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북한의 ‘사상대혁명’ 빨리 끝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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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진행에 홍알벗입니다.

2023년은 북한 노동당 행정부장 장성택 등이 처형된 지 1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런 가운데, 전 북한 외무상 이용호가 숙청, 처형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지난 10년 동안 마치 중국의 문화대혁명을 방불케 하는 숙청과 처형을 계속해 오고 있다는 평가인데요. 그래서 오늘은 “중국의 ‘문화대혁명’을 방불케 하는 북한의 ‘사상대혁명’ 빨리 끝낼수록 좋다”라는 내용을 갖고 한국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인 안찬일 박사와 함께 최근 북한의 움직임을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MC : 안찬일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안 찬 일: 네 안녕하십니까.

MC : 어느덧 김정은 총비서가 집권한지도 올해로 10년이 됐습니다. 우리 속담에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죠. 하지만, 북한에서는 이 기간 동안 변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바로 북한 간부들에 대한 숙청과 처형인데요. '사상의 칼'로 인민을 다스리겠다는 현 북한 정권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한 외신이, 김정은 총비서가 전 외무상 이용호 등을 숙청 처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어떻게 된 건지 좀 설명해 주시죠.

안 찬 일: 네,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4일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용호 전 북한 외무상이 지난해 여름이나 가을 무렵 처형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1970년대 초반 김일성주석과의 인터뷰로 인해 북한 주민들에게도 잘 알려진 언론입니다. 요미우리신문은 또 지난해 이 전 외무상의 처형을 전후해 외무성 관계자 4~5명도 함께 처형됐다는 정보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들의 숙청 이유에 대해선 "분명하지 않지만 이 전 외무상을 포함해 숙청된 인물 중 다수가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며 영국 대사관에서 모종의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알려진 대로 영국 대사관은 태영호 현 한국 국회의원이 망명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일본 언론의 보도에 대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는데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사실이 확인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용호는 지난 2020년 이수용 국제비서와 함께 국무위원에서 해임된 것이 이 전 외무상의 마지막 공식 행보입니다.

MC :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올해, 그러니까 2023년은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자신의 고모부인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 등을 처형한 지 꼭 10주년이 되는 해인데요. 그 당시 김 총비서는 무엇 때문에 자기 고모부까지 처형해야 했을까요?

안 찬 일: 2013년 중반만 해도 김정은 체제 등장에 1등 공신이라고 할 수 있는 자기 고모부의 목을 베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북한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더구나 김정은 총비서의 고모 김경희는 이때 노동당 정치국원으로 잘 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거기까지였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장성택 처형에 앞서 노동당 행정부 부부장 이용하와 장수길을 2013년 10월 전격 총살하였습니다. 곧 한 달 후 장성택을 체포했습니다. 그리고 12월 노동당 정치국 회의 현장에서 장성택을 총살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총살형은 강건종합군관학교 뒤 사격장에서 고사기관총으로 집행했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장성택 등이 종파행위를 했다고 역설하면서 노동신문 1면에 크게 보도했습니다.

MC : 이 때문에 북한 정권의 간부 숙청 등이 중국의 ‘문화대혁명’과 흡사하다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데요. 북한의 간부 숙청과 중국의 문화대혁명이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는지 설명해 주시죠.

안 찬 일: 무산계급 문화대혁명, 약칭 문화대혁명은 1966년부터 1976년까지 꼭 10년 동안 중화인민공화국에서 일어난 대규모 파괴 운동입니다. 우리 국내에서는 간단히 '문혁' 이라고도 부르죠. 일명 20세기의 분서갱유 성장 파괴주의, 중국 내에서는 우회적으로 십년운란 (十年动乱) 등으로 표기하기도 합니다. 자국의 문화를, 자국민들이 스스로 멸절시키려 한, 전례가 드문 대사건으로, 공산주의 체제의 내재적 폭력성과 경직성, 그리고 체제적 한계를 예시할 때 킬링필드, 대숙청, 대약진 운동, 고난의 행군, 차우셰스쿠의 인구 말살정책과 함께 빠짐없이 언급되는 역사적 사건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문혁의 기본 목적은 류소기와 등소평 등에게 공산당 지배권을 빼앗긴 마오쩌둥이 일으킨 정치적 싸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과장을 보태면, 보이는 것은 홍위병과 마오쩌둥만 제외하고 모조리 때려 부쉈습니다.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인물인 공자, 동아시아에서 신으로 추앙받던 관우의 묘까지 훼손했으니 그 정도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MC : 그렇군요. 그런데 북한 정권은 또 각종 궐기대회를 조직해 주민들을 동원해 빈축을 사고 있다는데, 이건 또 무슨 이야기인가요?

