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진행에 홍알벗입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TV가 지난 8일, 건군절 그러니까 북한의 정규군 창건일을 맞아 진행된 75주년 기념행사를 방송했습니다. 그런데, 기념일 행사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이제 겨우 10살인 김정은 총비서의 딸 김주애를 '존경하는 위인'으로 칭송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를 두고, 이제 북한이 이른바 백두혈통의 4대 세습을 공공연하게 과시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한국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인 안찬일 박사와 함께 <2.8절 북한의 깜짝쇼...하지만 4대 세습은 절대 안돼>란 주제를 갖고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안찬일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MC: 우리 민족은 남북한 할 것 없이 자기 윗사람을 존경하는 마음이 강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존대하는 것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인데요. 특히 보수적인 북한에서는 그러한 현상이 남한보다 훨씬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그런데 이번에 북한은 2.8절 행사에 등장한 김 총비서의 딸 김주애에게 '존경하는 자제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북한에서 이게 가능한 일인가요?
안 찬 일: 정말 이하동문입니다. 이제 겨우 10살에 불과한 김주애가 단지 김정은 총비서의 딸이라는 이유 하나로 극존칭되는 것은 희극 중의 희극이죠. 그러나 이것은 단지 한 어린이에 대한 존칭을 넘어 북한의 4대 세습을 상징하는 것으로, 북한 체제의 종말을 암시한다는 의미에서 불안감을 증폭시켜 주고 있습니다. 사회주의 나라 간판을 내걸고 78년 세습 독재를 이어온 북한이 이제 정치문화의 암울함을 넘어 봉건주의 막장으로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고 있어 정말 불안하기만 합니다.
MC : 결국, 지난해 11월에 김주애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 '사랑하는'이란 표현에서 그 다음은 '존귀하신', 그리고 이번에는 '존경하는' 이란 표현까지 등장한 건데요. 이런 변화를 어떻게 보십니까?
안 찬 일: 그렇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김주애를 2022년 11월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 발사현장 동행을 시작으로 11월 27일에는 ICBM 공로자 기념사진 촬영에 동행, 또 2023년 1월 1일 탄도미사일 무기고 시찰시 동행, 그리고 2월 7일 건군절 기념 북한군 장성 숙소 방문과 2월 8일 조선인민군 창군(1948년) 75주년 기념 연회와 김일성광장 열병식에 참석시키는 등 총 5차례에 걸쳐 김정은과 동행하도록 하였습니다. 이것은 단지 김정은 총비서 가족의 자제라는 의미를 넘어 이제 김정은 다음, 즉 후계문제를 공공연하게 선전하는 일종의 '세습마케팅'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MC : 그렇군요, 그런데 김정은 총비서에게는 아들도 1명 있다던데요, 원래 북한에서 세습은 장자계승론이 아닌지요? 왜 유독 김주애를 내세우고 있을까요?
안 찬 일: 그렇습니다. 김정일 때부터 장자계승론이어서 김일성의 동생 김영주, 김일성 김성애 부부의 큰 아들 김평일 등이 모두 밀려났습니다. 그런데 이게 3대 세습에 와서 깨졌습니다. 즉 김정은은 형 김정철을 제끼고 후계자가 되었습니다. 김정철에게는 호르몬 과다분비증이라는 질병이 있고 성격도 온화하다 보니 과격한 김정은이 선택된 것입니다. 이제 와서 김주애를 띄우는 이유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2009년 결혼해 처음에는 아들을 낳아 장자가 있음에도 아마 그 역시 김정철과 유사한 질병과 성격을 지닌 것으로 판단되며, 따라서 큰 딸인 김주애가 부각되었고, 특히 최근 설쳐대는 김여정 부부장을 눌러버리기 위한 세습발판의 정지작업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현재 김여정 보다 장래 자기를 일편단심 결사옹위할 김주애가 훨씬 마음에 들었다는 것이죠. 김정은 총비서 때부터 장자계승론은 무너졌으니 오늘 와서 장녀가 후계자가 못될 리 없다고 김정은 총비서와 이설주는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MC : 그런데, 이번 2.8절 열병식 전날 환영연회와 열병식 당일 김주애는 북한군 장성들에게 경례를 받는 의식이 있어 눈길을 끌었는데요, 왜 이렇게 군부를 먼저 장악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건가요?
