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노동자 명절 , 5.1절 그리워 하는 북 근로자

0:00 / 0:00

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께서는 전세계 노동자들의 명절 5.1절을 다 아시죠? 특히 북한에 계신 나이 오육십대 주민들은 과거의 5.1절을 잘 기억하고 계실 텐데요. 1960년대 북한 노동자들은 4.15태양절이나 2.16광명성절보다 5.1절을 연중 최고의 명절로 여겼다고 하는데요. 오늘 이 시간에는 "1960년대의 5.1절이 그리운 북한 근로자들" 이런 제목으로 한국의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안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MC : 먼저 5.1절의 의미와 유래에 대해 좀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5.1절은 어떤 날인가요?

안찬일: 1886년 헤이마켓 사건 이후 1889년 7월에 세계 여러나라 노동운동 지도자들이 모여 결성한 제2인터내셔날의 창립대회에서 5.1절이 결정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1890년 5월 1일 첫 메이데이 대회가 개최되었고 이후 전세계 여러나라에서 5월 1일 메이데이를 기념해 오고 있습니다.

유럽과·중국·러시아, 북한 등 나라들이 전반적으로 5월 1일을 노동절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유럽 국가 대부분은 한국과 달리 노동절 당일은 공무원, 군인도 근무하지 않습니다. 1968년까지는 소련군의 열병식이 열리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중국에서는 5월 1일을 기점으로 5일간 연휴를 가지는데 원래는 7일 연휴였으나 2008년부터 청명, 단오 등의 전통 절기를 법정휴일로 정하면서 노동절 연휴를 3일로 줄였고, 2020년부터 다시 5일로 늘렸습니다. 북한에서는 국제로동절, 혹은 메데절, 5.1절이라고 부르며 사회주의 7대 명절 중 하나에 포함됩니다

MC : 그런데 과연 북한에는 노동절의 주체인 이른바 노동계급이 존재하는지 궁금합니다. 어떻습니까?.

안찬일: 아주 중요한 질문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북한에 노동계급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기에 북한의 노동계급은 전격 해체되었습니다. 그러니까 노동당이란 말도 틀리는 말입니다. 오죽하면 노동당과 장마당이 경쟁한다는 말이 생겨났겠습니까? 노동자 농민을 주체로 하는 노동계급의 당이 노동당인데, 과연 오늘 노동당안에 노동계급 출신이 누가 있습니까? 김정은 총비서가 누구입니까? 3대째 북한의 권력을 누리는 무산귀족의 백두혈통, 최룡해 누구입니까? 2대째 평양의 귀족...이건 뭐 모두 공산귀족일 뿐 북한의 노동당은 노동계급의 당이 아닙니다. 진짜 노동자계급은 오래전에 해체돼 장마당 장사꾼, 꽃제비, 건달군 등으로 전락했습니다.

사회주의 경제 파탄으로 공장, 기업소 모두가 문을 닫아 버렸는데 거기에 무슨 노동계급이 있겠습니까. 다만 있다면 아파트 건설현장에 군인들이 진주하여 그들을 대신하는데 이걸 어떤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군인계급이 북한을 이끈다? 그러면 차라리 노동당을 군대당으로 바꾸던지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날을 따라 비대해지는 세습 권력, 그 아래서 헐벗고 굶주리는 노동자 농민들 참 구제불능의 나라가 북한입니다.

MC : 그런데, 5.1절은 북한에서도 1960년대에는 최고의 명절이었다는데 어땠습니까?

안찬일: 분명한 사실입니다. 오늘은 김일성 생일이나 김정일 생일이 제일 최고로 되지만 1960년대 까지는 5.1절이 연중 거의 최고의 명절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의 전체 인구 중 노동자들이 제일 많고 그들이 생산력의 주체이다보니 노동자들의 명절이 최고의 명절로 되는 건 너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공장 기업소를 움직이고 상품을 생산하니 노동자들은 제일 대접받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5.1절 날이면 체육대회와 예술공연이 대대적으로 열리고 상점과 백화점들에는 상품들이 그득 그득했습니다.

MC : 안 박사님은 그 당시 학생이었을 텐데 어떤 추억을 가지고 있습니까?

안찬일: 네, 우리 학생들은 공장, 기업소들을 찾아가 노래와 춤으로 노동자들을 위문했습니다. 노동자들도 공장 기업소들 별로 체육대회와 예술공연을 크게 벌리는데 마치 전문예술단들처럼 잘 했습니다. 제 기억으로 북한이란 나라는 아마 1960년대 그 시절이 진짜 인민대중 중심의 사회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그때 김일성 김정일의 우상화는 거의 없고 노동자 농민들이 주체가 되어 사회 전반을 지배했습니다. 그러니까 경제가 왕성하게 돌아가고 인민들은 물질문화생활이 괜찬았습니다. 바로 그 사회주의 관성이 현재까지 그럭 저럭 북한 체제를 지탱시켜 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MC : 그렇다면 북한은 지금 남미 국가나 필리핀처럼 한 때 잘 나가던 나라가 저발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침체기 또는 과도기에 놓여 있다고 봐도 될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안찬일: 옳은 말씀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현실을 보면 대답이 나오지요. 중국은 사회주의 관성이 끝나갈 무렵 마침 마오 주석이 사망하고 덩샤오핑에 의해 개혁과 개방의 길에 들어서 오늘 G2국가 즉 강대국의 반열에 들어섰습니다. 또 베트남은 어떻습니까? 베트남도 일당 독재에서 벗어나 힘찬 시장경제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대한민국과 외교관계를 맺은 저 카리브해의 아름다운 나라 쿠바 역시 사회주의를 집어 던지고 있습니다. 그 나라들에서 5.1절은 지금 경사롭고 흥청거리기까지 합니다. 반대로 북한은 전근대적인 3대 세습의 길을 걸으면서 이른바 우리식 사회주의를 고집하다보니 좀처럼 나아지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MC : 이런 가운데, 근래 들어 북한에서도 5.1절이 되면 고위 간부들이 노동자들을 찾아가 함께 명절을 즐기는 등 뭔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던데, 안 박사님은 이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안찬일: 당연히 잘 하는 일이죠. 그런데 아직 거기에서 사상을 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벤트식으로 당일 고위간부들이 몇 군데 공장 기업소 노동자들 속으로 찾아가 체육대회나 한다고 이미 죽은 노동계급이 원상회복하기는 어렵습니다. 지난해 5.1절 노동신문을 읽어 보면, 노동절인 5.1절 133주년을 맞아 사설에서 '전체 근로자들이여, 애국의 열정과 근면한 노력으로 사회주의조국의 부강번영을 이룩해 나가자'고 호소했습니다.

신문은 5.1절에 대해 “백전백승 조선로동당의 두리(주위)에 굳게 뭉쳐 만난을 박차며 신심 드높이 전진해나가는 주체조선 근로자들의 혁명적 기상과 전투적 위력을 만방에 힘있게 과시하는 의의 깊은 명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다행인건 평양정권이 만난이라며 현 난국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러면 만난을 헤쳐나갈 대안을 제시해야지 무조건 노동당을 따르라면 누가 따르겠습니까?

먼저 노동자들이 일할 일자리를 만들고 거기서 생산력이 증대돼 인민생활이 향상되면 노동자들은 뭉치지 말라고 해도 뭉치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바로 1960년대의 북한 노동계급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MC :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오늘은 여기서 마치겟습니다. 안 박사님 수고하셨습니다.

안 찬 일 :수고하셨습니다.

MC: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요.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