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미국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북한의 헌법에도 집회, 결사의 자유, 그리고 비판의 자유가 명시돼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 노동당 10대 원칙은 함부로 집회와 결사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북한에서 정치적 목적을 지닌 정당이 생겼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한국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인 안찬일 박사아 함께 "북한, 80년 만에 반체제 정당 출현하다"란 주제를 갖고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안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MC : 오늘날 북한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랫동안 1당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죠. 그러면서 종교 말살 등 각종 인권 유린이 일어나는 곳으로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는데요. 이같은 것들은 어디서 유래했다고 보면 좋을까요?
안찬일: 네, 대체로 현대 민주주의는 3권 분립, 즉 입법, 사법, 행정으로 권력이 서로 견제하면서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여 통치하도록 권력을 분산시키고 있는데 반해 북한 체제는 유일사상, 유일체제가 지배하는 절대주의 국가입니다.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는 이 말은 곧 최고 지도자 김정은 총비서의 생각이 지배철학이며 지배원칙이란 것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 체제에서 통치자에 대한 비판은 무조건 사형에 처해지도록 10대원칙과 협법이 명문화하고 있지요. 간단한 실례로 한국의 신문들은 현 대통령과 그 부인을 만화로 그려 풍자하고 비판하지만 북한에서는 최고 지도자를 단 한마디만 비판해도, 또 김부자의 초상화를 향해 총구만 겨누어도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이란 체제는 오늘 지구상에서 가장 잔인한 인권침해 국가로 지목되어 있습니다.
MC : 그런데 이번에 북한 체제 등장 80여 년만에 반체제 성격의 정당이 출현했다는 뉴스가 나와 주목을 받았는데요. 어떤 내용인가요?
안찬일: 네, 저도 그 소식을 듣고 무척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문명사적 충격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북한의 한 중학교 선생님입니다. 북한의 한 중학교 교사가 즉 교원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정당을 창당했다가 적발돼 처벌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지난 28일 북한 문제를 연구하는 한국의 한 연구소에 따르면 북한에서 반체제 활동을 전개하는 자생적 정치조직이 만들어져 활동한 정황이 북한 당국의 공식 자료에 의해 확인되었습니다. 이 연구소가 최근 입수한 북한 보안당국의 문헌학습 영상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교사·의사 등 엘리트 지식인들이 한국 라디오와 영화·드라마를 통해 자유롭고 풍요로운 대한민국의 발전상 및 북한 체제의 불합리성과 모순을 깨닫고 자생적으로 반체제 혁명조직을 만들어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MC : 그런데, 이번에 적발된 것이 단순한 반체제 결사체였나요, 아니면 정당과 같은 정치결사체였나요?
안찬일: 네, 북한 보안당국이 만든 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이 조직체를 자유민주주의체제 수립을 목표로 하는 정당까지 결성하였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소가 입수한 자료는 지난 2022년 상반기 북한 보안당국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시행 이후 평양과 각 도에서 진행한 한류(K-컬쳐) 단속·검거 사례를 선별해 제작한 내부용 영상자료로, 북한은 2020년 12월 '남조선 영상물 유포 시 사형' 등 극단적 처벌 조항을 넣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정 이후 전국적으로 단속에 나섰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방의 한 군(郡)에서 중학교 교원으로 근무하던 신 모씨는 한국 방송과 녹화물을 청취하는 과정에 북한 체제에 반감을 갖고 반체제 정당을 만들어야 겠다는 발상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MC : 그러니까 한국의 문물을 접하면서 낙후된 북한 체제를 변화시켜야 겠다는 생각에서 정말이지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나섰다는 것이군요. 이번 사건의 배경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안찬일: 네, 북한 정권이 만든 영상자료에 따르면, 신 아무개 선생님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하며 "놈은 당의 배려로 중앙대학을 졸업하고 어느 한 중학교 교원으로 근무하면서 남조선 방송과 불순녹화물을 청취하는 과정에 사상적으로 변질되어 나중에는 우리 제도에 대한 반감을 품었다"며 "신모 놈은 쩍하면(틈만 나면) 당에서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불만을 부리던 끝에 이른바 자유민주주의체제에 의한 새로운 당을 창건하고 새 정부를 세운다고 하면서 불순녹화물을 시청하는 과정에 알게 된 10여명의 불순분자들과 국가전복 음모를 꾸미고 미쳐 날뛰다가 인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결국 노동당이 그를 처형하였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은 것입니다.
MC : 이번에 적발된 조직의 목표와 활동내용은 어땠는지 좀 더 자세히 소개해 주시죠.
안찬일: 네, 영상자료에서는 이들이 만든 당 강령과 조직원칙의 일부가 적힌 메모장과 조직원 명단 일부도 공개됐습니다. 당 강령 제1조에는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의한 새로운 당을 건설한다' 제2조는 '새로 조직되는 당에는 상하차별이 없다'고 적혀 있습니다. 얼마나 80여 년 김일성 왕조에 차별받고 설음 받아왔으면 이런 강령을 추겨 들었겠습니까? 또 영상자료에는 어느 한 병원의 의사가 성경을 통해 종교를 믿게 되고, 한국 영상물을 보면서 사상적 변화를 일으켜 반체제 활동을 기도했다는 내용도 나옵니다. 이 밖에도 돈을 받고 북한군의 군사비밀과 대내 교양자료, 주요 군수공장의 자료들을 넘긴 사례도 등장합니다.
MC : 그런데 북한 정권은 이들에 대해 적대분자라고 했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안찬일: 네, 영상자료는 "불순 적대분자들은 일단 기회가 조성되면 우리 제도를 반대하는 소요와 함께 우리 혁명의 수뇌부까지 해치기 위한 반혁명적 음모까지 꾸미고 그 실현을 위해 피를 물고 날뛰다가 군중들의 신고에 의해 적발‧체포 되었다"며 한국의 방송과 영상물에 대해 "인민들의 심장 속에 간직되어 있는 혁명의 수뇌부(김정은) 결사옹위정신을 녹여내고 수뇌부의 절대적인 권위를 헐뜯는 악랄한 반혁명적 독소, 우리식 사회주의제도를 해치게 하는 위험한 독소"라고 발광적인 표현을 썼습니다. 아니, 묻고 싶은데 북한 체제의 목표가 인민대중 중심의 사회주의 아닙니까. 그런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지금 16세기 조선시대보다 더 한 족벌세습체제를 실시하고 있지 않느냐 말입니다. 북한 어디에 인민이 있고, 사회주의가 있습니까?
MC : 북한의 지식인층을 대표하는 학교 선생님들이 반체제 조직을 결성하고 개혁과 개방을 선언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일들이 앞으로 또 일어날 것으로 보십니까, 어떻습니다?
안찬일: 당연합니다. 어제는 학교 선생님들이 들고 있어났지만 내일은 혁명적 청년 군인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며 또 모레는 노동자층이 들고 일어날 것입니다. 김일성 주석이 일찍이 말했습니다. "착취와 압박이 있는 곳에서는 반드시 인민대중의 혁명이 일어난다"고 말입니다. 오늘 북한 사회에서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불가사의입니다.
MC : 네,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안 박사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찬일: 네, 수고 하셨습니다.
MC: 함께 해 주신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정영,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