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진행에 홍알벗입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8차 당대회에서 2025년까지 수도 평양에 매년 1만 세대씩 총 5만 세대의 살림집을 건설하겠다는 사업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평양 살림집 건설을 주요 과업으로 제시한 배경에는 아버지 김정일이 이루지 못한 ‘평양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 과업을 이어받아 성취한다는 유훈 관철의 의미와 김정은 시대 핵심 사상인 ‘인민대중제일주의’를 건축을 통해 드러낸다는 목적이 깔려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오늘은 “평양 신도시 살림집, 부실공사 논란’이란 주제를 놓고 한국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인 안찬일 박사와 함께 자세히 알아 보겠습니다.
MC : 안찬일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 찬 일: 네, 저는 잘 지냈습니다.
MC : 김정은 정권 등장 후 평양시에는 과학자거리에 이어 여명거리 등 신도시 고층 건물들이 계속해서 들어섰습니다. 그 동안 북한에서 아파트가 무너지는 일이 발생하는 등 부실공사 논란이 있어 왔는데요. 박사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안 찬 일: 네, 북한의 평양시는 비교적 규모가 질서정연하고 녹화가 잘 된 도시로 평가받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 각종 간판과 광고로 조금 무질서한 것과 대조를 이루고 있죠. 그러나 우리 속담에 '외화내빈' 즉 겉은 화려하나 속은 텅비어 있다는 말이 있듯이 평양시의 건축물들은 겉은 으리으리하나 속은 말 그대로 '속빈 강정'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우선 많은 철근과 배관 등이 충분히 들어가야 하는 골조 등이 부실하기 짝이 없고, 특히 내부 인테리어가 절대 빈곤합니다. 원자재가 많이 부족하고 공사책임이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MC : 그런데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면서 왜 그렇게 평양시 건설에 집증하는지 궁금합니다. 그 배경은 뭔가요?
안 찬 일: 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2021년 1월 열린 8차 당대회에서 2025년까지 수도 평양에 매년 1만 세대씩 총 5만 세대의 살림집을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사업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 배경에는 아버지 김정일이 이루지 못한 '평양 10만 세대 건설' 과업을 이어받아 성취한다는 유훈 관철의 의미와 김정은 시대 핵심 사상인 '인민대중제일주의'를 건축을 통해 드러낸다는 목적이 깔려있다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사업 3년 차인 현재까지 목표량보다 많은 살림집이 건설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평양시 송신·송화지구에 이어 현재 진행 중인 화성지구, 서포지구와 향후 계획 중에 있는 금천지구 등을 합해 총 5만 세대 살림집을 건설한다는 목표인데, 각 지구에서 목표량이 초과 달성될 것이라고 연일 선전하고 있습니다.
MC : 고층건설 건설은 전문 업체가 시공을 하지 않으면 많은 문제가 생길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 북한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안 찬 일: 과거 1970년대까지 북한에도 규모는 크지 않지만 중소 규모 건설회사들이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속도전 시대에 장비와 기술자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건설회사들은 도태하고 주로 북한 군부대가 건설공사를 도맡아 수행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고속도로와 항만, 발전소 건설의 주체는 전부 군인들입니다. 물론 평양시 건설사업소 등 설계와 시공 전반을 기술적으로 관리 감독하는 기관은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 시공의 주력부대는 군인들입니다. 당국에서는 아예 김정은 총비서의 살림집 건설 명령이 떨어지면 송신거리 아파트 건설은 3군단이 맡으라, 여명거리 건설은 국방성 공병국이 맡으라 등 군사명령으로 아파트 건설을 맡기게 됩니다.
MC : 건축현장에는 소위 '군복입은 노동자'라고 불리는 군인들이 주로 투입된다고 하는데 문제는 없을까요?
안 찬 일: 군인들이라도 자재와 전력 등이 제대로 공급되면 어느 정도 날림공사는 막을 수 있겠지요. 이건 살림집 공사장에서도 '자력갱생'은 고정불변입니다. 시멘트와 철근, 배관 등을 군대 지휘관들이 나서 자체 해결해야 합니다. 심지어 지휘관들이 시멘트공장과 제철소로 시멘트와 철근을 구하러 갈 때는 반드시 권총을 차고 실탄을 장진하고 가야 할 정도입니다. 서로 먼저, 많이 받아가려고 싸움질이 빈번하기 때문입니다. 한 겨울철에는 시멘트 양생이 느릴 수밖에 없는데 현재 평양시 살림집 건설에서는 하루에 아파트가 3층씩 올라갔다는 선전방송이 심심찬케 나오고 있습니다. 제대로 양생이 되지 않으면 그 건물은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군인들은 빨리 공사를 끝내고 부대로 돌아가 쉬고 싶은 생각에, 또 충성경쟁이 심하다보니 날림공사를 무슨 자랑으로 여기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고층찬란한 여명거리를 두고 평양 주민들이 ‘사망탑’이라고 부르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MC : 안전한 건물을 지으려면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할 텐데 이번 평양 살림집 건설의 경우는 어떤가요?
안 찬 일: 네, 현재 북한은 평양 살림집 골조 건설과 출입문, 외부 창호 공사만 끝나면 준공 검사를 통과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준공이 끝나면 국가에서 더 이상 자재를 지원하지 않아도 되고 목표 세대수도 빠르게 채울 수 있어 외관 공사만 끝나면 서둘러 완공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내부 인테리어 공사까지 완료돼 당장 입주할 수 있는 살림집은 전체의 5~7%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나머지 95%의 입주 예정 세대들은 변기, 수도꼭지, 벽지, 장판, 타일 등 내부 공사를 개별적으로 해야 하고, 내부 공사를 진행할 여력이 없는 세대는 입주를 포기하고 집을 팔아 돈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외관 공사도 부실시공으로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 평양 소식통은 “윗집 부엌 가시대(싱크대)에서 새는 물이 고스란히 아랫집 천장에 흘러내려 난리인 집이 한두 집이 아니다”며 “외벽 습기 방부제 공사도 제대로 안 됐는지 지난겨울 습기가 가득 차 벽지가 썩을 정도”라고 한탄하고 있습니다. 군인들이 지은 아파트가 오죽하겠습니까?
MC : 탈북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근래 북한의 도시와 평양시 아파트는 개인소유가 가능하고 사고 파는 매매도 이루어진다는데 이건 무슨 말인가요?
안 찬 일: 북한의 주택이 다 그렇다는 말은 아닙니다. 평양시의 경우도 당국이 돈이 없다보니 신흥부자들이나 돈을 좀 만지는 기관들에 아파트 호수를 배정하고 원자재를 대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전체 호수에서 몇 퍼센트를 떼어주면 그 주택을 본인이 살거나 또 매매하여 이득을 취하는 방식입니다. 등록까지 개인으로 하는 완전 개인소유는 아니고 인민위원회의 묵인하게 가명으로 등록하는 일종의 가소유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주의에서 개인소유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북한 당국도 주택과 농지 등에서 부분적으로 개인소유를 인정해 나갈 때 인민들의 주인의식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처럼 날림식의 건물을 올려 으리으리한 도시를 만들면 뭐 합니까.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이 언제 우르르 무너질지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MC :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순서. 오늘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안 찬 일: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MC: 저희는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기자: 홍알벗,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