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북한의 최대 정치 행사로 꼽히는 노동당 제8차 대회가 5일 개막했다고 한국 언론들이 조선중앙통신을 인용 6일 보도했습니다.
지난 2016년 5월 제7차 대회에 이어 5년 만에 열리는 8차 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수행 기간이 지난해까지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며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경제실패를 인정해, 향후 북한의 진로가 주목된다고 세계언론들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주간진단 오늘은 북한이 경제전략 실패를 인정했다면 앞으로 어떤 새로운 경제발전 전략을 제시하는지에 대해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이현기: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잘 지냈습니다
질문 1: 먼저 북한이 직면한 중대한 시기에 이번 8차 당대회가 열리게 된 배경에 관해 설명해 주시지요.
안찬일: 이번 8차 당대회는 김정은 정권 출범 후 벌써 두 번째로 열린다는 점에서 북한이 정상 국가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80년 제6차 당대회 이후 김정일 정권에서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못한 당대회가 5년에 한 번씩 소집된다는 것은 형식적이나마 북한 노동당이 정상적 지배를 실현하려는 노력은 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물론 5년 개최의 항목은 지난 7차 당대회 때 당규약에서 삭제되었습니다. 차라리 삭제하는 게 낫지 그냥 놔두고 규약을 안 지키면 당의 체면이 구겨지니 아예 없애 버린 겁니다. 따라서 이번 당대회가 5년 만에 열린 것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 2: 이번 당대회는 개막 순간부터 권력 교체가 있다는 예측도 있는데 어떻습니까?
안찬일: 그렇습니다. 당 대회의 집행부 면면을 살펴보면 그와 같은 사실을 금방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 당대회에 참석하는 대표자는 5,000명(중앙당 간부 250명, 각 조직 대표 4,750명)으로 5년 전 3,667명에 비해 대거 늘어났습니다. 방청객 역시 1,387명에서 2,000명으로 늘어 대표와 방청객을 합치면 7,000명에 달하는 엄청난 숫자입니다. 그런데도 참가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고, 거리 두기도 없이 빽빽하게 착석했습니다. 그간 코로나 19 방역을 위해 국경까지 폐쇄했던 북한이 노동당 고급 간부들이 참석하는 당대회는 노 마스크 밀집 대회로 연 것은 대단히 이례적입니다.
또한 이번 당대회 집행부는 대거 교체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동신문 등에 따르면 당대회 집행부는 김 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39명인데, 2016년 7차 당대회 때와 집행부 숫자는 같지만, 집행부의 29명(74.4%)이 교체됐습니다. 5년 전에 비해 군부의 숫자가 줄고, 여성이 대거 늘어난 게 눈에 띄고 있습니다. 7차 당대회 때 군부 인사는 모두 719명이었는데 이번에는 408명으로 크게 줄어든 반면 행정경제 부분 대표는 423명(7차)에서 801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여성은 315명 (2016년)에서 501명으로 증가했습니다. 2017년 12월 핵무기 완성을 선언한 김 위원장이 향후 경제 회복에 주력하고, 조직 개편 및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약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여성을 우대하겠다는 의지를 엿보게 하는 대목입니다.
질문 3: 이번 8차 당대회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정책 실패를 자인해서 시선을 끌고 있지요.
안찬일: 그렇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당대회 개회사에서 "경제발전 목표를 엄청나게 미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2016년 제시했던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실패 고백'을 한 것입니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자력갱생을 강조해 왔습니다. 북한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통해 대북 제재 해제를 추진했지만,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며 좌절됐습니다. 김 위원장은 2019년 말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장기전이 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이번 대회에서 자력갱생을 통한 자구책 마련을 강조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북한 노동당은 1945년에 정상적인 정당이 아닌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으로 출발했고 1946년 신민당과 합당하면서 제1차 당대회를 개최하였습니다. 노동당의 역사를 한꺼번에 스크린해 보아도 당 위원장이 어떤 부문에서의 실패를 자인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독백은 충격적입니다.
질문 4: 행정 경제 부문의 권력 엘리트들이 당대회 주석단 등에서 밀리지 않고 있는 이유가 무척 궁금합니다.
안찬일: 그렇습니다. "경제 목표가 엄청나게 미달했다"는 김 위원장 질책에도 경제 분야 관료들이 약진한 점이 눈에 띄는데, 오랜 경제통인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재룡 당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 총리가 대표적입니다. 권력 핵심으로 꼽히는 정치국 상무위원인 박봉주와 김덕훈은 이번 당대회 주석단 첫째 줄에 올라 각각 김 위원장의 왼편과 오른편에서 두 번째로 가까운 자리에 착석했습니다. 김재룡은 당 대회 준비 위원장을 맡아 사회를 봤고, 역시 주석단 첫째 줄에 배치됐는데 그는 총리에서 지난해 평양 종합병원 건립 지연을 책임을 지고 해임되었지만 오히려 더 권력 핵심인 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장으로 임명된 것 같습니다.
아무튼 북한은 실패한 경제를 일으켜 세우려면 역시 경제관료들을 끌어안고 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경제방식을 어떻게 개혁하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자력갱생이나 자강력 제일주의 등 정치 우선의 방식으로 북한 경제는 절대로 일어설 수 없습니다.
질문 5: 북한 경제는 파탄일로의 놓여 있다고 세계 언론들이 지적하고 있습니다만. 과연 이번 8차 당대회가 어떤 혁명적인 경제정책을 내놓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어떻습니까?
안찬일: 이번 8차 당대회가 과연 노동당 지배 76년 사에서 경제전략 실패를 자인한 용기를 가지고 어떤 새로운 혁명적인 경제정책을 내놓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문제는 북한의 체제재생산과 관련된 관건적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즉 북한이 우선 대외정책에서 북미관계를 잘 풀어 비핵화를 완성한 기초위에서 중국식 개혁 개방정책을 도입한다면 북한에 미래가 있고, 그렇지 못하고 다시 핵무장의 재강조와 자력갱생 구호나 내놓는 식의 '땜방정책'을 지속한다면 북한은 머지않아 주저앉고 만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실패를 인정한 그런 용기를 가지고 기득권층을 밀어내며 부디 새로운 경제발전의 길을 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안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안찬일: 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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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