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김정은 초상화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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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저는 미국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집권 12년만에 북한 김정은 총비서의 초상화가 평양에 등장했습니다.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행사장에 등장한 3상, 그러니까 김일성,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 등 3명의 초상화를 바라보는 북한 주민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오늘은 한국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 문제를 깊이 들여다 보겠습니다.

MC : 안찬일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 네, 안녕하십니까!

MC: 앞서 언급했습니다만, 북한 평양에 김정은 총비서의 초상화가 등장했다고 하는데요. 안 박사님은 북한에서 지도자에 대한 우상화의 역사를 직접 체험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이번에, 김정은의 초상화를 바라보는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안찬일 : 네 저는 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전후세대이지만 북한에서 개인숭배의 역사를 거의 다 지켜본 사람 중의 한 사람입니다. 사실 1967년 노동당의 유일사상체계가 등장하기 전까지 매 가정이나 직장 등에 김일성의 초상화는 없었습니다. 그저 혁명력사연구실이나 공공기관에 걸릴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오늘에 이르러 북한에는 화장실만 빼놓고 모든 곳에 김부자의 초상화가 걸려 있습니다. 이제 무려 3명의 초상화를 걸게 생겼으며 벽 한 면이 모두 김 씨들의 초상화로 도배질되게 되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인민들 어느 누구도 자발적으로 그 초상화를 거는 게 아니라 당국의 강요에 의해 걸고 있다는 것입니다.

MC: 이번 김정은 총비서의 초상화는 언제 어디서 최초의 모습을 공개했는지 좀 소개해 주시죠.

안찬일 : 네, 이번에 북한에서 새로운 수령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김정은 수령으로, 세습 국가 북한에서는 공식적으로 초상화가 걸려야 수령이되는 것입니다. 사실 그동안 김정은 총비서는 김일성·김정일 후광으로 통치해 왔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언제 김정은의 초상화가 내 걸리는지 관심이 높았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통치력을 가늠해 보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죠. 지난 4월 15일 북한은 김일성 생일 태양절을 삭제하더니 약 한 달 뒤인 지난 5월 21일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새 교사 개교식에 김정은 초상화를 버젓히 내걸었습니다. 노동당 중앙간부학교는 노동당 고급당학교의 명칭을 개명한 북한의 시, 군 당 비서 이상의 핵심 간부들을 재교육 시키는 북한 간부 양성의 최고급 교육기관이며 동시에 노동당의 새로운 통치 이데올로기의 산실이기도 합니다.

MC : 그런데 김정은 초상화는 그 이전부터 '등장 시그널을 날렸다'는데 이건 또 무슨 말인가요?

안찬일 : 네, 이번 초상화 등장에 앞서 북한 소식통들은 올해 초 일선 군부대로 하달된 북한 내부 문건에 '3대 위인 초상화 정성사업'이란 문구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를 김일성-김정일과 함께 3대 위인으로 지칭해 우상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추정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미 국가보위성 등 핵심 권력기관들에는 올해 초 김정은의 초상화가 내 걸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 북한 내부와 국외에 3대 세습의 공식화라고 할수 있는 김정은 초상화를 내 걸은 것입니다.

최근 대북소식통을 통해 입수한 북한 내부 문건을 보면 ‘3대 위인 초상화 정성사업 연구실 모심사업’이란 문구가 등장하는데, ‘2024년 1월 사업계획서’라는 제목의 문건으로, 북한 당국이 올 1월 추진하는 사업 계획을 일선 군부대에 내려보낸 것으로 관측됩니다. 항상 북한은 후계자에 대한 우상화를 군부대에서부터 시작해 왔는데, 그 이유는 대부분 노동당원들로 구성된 군부대에서는 세습에 대해 아무런 반발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MC : 그동안 북한에서 3대 위인하면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숙으로 통칭되었는데 이번에 김정숙이 빠졌습니다. 결국 김정은 총비서가 3대 위인으로 올라섰단 의미가 되는 건가요?

