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진행에 홍알벗입니다.
북한은 전세계적으로 최악의 종교 탄압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세계적 종교 지도자의 평양 방문 역시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1990년대 미국의 빌리 그래함 목사가 두 차례 평양을 찾은 것이 유일해 보이는데, 최근 로마 교황이 평양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에는 “로마 교황의 평양 방문, 과연 성사될 수 있을까?” 이런 주제를 갖고 한국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인 안찬일 박사와 이야기 나눕니다.
MC : 안찬일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MC: 지난 8월 25일 프란치스코 로마 교황은 한국의 한 방송국과 인터뷰를 갖고 자신이 직접 평양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하였습니다. 사실 북한 주민들의 경우 교황이라는게 어떤 자리인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잘 모르는 분들이 많으르 겁니다. 그래서, 로마 교황이 어떤 직책인지부터 먼저 알아보고 이야기를 계속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교황이라는게 어떤 자리인가요?
안찬일: 네, 로마교황은 로마 가톨릭교회의 최고의 수장으로, 바티칸시국의 원수. 80세 미만의 추기경 중에서 호선되는 종신직 왕입니다. 이는 천주교 전승에서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교회의 첫 수장으로 임명되어 천국의 열쇠를 부여받았다는 성 베드로의 정통 후계자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14억 신자들이 있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수장인 교황은 세계적으로 정치적, 외교적으로 매우 큰 영향을 끼치는 위인입니다.
로마 가톨릭교회 창시 이래 지금까지 2천 년 동안 총 266대 교황이 재위하였으며 현재 교황은 제266대 교황 프란치스코입니다. 교황의 직위를 가리켜 교황직이라고 부르며, 교황이 통치하는 세속적 영역은 ‘성좌’ 또는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가 순교한 로마에 세워진 ‘사도좌’로 불리기도 합니다.
교황직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직책 가운데 하나이며, 세계 역사에서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초기 교황들은 천주교 신앙을 전파하고 다양한 교리적 논쟁을 해결하는데 주력하였으나 중세에 들면서 종교 문제만 아니라 서유럽의 세속 문제에도 개입하여, 종종 천주교 군주들 간의 각종 분쟁에 개입하여 중재자로 활동하기도 하였습니다. 오늘날에는 천주교 신앙의 전파 및 정통 천주교 교리의 수호는 물론 교회 일치 운동과 종교 간 대화, 자선 활동, 인권 수호, 세계평화운동 등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MC: 그런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벌써 몇 차례 평양방문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왜 아직 그것이 실현되고 못하고 있죠?
안찬일: 네,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양방문 이야기가 최초로 나온 것은 지난 2018년 9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정은 총비서에게 "로마 교황께서 북한과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관심이 많으니 한번 평양을 방문하면 어떻겠습니까?"했더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아, 좋습니다. 교황의 평양방문을 열렬히 환영합니다."라고 답변하면서 화두가 시작되었습니다. 실제로 2018년 10월 문재인 전 대통령은 로마 방문 시 이 사실을 교황에게 전했고 교황은 역시 쾌히 승낙하였으나 지금까지 성사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8월 25일 한국의 KBS가 직접 로마 교황 프란치스코를 만나 인터뷰를 하는 자리에서 교황이 "나는 평양을 꼭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강하게 피력하였습니다.
MC: 아, 그러니까 이번에는 로마 교황이 직접 자신의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로마 교황의 최초 북한 방문이란 역사가 이루어 질텐데 우리의 관심은 과연 북한 정권이 이를 쉽게 수락할 수 있을지 아니겠습니까? 어떻게 보시는지요?
안찬일: 네, 교황께서 "나를 초대해달라, 그러면 거절하지 않겠다. 초대를 받는 대로 갈 것"이라고 제안했는데, 해당 인터뷰는 현지 시간 24일 바티칸 바오로 6세 강당에서 진행됐습니다. 교황의 방북 의지는 그동안 수 차례 여러 경로를 통해 전해진 바 있으나 교황이 이처럼 인터뷰를 통해 직접 방북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널리 알려진대로, 북한은 지구상에서 종교가 가장 탄압되고 있는 나라 중 으뜸이며 기독교든 천주교든 순수한 종교가 뚫고 들어갈 여백이 전혀 없는 나라입니다. 헌법에도 종교의 자유를 명시해 놓고 수령의 우상숭배 때문에 종교를 탄압하는 북한은 인민들이 종교를 믿으면 정치범으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북한이 초대하면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며 방북 의사를 직접 밝혔으니 평양도 좀 난감할 것 같습니다.
북한처럼 종교를 박해하는 입장에선 정치적으로 교황 방북을 이용해 이해득실이 맞는 시기를 따질텐데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황과 인터뷰를 했던 방송국은 ‘특히 교황의 방북은 원론적이고 선언적이며 도덕적인, 특히 평화적 가치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문재인 전임 정부에서처럼 방북 발언에 집착해 현실 프로세스를 적용시키려 한다면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북한의 대외 노선이 평화, 협상이라면 교황 카드를 이용해 평화 이미지를 내세우고 우회적으로 미국을 압박하는 등 정국을 돌파해 나가겠지만 지금처럼 강대강, 핵무력 강화, 정면 대결전을 선언한 상황에선 당장 교황의 방북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기독교 전체를 상징하는 교황의 방북이 북한 사회에 미칠 영향, 협상 국면에서의 활용 카드 등을 저울에 달아보고 어느 정도 확신이 섰을 때 교황을 초청할 것이라며 미국과의 협상 국면에서 평화 이미지를 선전할 때 즈음이 북한 입장에서는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강조했습니다.
MC:무엇보다 교황의 평양 방문이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합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안찬일: 북한 당국자들도 그 점 때문에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지금껏 북한 인민들은 기독교와 천주교에 대해 무턱대고 나쁘다는 교육만 받으면서 살아왔습니다. 이 지구상에 겨우 교회와 성당이 한 두 개 밖에 없는 나라는 북한밖에 없지 않습니까? 평양에는 봉수교회와 칠골교회 등 교회 3개, 성당은 장충동성당 1개가 전부입니다. 물론 절은 묘향산과 금강산 등 명산들에 한 두 개씩 있으니 그나마 불교가 가장 적게 탄압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교황께서 평양에 오신다면 북한이 성당 몇 개를 급조해 거기로 교황을 모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마디로 북한 인민들에게 교황의 방문은 북한 땅에 신앙의 씨앗을 다시 뿌리고 하나님의 영적 세계를 전파한다는 데로부터 일종의 천지개벽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MC: 어찌됐건 교황의 평양방문은 그 역사적 의미가 크다고 보여지는데요. 북한이 이번에 로마 교황 프란치스코의 평양방문 요청에 대해 언제쯤 답변을 줄까요?
안찬일: 아마도 한미합동 군사훈련이 끝나고서 답변을 주던지, 아니면 아예 무시하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할지도 모릅니다. 왜 그렇겠습니까? 로마 교황의 평양방문이 줄 인민들에 대한 커다란 영향력 때문입니다. 이제 김정은 총비서가 답할 차례입니다. 제7차 핵실험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다른 한켠으로는 미국의 강력한 제재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북한에게 교황의 평양방문은 하나의 '평화시위'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평화가 절실하다면 교황을 초청할 것이요, 핵실험이 우선이라면 교황의 평양행은 불발될 것입니다.
MC :수고하셨습니다.
안찬일: 네 수고하셨습니다.
기자: 홍알벗,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