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홍알벗입니다.
북한 당국자들은 왕정 제도를 옹호하면서 한편으로는 지주와 자본가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왕정은 옹호하면서 그 아래 지주•자본가는 미워하라는 북한의 이상한 계급교양’이란 주제를 갖고 한국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인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MC :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 찬 일: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MC : 북한 주민들도 북한이 세습이라는 방식을 통해 정치체제를 재생산하는, 사실상의 왕권정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나요?
안 찬 일: 네,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그 말을 함부로 꺼내지는 못합니다. 그것을 언급하는 자체가 곧 죽음이니까요. 물론 북한 체제는 시작은 사회주의로 했고 분명 1974년 이전까지 북한은 사회주의나라였습니다. 그러나 1974년 김정일로의 세습이 발표되면서 지각 있는 인민들은 “이거 봉건정치체제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면서 이구동성으로 말들이 많았습니다. 이때부터 달래 정치범수용소가 생겨난 것이 아닙니다. 김정일 체제를 왕정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잡아 가두기 위한 것이 다름 아닌 정치범수용소였습니다.
MC : 북한 인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왕권정치에 대해 좀 설명해 주시죠.
안 찬 일: 네, 중세 이후 전제군주가 통치하는 이른바 동양국가는 작게는 동북아시아의 중국과 한국, 넓게는 중앙아시아와 중동의 오스만 제국, 더 멀리는 콘스탄티노플의 동로마 제국에 이르기까지 이론상 전제군주가 모든 권력을 독점하고 신민의 생사여탈권한을 쥐고 있었습니다. 즉, 모든 귀족과 관료는 왕의 노예로 왕의 명령을 수행하는 존재이자 왕을 위하는 게 존재 이유였습니다. 흔히 전통시대 왕조라고 하면 귀족보다는 왕권이 강화되어야만 정치적으로 안정이 되고, 민생도 따라서 안정이 되는 경우로 잘못 인식되어 왔습니다.
이에 반해 봉건제도를 사용했던 서유럽의 경우, 왕의 권한이 매우 제한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게르만 시절 선거부족장 시대의 족장이 왕이 된 이유도 있었을 것이며 교회의 사회적 힘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로 인해서 왕이 국가원수이긴 하지만 각자의 영역을 존중해야 하는 사회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서유럽의 절대왕정도 사회변화에 따른 왕의 영역이 비대하게 강해지면서 얻은 불안정한 권력이었습니다. 이는 왕은 법위의 존재라는 일반적 전제군주제와는 매우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입니다.
MC : 북한의 지도자와 고위 간부들은 왕정을 지지한다는 이야기는 어떤 경우를 말하는 건가요?
안 찬 일: 네, 북한이 왕정 국가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시작한 시점도 역시 김정일로의 세습 직후입니다. 즉 그들은 자신들의 세습을 정당화하려다 보니 왕정 국가들에 다가가게 되었고, 왕정은 찬양하면서 그 아래 지주, 자본가들은 미워하는 기형적인 ‘계급교양’의 시대가 개막되게 되었습니다. 오늘 대표적인 왕정 국가들을 꼽아보면 영국과 태국, 일본 등을 거론할 수 있는데 한때 북한은 태국의 왕자를 평양으로 초청하여 극진하게 대접하고 환영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의 천황제도에 대해서도 절대 말을 아끼고 있는데 이는 왕정의 존엄을 칭송하는 것과 마찬가지 태도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MC : 평양의 단군왕릉 건설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는 건가요?
안 찬 일, 그렇습니다. 물론 단군릉 개발에는 평양이 한반도 역사의 중심이라는 것을 것을 강조하기 위한 점도 없지 않지만 왕정을 찬미하려는 의도는 분명합니다. 그 이전부터 김정일 위원장은 고구려 무덤이나 기타 무덤에서 왕정시대의 유물이 발견되면 그것을 북한 주민들과 군인들에게 널리 교육시키면서 마치 왕정이 정당한 것처럼 선전선동사업을 벌리곤 했습니다. 개성에 있는 고려 왕정 유물들도 잘 보존하도록 특별한 정책을 펴고 있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MC : 반면에 왕정 시대의 지주와 상인들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적대 계층으로 분류해 증오심을 갖도록 한다는데 어떻게 된 건가요?
안 찬 일: 네, 널리 알려진 대로 북한에는 적대계층과 동요계층, 핵심계층 등 크게 3대 계층으로 인민들이 분류되어 있습니다. 이 중 적대계층의 핵심이 바로 지주, 자본가들이고 북한은 도처에 계급교양관을 만들어 이들을 증오하도록 교양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성분 분류에 보면 토지 5정보 이상을 소유한 자를 대지주로 보는데 일제 말기에 이렇게 큰 땅을 가진 지주는 북한 쪽에 많지 않았습니다. 주로 애를 많이 써 1정보 미만의 토지를 가진 지주가 과반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토지를 가졌다고 모두 나쁜놈으로 보는 것은 모순입니다. 열심히 땀을 흘려 재산을 축적하여 땅을 소유할 수 있는 건데 이들을 모두 타도대상으로 여긴다면 어떻게 사회가 유지될 수 있겠습니까? 오늘 북한에 지주가 없다고 봐야 할까요? 바로 노동당이 대지주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대지주는 농사를 망쳐 인민들이 먹는 문제를 파탄나게 만들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도 우리 농민들은 굶어죽지 않았는데 오늘 ‘노동당 시대’에 인민들은 굶어죽고 있으니 사실 김정은 지주보다 더 나쁜 지주는 없다고 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MC : 민주국가에서는 국민들이 지도자를 비판하고 때로는 쫓아내기도 하는데, 북한에서는 상상도 못하겠죠?
안 찬 일: 그렇습니다. 과거나 현재 왕정을 하고 있는 나라 모두 왕정에 대해 누구나 비판할 수 있었고, 또 비판하고 있습니다. 실례로 우리 조선왕조 시대에도 ‘상소문’이란 것을 왕에게 올려 잘못된 정치를 꼬집군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북한의 김 씨 왕조는 그렇지 못합니다. 이른바 10대원칙이란 신 십계명을 만들어 놓고 수령을 신격화, 절대화, 신조화 하고 있다보니 감히 수령을 비판하는 것은 목숨을 버리려 하지 않는 한 해서는 안 될 일로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비판이 없는 북한의 김 씨 왕정체제는 점점 붕괴의 나락으로 치닫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은 말로만 사회주의를 외치지 말고 세습을 끝장내고 최소한 중국식 사회주의로 나갈 때 체제유지가 가능할 것입니다.
MC :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오늘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안 박사님, 수고하셨습니다.
안 찬 일: 네 고맙습니다.
MC: 청취자 여러분, 저희는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끝>
기자: 홍알벗,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