안찬일 : 네 바로 그것입니다.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북한에서 '3대 위인'이라고 하면 '백두혈통 3대 위인'인 김일성과 김정일, 김일성의 아내이자 1세대 여성 항일혁명 투사인 김정숙을 가리켰습니다. 물론 김정숙은 북한 내에서 초상화까지 제작돼 걸지는 않았습니다. 김정숙까지 초상화로 걸기에 여백이 부족했고, 또 그 자리에 김정일이 잽싸게 들어섰던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의 '3대 위인 초상화 정성사업'이란 말에서 '3대 위인'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을 새롭게 의미하는 것입니다.

MC : 그런데 좀 생소한 단어가 나오고 있는데요. '정성작업'이니 '정성함'이니 하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안찬일 : 네 북한에서 정성작업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초상화를 항상 깨끗하게 모시는 작업이며 정성함은 그 걸레들을 담아 놓는 함입니다. 통일부의 북한용어 사전에 따르면, '정성작업', '정성함' 등의 별도 용어가 존재하는데, 정성작업이란 '온갖 정성을 다하여 존귀한 물건이나 대상을 손질하고 가꾸는 일', 정성함은 '정성작업을 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넣어 두는 함'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김일성-김정일 초상화에 김정은 초상화를 추가해 '3대 위인 초상화'로 묶어 하나의 관리 체계를 세우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런 가운데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이날 새로 지은 당 중앙간부학교 건물 외부와 실내에 김일성-김정일과 함께 김정은까지 3대 초상화가 나란히 걸린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김정은 초상화는 치아를 드러내며 활짝 웃고 있는 김일성-김정일 초상화와 달리 입을 다물고 근엄한 표정이 특징입니다.

MC : 이번 김정은 총비서 초상화는 김일성 김정일의 표정과는 달리 대단히 근엄한 표정으로 제작이 되었다는 평가인데요. 그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안찬일 : 네, 이번 김정은 총비서의 초상화 표정은 북한에서 노동당 제4기 15차 전원회의를 소집해 갑산파, 연안파 등 경쟁 세력이 제거되고 김일성 개인숭배가 자리 잡기 시작한 1968년, 김일성 초상화가 처음 나왔을 때와 매우 유사한 표정입니다. 김일성 초상은 처음엔 검은 머리에 입을 다문 진지한 표정의 젊은 지도자 모습이었다가 1980년대 김정일 초상화가 나와 초상배지에 이른바 '쌍상'(김일성·김정일 초상)이 들어가면서 노년의 흰 머리에 활짝 웃는 표정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번에 당 중앙간부학교에 걸린 김정은 초상화는 지난달 공개된 김정은 찬양 선전가요 '친근한 어버이' 뮤직비디오에서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는 초상과도 일치합니다. 1월 군대에서 김정은 초상화 사업 진행→4월 선전가요를 만들어 북한 주민들에게 자연스럽게 초상화 노출→5월 당 중앙간부학교 준공과 함께 공식 사용의 단계를 거치면서 군에서 당으로 초상화 사업이 확산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MC : 초상화가 나오고 나면 그 다음 단계는 뭐라고 보십니까?

안찬일 : 개인적 생각으로 벌써 김정은 총비서의 초상뱃지는 제작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디자인에서 3부자를 모두 포함하는 3상인지, 아니면 김정은 총비서만 넣은 초상뱃지인지 그것이 관건이라고 봐야죠? 김일성의 초상휘장이 1970년 노동당 제5차 대회에서 최초로 공식 지급된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아마도 제9차 당대회를 소집하고 거기서 공개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일각에서는 김주애와의 쌍상을 거론하기도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MC : 네, 안찬일 박사와 함께한 주간진단, 오늘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안 박사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찬일 : 네 수고하셨습니다.

MC: 늦은 시간 함께 해 주신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