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북, 사교육 성행…‘무상교육’은 헛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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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입니다. 진행을 맡은 홍알벗입니다. 여기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입니다.

고난의 행군이 있기 전까지, 북한에서 사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북한에서도 사교육이 분명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무상교육’을 부르짖는 북한에서 사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도 알게 모르게 많이 변화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건데 말이죠.

오늘은 한국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인 안찬일 박사와 함께 한국의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인 안찬일 박사와 함께 사교육이 북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겠습니다.

MC : 안찬일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

MC : 먼저 전체주의 체제인 북한에서 사교육이 시작되게 된 배경이 무척 궁금합니다.

안찬일: 네, 사교육이란 개념이 일반 자유국가들에서는 남들보다 더 좋은 상급학교에 가기 위한 수단으로, 즉 크게 말하면 신분상승의 수단으로 등장했다고 보는데 북한에서도 출발은 유사하지만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즉 북한에서는 공교육이 무너진 자리에 사교육이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1994년 7월 8일 북한의 김일성이 죽고 난 뒤 북한 경제는 통째로 무너졌습니다. 인민경제가 무너지니 인민생활이 무너지고 군사, 문화, 교육 등 다른 모든 것이 도미노처럼 무너졌습니다. 놀랍게도 북한 주민들 중 가장 많이 굶어 죽은 계층이 누군지 아십니까? 바로 학교 선생님들이었습니다. 평소 배급제에 의존해 살던 선생님들이 장마당에 나가 장사를 할 수 없기에 그들은 가만히 앉아 있다가 죽음의 구렁텅이에 빠져든 것입니다. 선생님들이 없어진 학교 상상이 가지 않습니까?

MC : 그래서 결국 사교육이 대안으로 등장하게 된 거군요?

안찬일: 네, 북한 체제는 사회변혁이 그렇게 순발력 있게 일어나는 기능주의적 체제가 아닙니다. 뭔가 쓰러지면 그것이 다시 대안을 찾아 일어서는 일은 좀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북한의 통치자들이 북한 사회와 주민들을 그렇게 무능하게 만들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선생님들이 사라진 학교에서 곧이어 학생들이 사라지더니 교육시설들이 무너지고 교육체계가 무질서해지더니 그 대안으로 사교육이 머리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대학을 비롯한 상급학교 진학이 출신성분, 뇌물 다음은 성적 순으로 이루어지면서 학부모들이 사교육의 기발을 먼저 쳐든 것입니다. 또 하나 더, 무너진 교육은 출신성분 우선의 상급학교 진학이란 노동당의 교육정책의 상당 부분을 파괴시켜 버렸다는 것입니다.

MC : 북한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는 분야, 과목은 어떤 게 있는지도 궁금한데요. 북한 학생들의 사교육 과목 순위가 궁금한데 말이죠. 어떻습니까?

안찬일: 그런 통계를 북한 스스로 내기는 무척 어렵지요. 마침 한국의 통일부가 그 통계를 내주었습니다. 최근 남한 정부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이후 북한을 빠져나와 국내에 정착한 탈북민 287명을 대상으로 사교육을 경험한 과목을 조사한 결과(복수응답 가능) 2016∼2020년 탈북민의 경우 수학을 꼽은 응답자가 47.7%로 가 가장 많았습니다. 이것은 무척 반가운 뉴스 아닙니까? 늘 학생들을 김일성 김정일 혁명사상 학습을 최우선으로 가르친 게 북한 공교육의 실체였는데 이제 그런 허구적인 사상교육에서 벗어나 인간교육에서 핵심인 수학을 많이 공부하고 있다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이냐 말입니다.

MC : 그 다음은 어떤 순으로 나타났습니까?

안찬일: 네, 예술 분야, 그러니까 노래와 악기를 다루는 음악교육이 33.8%로 뒤를 이었고 영어는 27.7%로 3위를 기록했습니다. 수학은 2006∼2010년 37.5%, 2011∼2015년 47.9% 등 조사 기간 내내 사교육 과목에서 수위를 차지했습니다. 영어는 12.5%(2006∼2010년 탈북)→17.1%(2011∼2015년)→27.7%(2016∼2020년)로 지속해서 증가했습니다. 남한 정부가 발표한 지난해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과목별 총액에서 영어가 가장 지출이 컸고 수학이 뒤를 이었는데 북한도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입니다.

