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고난의 행군 때보다 더 심각한 식량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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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북한에도 가을이 무르익으면서 수확기에 접어들었습니다. 노동신문을 비롯한 노동당 선전선동 기관들은 ‘올해 대풍이 들어 인민들이 먹을 걱정이 없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진짜 그럴까요? 그래서 오늘 이 시간에는 한국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고난의 행군 때보다 더 열악한 북한의 식량사정”이란 내용을 갖고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안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

MC : 내년이면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지 꼭 30년이 됩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지금도 제2, 제3의 고난의 행군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 근거는 뭔가요?

안찬일: 그렇습니다. 굶주리는 사회주의, 그게 바로 고난의 행군의 대명사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지도 30년이 다 되었지만 북한 인민들은 아직 그 대장정을 멈추지 못하고 한 줌의 쌀에 목을 매고 있습니다. 현재 일부 사막국가들을 제외하고 지구상의 200여 개가 넘는 나라들 중 쌀이 없어 허덕이는 나라는 북한 말고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북한의 대재앙은 다름아닌 노동당 지배이며, 김정은 3대 세습이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아마도 김정은 정권이 교체되지 않는 한 북한의 고난의 행군은 영원한 행군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MC : 그렇다면, 최근 북한의 식량 사정은 어떻습니까?

안찬일: 한국의 한 국책연구원 연구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1991년 이후 북한의 기간별 평균 양곡 공급량 추세에 대한 분석 결과 코로나19 통제가 시작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북한의 1인당 공급량은 한 해 182kg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의 곡물생산량과 국제사회 도입량을 합친 총 공급량 467만 톤을 이 기간 평균 인구 2566만 명으로 나눈 것이 182kg입니다. 이 수치는 같은 방식으로 계산할 때 '고난의 행군'시기인 1994년부터 1999년까지의 1인당 평균 공급량 201kg보다도 19kg이나 더 적은 것입니다. 코로나19 시기의 총 공급량이 467만 톤으로 고난의 행군 시기의 총 공급량 443만 톤보다 24만 톤이나 더 많지만, 20년 사이에 인구가 2,204만 명에서 2,566만 명으로 증가해 1인당 공급량이 역대 최저수순으로 감소했습니다.

MC :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안찬일: 네, 북한의 총 식량 공급량과 1인당 공급량은 1991년-93년의 기간에 각각 517만 톤과 243kg에서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4년-99년 443만 톤과 201kg으로 급락했다가, 2000년-2004년 522만 톤과 226kg으로 상승한데 이어 2005년-10년 491만 톤과 205kg, 2011년-14년 499만 톤과 203kg, 2015년-19년 489만 톤과 194kg으로 이어지고 2020년-22년에 467만 톤과 182kg으로까지 감소했습니다.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기 전인 1991년-94년의 1인당 공급량 243kg을 100%로 할 때, 코로나 19시기의 1인당 공급량 비율은 75%에 그쳐 고난의 행군 시기의 82.6%보다도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MC : 그런데 이 같은 현상은 왜 일어나는 건가요?

안찬일: 원인을 분석하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코로나 봉쇄시기에 장마당에서의 공식거래를 사실상 금지하고 무상 배급에 가까운 식량공급소, 시장가격보다 다소 낮은 국정가격의 양곡판매소를 운영하는 등 혼란스러운 양곡전매제를 다시 도입한 것이 시장가격의 상승과 함께 1인당 공급량이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김정은 정권은 작동하지 않는 경제 체제에서 단순하게 식량통제로 인민들을 관리하려 들다보니 중앙통제 식량공급 제도로 회귀하는 한편, 장마당을 위축시키다보니 식량 생산량은 더욱 감소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고난의 행군은 형식상 끝났다고 하지만 인민들은 더욱 굶주림과의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었고, 노동당은 식량을 매개로 인민들을 정치적으로 얽어맨 것입니다.

MC : 혹시 북한 주민들의 식량확보 상황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가 좀 나온 게 있나요?

안찬일: 세계식량계획은 최근 올 1월부터 7월까지 북한에서 발생한 아사자를 245명으로 추정한 바 있습니다. 고난의 행군 시기 식량난으로 북한에서 수십 만 명이 사망했음을 감안할 때, 형식상 당시보다 1인당 공급량이 감소했다는 코로나 시기의 인명 피해 규모는 일단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이것은 폐쇄된 북한 사회의 여건을 교려하지 못한 '단순 접근'이라고 생각됩니다. 북한 당국이 어떤 정권인데 아사자 수를 제대로 밝히겠습니까? 적어도 북한군대에서만 1일 아사자가 20명이 넘는 다는 것이 탈북군인들의 생생한 증언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북한의 어린이와 노인들 5명 중 1명이 영양실조 환자이며 이 중 20% 이상이 수시로 사망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평양정권은 체제 유지에 도움이 안 되는 모든 통계는 숨기고, 그것은 아사자를 넘어 경제계획 수행과 식량 생산량 등에서 상습적인 방식입니다.

MC : 북한의 주식 말고 부식 공급 사정은 어떤가요?

안찬일: 네, 우리는 식량 즉 주식 외에 육류나 계란 등 '대체 열량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솔직히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가 국민들은 밥의 양보다 고기와 생선, 계란 등 대체 식품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상 쌀 1Kg보다 계란 3알이 더 영양가치가 높지 않습니까? 또 명태와 청어 1마리가 옥수수 몇 키로보다 더 비중 높은 영양식입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고기와 계란, 생선 등이 절대 부족합니다. 그러니까 애나 어른이나 곡기를 채우려고 필사적으로 달려들고 그러다 보니 식량 부족은 날이 갈수록 어려움이 가중되게 됩니다.

MC : 북한 주민들을 위한 식량의 적정량은 얼만큼인가요?

안찬일: 네, 북한의 인구 2,550만 명 기준으로 년 500만 톤이면 최소한 아사자는 단 1명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1년 생산량은 450만 톤을 넘어서 본 적이 없습니다. 그것도 농업부문 기관에서 거짓말을 하여 속이기 때문에 실제 생산량은 400만 톤을 상회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지난해에는 <허풍방지법>이란 처벌법규까지 만들지 않았습니까? 부족한 식량도 균형있게 배분되지 못하고 군대나 평양시 등 특권층들이 먼저 다 빼앗아가니 이건 실제 식량 생산자인 농민들이 굶어죽는 비극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 협동농장들에서는 탈곡이 한창인데 농민들은 벌써 손맥이 풀려 있습니다. 이른바 <국가수매>로 생산량의 대부분을 당국에게 모두 빼앗기기 때문입니다. 오늘 지구상에서 식량 부족으로 인간이 죽음을 앞당기는 나라는 북한이 유일합니다.

MC :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오늘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안 박사님, 수고하셨습니다.

안찬일: 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MC : 끝까지 함께 해 주신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저희는 다음 주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