안 찬 일: 그렇습니다. 최근 평안북도와 평안남도, 황해북도, 황해남도, 강원도,함경북도, 함경남도에서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 관철을 위한 궐기대회를 열어 엄동설한에 인민들을 대거 동원하면서 야단법석을 떨고 있는데 이게 중국 홍위병들의 광란적 집회와 무엇이 다르단 말입니까? 이 결의대회 면면을 살펴보면, "보고자들과 토론자들은 우리 인민의 행복과 우리 국가의 전진발전을 실질적으로 담보함에 지향설정된 2023년 인민경제발전의 중요목표들을 지지찬동하였다. 전체 일군들과 당원들과 근로자들이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전원회의 결정을 받들어 또다시 력사의 기적을 창조하기 위한 진군길에 용감히 나섰다"는데 대관절 노동당이 내놓은 과제가 무엇이고, 또 결정관철을 위한 대안은 무엇입니까? 또 각지 당 기관들은 "올해의 투쟁은 당의 령도업적을 고수하고 인민들과 후대들에게 자립,자력의 기치를 높이 들고나가는 우리 국가의 밝은 미래에 대한 확신을 더해주게 될 것"이라고 말하였지만 그런 호소는 20년 전에도, 30년 전에도 똑같이 있었습니다.

MC : 이것 말고도 북한의 어떤 것들을 중국의 문화대혁명에 비교할 수 있을까요?

안 찬 일: 중국의 문혁은 중국 대륙 전체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오늘 북한의 권력투쟁과 사상투쟁은 평양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닙니다. 북한 방방곡곡 노동당이 지배하는 모든 곳에서 심각한 자리다툼과 사상투쟁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과거 북한 정권이 식량배급이라도 줄 때는 그나마 사상투쟁도 접수하였지만 오늘은 사정이 달라지지 않았습니까? 식량배급이 사라지고 장마당 경제가 작동해 그나마 인민들은 굶어죽지 않고 있는데 왜 노동당이 당을 따르라고 강요하고 있습니까? 얼마 전 노동당은 평안남도 도당위원회를 급습해 책임비서를 비롯한 당 간부들을 꿇어 앉혀놓고 감춘 식량을 내놓으라고 협박했다고 합니다. 중앙상납에 불만을 품은 지방 당이 도내 인민들을 굶어죽이지 않기 위해 취한 조치를 암행 감찰반을 통해서 보고받은 김정은 총비서가 긴급 그루빠를 파견이 이런 짓을 했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문혁 당시 홍위병들이 저질렀던 행패와 무엇이 다르단 말입니까?

MC : 정말 궁금한 것은, 중국의 문화대혁명은 10년으로 막을 내렸는데 김정은 정권의 '사상대혁명'은 과연 언제쯤 막을 내릴까 하는 문제인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안 찬 일: 네, 1976년 마오쩌둥의 사망으로 중국의 문화대혁명은 막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김 씨 왕조가 세습이 되다 보니 사상혁명 역시 세습으로 계속되고 있습니다. 세습정치가 끝나지 않는 한 사상대혁명도 끝나지 않습니다. 북한의 청년 군인들과 의식화된 인민들은 세습정치를 끝장내고 북한에도 민주화의 새바람이 불도록 2023년 새해에는 용감하게 투쟁해 나갈 것을 호소드리고 싶습니다.

MC : 네, 안찬일 박사와 함께 한 '주간진단'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안 박사님, 수고하셨습니다.

안찬일: 수고 많으셨습니다.

MC: 끝까지 함께 해 주신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기자: 홍알벗,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