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27일부터 31일까지 5일 동안 역대 최장기간 노동당 전원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특히 김정은 총비서는 새로운 농촌 발전 목표를 제시했다고 하는데, 북한은 이것을 '혁명적인 중대 조치'라고 치켜세우고 있다고 안찬일 박사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밝혔습니다. 안 박사는 북한 당국이 식량난 해결에 사활을 걸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인데 과연 북한이 중국의 개혁 개방 초기처럼 농촌개혁을 시작으로 사회주의 낡은 옷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가려는 것은 아닌지 기대가 높습니다만 아직 그 희망은 두드러지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해서 오늘 이 시간에는 “북한, 60년 만에 바뀐 목표! 이밥에 고깃국에서 이밥에 밀가루로!” 이런 제목으로 안찬일 박사와 이야기 나눕니다.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질문 1:먼저 이번 노동당 제8기 4차 전원 회의는 당 전원 회의 역사상 가장 긴 전원 회의라고 하는데 그 이유부터 살펴보고 본격적인 대담을 진행할까요?
안찬일 :그렇습니다. 총 5일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과거 노동당 전원 회의는 보통 하루 이틀로 끝냈습니다. 그런데 이번 전원 회의는 '미니 당대회'라고 불릴 정도로 5일 동안이나 진행되면서 당 간부들을 볶아댔습니다. 김정은식 '회의 정치'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김정은 총비서는 전원 회의 연설을 핑계로 신년사도 하지 않고 스리슬쩍 한 해를 보냈습니다. 하긴 신년사를 읽고 말고 할 성과도, 업적도 없었으니 북한 인민들로선 속으로 '환영'했을 것입니다.
질문 2:이번 전원 회의 의제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김정은 총비서가 농촌문제에 대해 '혁명적인 중대조치'를 내렸다는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조치인지 알아볼까요?
안찬일 :네 김정은 총비서는 '우리식 사회주의 농촌발전의 위대한 새 시대를 열어나가자'라는 보고를 했습니다. 일단 당 총비서가 어느 특정 분야를 콕 찍어 연설했다는 것은 주목할 일입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농업 생산을 증대 시켜 나라의 식량 문제를 완전 해결하는 것이 농촌 발전 전략의 기본 과업"이라며 향후 10년간의 농사와 축산물·과일·채소·공예작물·잠업 생산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또 "농업 생산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것은 농촌 문제 해결에서 현시기 절박하게 나서는 중요 과업"이라며 과학 농사 제일주의, 벼농사와 밀 농사를 강하게 추진하는 방안이 거론됐습니다. 그러니까 60여 년 전에 제시한 김일성 주석의 이밥에 고깃국이 이밥에 밀가루로 바뀌는 ‘시대의 퇴보’가 선언된 것입니다.
질문 3:원래 1960년대 초반 김일성 주석이 흰쌀밥에 고깃국, 그리고 비단옷에 고래 등 같은 기와집을 농민들의 세기적 숙망으로 제시했는데 그것을 달성하지 못하고 포기했다고 봐야 할까요?
안찬일 :흰쌀밥에 고깃국은 노동당 고위 간부들의 몫이었고, 사회주의 70년 동안 노동자와 농민들은 언제나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습니다. 제발 옥수수밥이라도 배부르게만 먹게 해주었으면 하는 것이 그들의 희망이고 꿈이었습니다. 지난 1995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뒤 발생한 고난의 행군 기에 인민들은 한 줌의 쌀이 없어 굶어 죽어야 했습니다. 오늘 3만 4000여 명의 탈북민들이 왜 정든 고향과 사랑하는 부모형제와 생리별을 해야 했습니까? 순전히 먹을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질문 4:그렇군요. 이번 노동당 전원 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그런 식량 위기를 어느 정도 알아차리고 농촌 문제의 혁명적 해결을 주장한 것으로 봐도 될까요?
안찬일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농촌문제와 식량 위기의 심각성은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그 해결책은 오리무중입니다. 농촌의 혁명적 조치란 하루빨리 집단 영농, 즉 협동농장 제도를 개인 영농 제도로 바꾸는 것입니다. 협동농장 제도는 과거 소련이나 중국 모두 실패한 영농제도입니다. 이 나라들에서 개인 영농으로 먹는 문제를 먼저 해결했기 때문에 다른 시장경제가 안전하게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김정은 총비서는 "나라의 제일 큰 농업도인 황해남도를 중시해야 한다"면서 "5개년 계획 기간에 당적, 국가적으로 황해남도에 힘을 집중해 나라의 농업 생산에서 기치를 들고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겨우 농경 국가만 유지하면 된다는 김 총비서의 결론에서 우리는 북한이 이제 그야말로 벼랑 끝에 서 있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황해남도는 북한의 대표적인 곡창지대는 맞지만 거기서 생산되는 쌀의 대부분은 군대가 가져가고 있습니다. 100만 명이 넘는 군대가 다 먹어 치우는데 제아무리 쌀이 많이 생산된다고 한들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김정은 총비서는 농촌에서 진짜 혁명적인 조치는 바로 협동농장 제도를 철폐하고 개인 및 가족영농제를 도입하는 것이란 점을 하루빨리 깨우쳐야 합니다.
질문 5:이번에 김정은 총비서는 유독 자력갱생을 반복 강조했습니다. 안 박사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안찬일 :네, 김정은 총비서는 작년 1월에 열린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자력갱생'은 항구적인 정치 노선이고, '조선의 국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마디로 북한 경제정책의 핵심 기조는 자력갱생이란 얘깁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력갱생에서 기본은 식량 자급자족인데요. 코로나 방역을 위한 국경 봉쇄를 지속하게 되면 외부로부터의 식량 지원과 수입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고, 결국 식량 자급자족을 위해서는 곡물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밖에 없습니다.
식량 생산을 늘리려면 농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농민들의 생산 능력을 높이고, 농민들의 생활환경이 개선돼야 합니다. 이런 내용이 담긴 이른바 '새로운 농촌 건설 강령'을 김 위원장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는데요. 내용이 너무 추상적이고 선동적입니다.
즉 김정은 총비서의 주장인 즉 "당면한 농촌 발전 전략의 중심 과업은 모든 농업근로자들을 노동당 시대에 어울리는 혁명적인 농업근로자로 개조하고, 나라의 식량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며, 농촌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획기적으로 개변시키기 위한 투쟁을 힘있게 벌여 농촌을 지속적인 발전 궤도 위에 확고히 올려세우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농민들의 사상 의식을 높이고, 식량 생산량을 늘리고, 농촌 생활환경을 확 바꾸겠다는 얘깁니다. 아니, 사상이 뭡니까? 사상은 의식을 말하는 것이며 그 의식은 자기만족으로 재생산되는 것입니다. 우선 당장 배가 고프고 일할 의욕이 없는데 대관절 사상은 어디서? 누가? 재충전해 준단 것입니까.
실제로 북한은 이번에 밝힌 '농촌 건설 강령'이 사회주의 농촌 체제를 심화·발전시킨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60년 전의 김일성식을 오늘에도 써먹겠다는 것입니다. 너무 답답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안찬일 :네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MUSIC
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기자 이현기; 에디터 이진서; 웹 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