MC : 사교육을 받은 북한 학생들의 비율은 어떻게 나타났습니까?

안찬일: 네, 사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탈북자 비율도 3.2%(2000년 이전)에서 14.1%(2016∼2020년)로 대폭 늘어났습니다. 사교육 '공급자'는 최근일수록 학교 교사는 줄어드는 반면 사교육 전문강사는 늘어났습니다. 2016∼2020년 탈북한 이들은 전문강사(49.7%)로부터 사교육을 받았다는 응답이 교사(43.5%)를 앞질렀습니다.

'대학교수'나 '대학생'의 비율도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였습니다. 북한 정권은 모든 인민이 차별 없이 교육받을 수 있는 완전한 의무교육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북한도 자녀를 명문학교에 진학시키기 위해 과외 등 사교육이 증가하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공급자를 보면 전문강사가 늘어나고 있고, 과목을 보면 늘 예술 쪽이 많았는데 영어가 굉장히 늘고 있다"면서 "외국어 교육에 대한 열의는 상당한 것 같다"고 짚었습니다.

MC : 그런데 사교육을 받는 다는 것은 곧 부모가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 뒷받침된다는 것인데 그 부분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안찬일: 네, 한국의 통일부에 따르면, "탈북민 가운데 상류층이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류층 수준에서도 사교육이 이뤄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며 "일부 자료를 보면 사교육비가 2만 원 정도인데 기본 소득을 20만 원으로 보면 소득의 10% 정도를 지출했던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오늘 현재 신분이 높지는 않지만 장마당에서 돈을 벌은 주민들이 신분상승을 위해 사교육에 매진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MC : 사교육비가 2만원이라면, 오늘 북한 일반 주민들의 경우 월급여가 대학교수가 5000원 정도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 4배가 넘는 돈 아닌가요?

안찬일: 수수께끼의 나라 북한에서 화폐와 경제관계를 설명하는 일은 제일 어려운 과제라고 생각됩니다. 보통 일반 주민들의 월 수입이 3000원부터라고 보는데 장마당에서 쌀 1kg 가격이 5000원이 넘을 때가 많고 심지어 돼지고기 1kg이 1만 원 이상 할 때가 보통입니다. 결국 이와 같은 사실은 이제 노동당의 일반경제, 계획경제는 모두 무너지고 장마당 경제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장마당에서 돈을 많이 벌은 주민들이 자녀들의 사교육도 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MC : 그런데 말이죠. 대학을 비롯한 상급학교 진학은 주로 출신성분과 성적이 동시에 작용했는데, 그럼 이제 출신성분은 크게 상관이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안찬일: 네, 꼭 그렇진 않은 것 같습니다. 여전히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종합대학과 같은 북한의 최고 대학에 들어가려면 출신성분이 우선됩니다. 하지만 경제가 무너지고 대학들도 경영난에 시달리면서 예를 들어 대학 기숙사나 식당에 무연탄을 수백 톤 가져다 바치는 학생, 학생들을 먹여 살릴 식량을 기부하는 학생 등에게는 입학의 우선권을 주는 일명 '뇌물입학제'는 오래 전에 정착된 상태입니다. 여기에다 예술대학들에서는 실력 위주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제도가 정착되면서 이 분야 사교육이 무섭게 뿌리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평양에 늘어나는 자가용 승용차들의 주인들을 찾아보면 대부분 사교육으로 외화를 벌은 음악대학 교수와 만수대예술단 등 최고 예술단의 악사들과 무용수들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MC : 아무튼 북한에서 자본주의 교육 형식 중 하나인 사교육이 번성하면서 본인들이 원하는 교육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은 좋은 일이나 이런 현상이 가뜩이나 심한 북한의 빈익빈, 부익부를 더욱 확산시키지는 않을지 걱정이 큽니다. 그리고 북한 당국이 무너진 공교육을 어떻게 일으켜 세우는지 지켜 볼 일입니다. 오늘은 안찬일 박사님과 함께 북한의 변화된 교육환경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안 박사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찬일: 네, 수고하셨습니다.

MC: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