안 찬 일: 네, 답은 간단합니다. 북한은 아직 군대가 지배력의 원천이고 그것은 당분간 계속될 선군 지배질서를 의식해서일 것입니다. 고로 군부가 지지하면 그것으로 통치력은 안전합니다. 김정일 때도 오진우 최 현 등이 그랬고 김정은 때도 이영호 총참모장을 내세워 군부를 제일 먼저 충성집단으로 내세워 주었습니다. 이번에 자세히 보니 차수 계급장을 단 황병서까지 등장했는데 그는 한 때 권력무대에서 밀려난 경력이 있지만 '노동당의 스파나'별명을 가진 인물로 당중앙의 군정부장으로 군부를 콘트럴하면서 김주애 부각에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총대를 틀어쥔 군대가 세습을 지지하는데 감히 맨손인 노동자, 농민, 인텔리 계층이 거기에 반기를 든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북한의 세습은 총대를 통한 ‘간접쿠데타’ 방식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MC :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번에 북한군은 2.8절 열병식장에서 '김정은 충성' 다음으로 '백두혈통'을 계속 주창했습니다. 이야말로 4대 세습을 암시하는 가장 적나라한 표현이라고 보여지는데 이에 대해 동의하십니까?
안 찬 일: 당연히 동의합니다. 열병종대들은 반드시 김정은 결사옹위 다음으로 백두혈통을 연발했습니다. 모든 열병종대들이 통일적으로 외쳤는데 상당히 연습된 모습이었습니다. 이것은 숨길 수 없는 김주애로의 세습, 즉 김정은 총비서 가문이 앞으로 대를 이어가며 권력을 누리겠다는 선전포고에 다름 아닙니다. 한편 이번 열병식장에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즉 백두산줄기의 상징은 나타나지도 못했습니다. 김정은 가문이 이제 백두산줄기는 밀어내고 백두혈동 유일독재로 가겠다는 것입니다. 누구맘대로 저러는지 정말 세상의 웃음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또 하나 더 백두산 준마행진에는 맨 앞 장군마 뒤에 새끼마를 따라세워 그것이 김주애 임을 과시했는데 이를 바라보는 북한 인민들은 실소를 금치 못했을 것입니다.
MC : 그런가하면, 북한 당국이 김주애란 이름을 모두 바꾸라고 조치해 지금 사회안전부 주민등록과가 초만원이라는데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요?
안 찬 일: 참 어이가 없지만 처음 있는 일은 아닙니다. 지난 1970년대 초반 김정일 세습체제 등장 때 정일이란 이름은 싹 바꿔야 했습니다. 제 남동생이 안정일이라 그 때 안청일이로 바꾼 기억이 생생합니다. 얼마 전 평안북도 정주시 안전부에서 '주애'라는 이름으로 등록된 여성들을 불러내 이름을 고치도록 했다고 북한 소식통이 전해왔습니다. 이 주민은 "최고 존엄의 '존귀하신 자제분'으로 선전되고 있는 딸 이름이 '주애'이기 때문에, 동명인을 없애라는 내부 지시가 내려왔다고 안전부 간부가 말해주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내가 사는 인민반에도 '주애'라는 이름의 12살 여자애가 있었는데, 안전부 주민등록과에서 여자애 부모를 안전부로 호출해 딸의 이름을 바꾸고 출생증 교체를 강요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소식통도 평안남도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평안남도 평성시에서도 '주애'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들에게 일주일 내로 이름을 바꾸라는 중앙의 내부 지시가 각 인민반장을 통해 전달됐다"는 것입니다.
MC : 최고 지도자의 이름을 일반 주민이 사용하면 안 되는 곳 북한. 그러면서도 인민, 즉 주민이 주인이라는 주체사상을 통치이데올로기로 쓰는 곳 북한. 과연 북한에서 4대 세습이 제대로 이뤄질 지 벌써부터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오늘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안 박사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찬일: 네, 수고하셨습니다.
MC: 저희는 다음 주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기자: 홍알벗,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