 총비서가 선대 수령 즉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고 합니다. 주로 금강산관광과 관련된 내용이라고 하는데요. 먼저 금강산 관광이 뭔지 설명 좀 해 주시죠.
안 찬 일: 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2019년 10월 금강산을 직접 찾아 한국의 금강산호텔 등 관광시설을 철수하라며 허풍 떠는 자리에서 선대 수령을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러니까 금강산관광은 1998년 11월 18일 금강호가 남측의 동해항에서 북한의 장전항을 향하여 출항하면서 시작되지 않았습니까? 2000년에 들어서며 20여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등 순조롭게 진행되던 금강산관광 사업은 2001년에 이르러 위기에 직면하였습니다. 관광사업 초기에 과도한 투자 비용이 소요되어 사업자가 자금난을 겪게 되고, 해로 관광에 따른 긴 이동시간 및 관광과정의 통제로 인해 관광객이 줄어든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육로 관광을 조속히 실시할 것을 북한에 촉구하여 2003년 9월부터 육로 관광을 실시했습니다. 관광사업자인 한국의 현대아산도 관광 상품 다양화, 관광 코스 개발 및 프로그램 개선 등의 자구 노력을 진행하여 금강산관광 사업이 다시 정상화되었습니다.
2006년에는 외금강호텔이 개장되었고, 농협중앙회 금강산지점이 개설되는 등 관광 인프라가 확충되었으며, 2007년에는 내금강 관광이 시행되는 등 관광사업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었습니다. 2008년에는 7월 11일까지 관광객이 20여만 명을 기록했으며, 누적 관광객은 무려 193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그러나 2008년 7월 11일 북한군의 총격에 의해 우리 측 금강산 관광객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으며, 이로 인해 7월 12일부터 금강산관광은 잠정적으로 중단되었습니다.
MC : 그런데, 관광중단을 야기한 잘못은 북한측이 저질러 놓고도 북한 당국은 금강산 내에 건설된 모든 한국측 소유의 시설물을 전부 몰수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선대를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는데요. 어떻게 된 건가요?
안 찬 일: 북한 당국은 2010년 4월에 금강산 지구 내에 있는 남한 측 자산을 몰수 동결하였고 2011년 4월에는 현대아산의 금강산관광 사업 독점권을 일방적으로 취소하였습니다. 나아가 2011년 5월에는 남한 재산권을 침해하는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을 제정하는 등의 조치를 지속했으며, 8월에는 남한 측 재산에 대한 처분 단행을 통보하고 남한 측 체류 인력을 전원 추방함으로서 민족간의 금강산 관광사업을 파국으로 몰고 갔습니다. 이런 가운데 2019년 10월 김정은 총비서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금강산을 직접 찾았습니다. 그것도 부인 이설주를 대동하고 찾아 선대 수령을 비판하는 작심한 발언을 배설했습니다.
MC : 당시 김정은 총비서가 뭐라고 그랬나요?
안 찬 일: 네, 우선 첫 번째로 김정은 총비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겨냥하여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며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 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하여 금강산이 10여 년간 방치되여 흠이 남았다"고 일갈했습니다. 아니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물을 팔아먹었다는 전설도 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으로 외화도 벌고 남북화해협력도 이루자고 한 뜻이 뭐가 잘못되었죠? 그리고 그것은 김정일을 넘어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기도 합니다. 중국의 경우를 보아도 나라를 개방하여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들여 외화를 버는 일은 천백번 잘한 일입니다. 오늘 북한 근로자들이 저임금으로 중국이나 러시아에 나가 식당을 차리고 벽돌을 쌓으며 눈물의 푼돈 버는 것 보다 금강산을 개방하여 남측으로부터 벌어들인 엄청난 외화는 그야말로 누워 떡 먹기 아니었나요? 그런데 선대의 그런 뜻을 이제 와서 기분 나쁘다고 매도하면 김정은 총비서는 대관절 집권 10여 년 동안 뭔 업적을 이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MC : 그렇다면 김정은 총비서의 두 번째 선대 비판은 어떤 내용인가요?
안 찬 일: 네, 김정은 총비서는 두 번째로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 정책이 매우 잘못되었다” 이렇게 비판했습니다.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북한의 국력이 강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다만 1960-70년대까지 오늘처럼 굶어죽는 사람이 있거나 꽃제비가 시장을 배회하는 일은 없었죠. 1994년 7월 8일 김일성 사망 후 북한을 엄습한 <고난의 행군>은 가뜩이나 허약한 북한 사회주의 체제를 통째로 자빠뜨렸습니다. 그 장본인은 다름아닌 김일성 김정일 두 수령입니다. 그런데 그 난국을 탈출해보고자 금강산 관광사업을 시작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판단이 뭐가 잘못되었나요? 그렇게 보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부자나라로 잘 사는 남조선 관광객을 불러들여 천하 절승의 금강산을 보여주고 그 귀한 외화를 받아내면 이야말로 누이좋고 매부좋은 일이 아니고 뭐냐 말입니다.
MC : 그런데 앞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말하는 선임자라는게 혹시 대남정책 책임자를 가리키는 건 아닐까요? 김 총비서가 선대 수령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게 가능한 것인지 그게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겁니다.
안 찬 일: 사실 모두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북한 언론은 철저하게 관용언론이며 선전선동 수단입니다. 북한 언론이 김정은 총비서가 선대수령을 겨냥해 비판의 화살을 쏘았다고 하면 전부 문 닫아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의 통치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습니까? 말 그대로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한때 잘 나가던 대남비서 김양건이 금강산 관광의 문을 독자적으로 열었다? 삼척동자도 믿지 않습니다. 금강산 관광의 최종 결정자는 누가 뭐래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입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2018년 6월 싱가폴 북미정상회담과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수포로 돌아가자 독이 오를대로 올라 그해 가을 금강산을 찾아가 "남조선 관광시설을 바라만 봐도 기분 나쁘다"며 전부 철수하라고 호통쳤습니다. 우리 나라 속담에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다리에서 큰소리 친다"는 말이 있는데 바로 그 격이였죠.
MC : 금강산 관광사업에 이어 개성공단도 문을 닫음으로써 이제 남북관계는 심한 단절의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여기에 북한 정권의 핵무기 개발로 한반도는 위기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데요. 김정은 총비서가 선대의 이런 강경노선에서 벗어나 평화와 경제발전의 길로 갈 수는 없을까요?
안 찬 일: 중국의 덩샤오핑은 마오쩌둥 등 선대의 노선을 과감하게 비판하며 개혁 개방을 통해 중국의 번영을 이룩해 왔습니다. 북한에서도 과감한 사상해방을 외칠 사람은 김정은 총비서밖에 없습니다. 북한 인민들이 기분 나쁜 것은 금강산의 남조선 호텔이 아니라 평양의 주체사상탑과 금수산의 태양궁전 등입니다. 그걸 걷어내라고 김정은 총비서가 호통친다면 그는 북한의 덩샤오핑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MC :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오늘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안 박사님, 수고하셨습니다.
안 찬 일: 네 수고 많으셨습니다.
MC: 저희는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기자: 홍알벗,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